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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행 Sep 06. 2023

대전은 어쩌다 노잼도시가 되었을까

억울하다 억울해

사실 대전이 '노잼도시'라고 불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였다. 

대전을 찾은 큰 자기, 아기자기가 대전을 소개하면서 "SNS 상에서 노잼도시라는 이야기가 있다"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이었다. 

그전까지 아무런 선입견도 없던 나에게 그날 이후 대전은 '노잼도시'가 되었다. 


'대전=노잼도시'가 밈처럼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 대전은 재미없는 도시로 자리 잡은 듯하다. 

대전 입장에선 억울할 법도 하다. <유퀴즈>에서도 결국은 '대전은 유잼도시'라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한 번 자리 잡힌 그 인식은 쉽사리 바꾸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쯤 되면 슬슬 궁금해진다. 대체 왜, 어쩌다가 대전은 노잼도시가 되었을까. 

사실 그 정확한 시작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그 밈이 시작된 대충의 이유를 짐작해 보자면 - 많은 사람들의 추측을 바탕으로 - 아마도 대전이라는 도시의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기 때문인 듯하다. 


대전은 경부선 철도가 놓이기 전까지 허허벌판의 작은 농촌 마을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대전의 우리말인 '한밭'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다. '큰 밭'. 넓은 들판이 자리 잡고 있던 이 마을에 경부선 철도가 놓이며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인구가 늘면 자연스레 도시가 성장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때부터 대전이 도시로서의 본격적 기능을 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이후 발생한 6.25는 대전의 모든 것을 파괴했다. 소위 '대전 전투'라 불리는 전투로 인해 미군은 꽤나 큰 피해를 입었으며 대전 시가지의 대부분이 파괴되는 상흔을 안게 됐다. 때문에 현재의 대전은 6.25 이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짧은 역사의 도시 여기에 전쟁으로 인한 피해. 때문에 대전에는 유명한 문화재가 그리 많지는 않다. 그렇다고 놀거리가 많은 것도 아니다. 내륙에 위치해 있는 특성상 바다가 없어 휴양지로서의 기능을 할 수도 없고,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산이나 강, 호수도 다른 곳에 비하면 초라한 편이다. 최근엔 '빵지순례'의 1순위, 성심당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마저도 "성심당만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래서 진짜, 결국에 대전은 노잼도시인 건가. 개인적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그렇지는 않다". 

얼마 전 놀러 간 대전에서 나름 알찬 시간을 보내고 왔기에 '노잼도시'라는 나의 선입견이 깨졌다 하겠다. 

하지만 '유잼'의 기준이 다른 사람과는 다를 수 있기에 강요하고 싶진 않다. 그저 내 경험이 그랬다는 것이다. 

이렇게 밑밥을 까는 이유는 대전에 위치한 국립중앙과학관을 소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과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하품이 나오는 이들에게 "국립중앙과학관 때문에 대전은 유잼이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사실, 인정한다. 하지만 문과 감성 100%인 나에게 국립중앙과학관은 꽤나 즐거운 경험이었기에 속는 셈 치고 들어보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출처 - 유성구 공식 블로그

과학의 도시답게 국립중앙과학관은 대전에 위치해 있다. '국립', '중앙'이라는 말이 붙었을 만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해 국립중앙과학관 전체를 다 둘러보는 데에만 꼬박 하루가 걸릴 정도다. 다양한 전시관들이 모여있으며 몇 곳은 무료, 몇 곳은 유료로 운영되고 있다. 그중 우리 가족은 무료로 운영 중인 자연사관과 인류관, 과학기술관 그리고 미래기술관을 관람했다. 


'대전=유잼도시'를 설득해야 하다 보니 흥미를 느낄 법한 과학기술관을 소개해 드리고 싶다. 과학기술관은 말 그대로 과학 기술의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지구과학, 화학, 물리학, 생명과학 등 들어본 과학 기술은 이곳에 다 모여있다. 


벌써부터 어질어질하지만 그리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과학기술관 전시의 대부분은 체험형으로 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과학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 하나만 꼽아 보자면 자판기의 원리를 체험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자판기는 어떻게 500원, 100원짜리 동전을 구별하고 어떻게 처리하는지 그 원리를 간략한 체험을 통해 설명하는 공간이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방문해 체험해보시길 추천드린다. 과학 1도 모르는 모지리이다 보니 되게 신기했다...(ㅎㅎ)


미래기술관 역시 흥미로운 공간 중 한 곳이다. 미래에서 사용될 기술에 대해 알아보는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뿐만 아니라 집에서 옷을 직접 디자인하고 맞춤까지 하는 기술 등 다양한 미래 사회 모습이 전시되어 있으니 이 역시 꼭 한 번 관람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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