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앞에 서서

by 미누

노을이 절정에 이르자,

세상이 숨막히는 아름다움에

질식해버렸지.


숨을 참을 수 없어

내뱉고 만 후에야

그 노을은 세상의 뒤로 숨었던거야.


나의 노을도

절정에 접어들었다.


숨막힐 듯 넋을 놓는

황혼이여.


따가운 햇살이 사라진 후

땅거미가 세상에 떨어지고

노을이 저만치로 흔적을 감추자

그제야 나는

서럽게 울었지.


아마도 놓친 그 무언가가

못내 아쉬웠던게지.


나의 시절이 사라지기 전,

나는 그 자리에 무엇을 놓고 왔을까.







노을이 질 때야 말로, 시간이 시각적인 개념으로 내 앞에 드러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째깍 째깍 시계의 초침을 끝없이 흐르기에 연속된 삶이라 생각하지만, 삶은 언젠가 바닥을 드러내리라. 저 노을과 같이.


문득 나의 젊음, 그러니까 내가 젊음이라고 믿는 나날들이 정작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고개를 숙여 아래만 보느라, 앞을 보지 못한건지, 뒤를 보지 못한건지. 어쩌면 지금 바로 여기에 있지 못한건지.


저축이라는 말이 안락한 내 삶을 보장하는 듯 하지만, 모든 걸 돈으로만 환산하다가는 삶을 한번 제대로 살아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아등바등 살기는 싫었는데, 그렇다고 고상하게만 살기를 원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난 대체 뭐야. 나를 알아가는 건 황혼에도 쉽지 않겠구나.


그래도 일찍 깨어서 새벽을 마주하고, 나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그렇게 살아내느라 고생했어. 마음으로 토닥토닥


이제는 말이야.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

진정 안락한 삶은,

사라지는 시간 속에 주어진, 내 고유의 선택.


자유와 책임의 저울위에서

펼쳐지는 예술의 향연.


노을이 축제가 되는 인생을 살아낼 자유가 아직 있으니...

아직 내게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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