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풀이 인 낡은 회색 가디건을
버릴까 말까 하다
산책길에 들고 나가
조용히 이별을 했다.
추억도 시간도 품고 있어
나도 네가 좋았지만
자꾸만 거슬리는 건
이제는 헤어질 때가 된 것 같았다.
하나씩, 하나씩
이별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너와의 이별,
나와의 이별,
그리고 과거와의 이별,
또 날 흔드는 감정의 파고와의 이별.
보이지 않는 것들은
쉽게 정리할 수 없어
나는 애꿎은 사물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럼에도 나는 하나씩 버려가며
단순하게 살고 싶다.
가볍게 살기 위해서 하는,
가볍지 않은 사람의
부단한 연습이라고 해두자.
너와 작별한 뒤
나는 네가 담긴 통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꺼낼 수도, 입을 수도 없는
청춘의 시간들.
청춘은 떠난 것이 아니라,
다시 여름처럼 찾아올 것.
언제나 청춘은 내 앞에
푸르른 나무 사이사이
조용히 펼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