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었다. 숲속에서

by 미누



나는 길을 잃었다.

깊은 숲 속,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어

구비 구비 굽어진 계곡을 따라

졸졸 흐르는 시냇물의 가락을

흠모하다가


나는 길을 잃었다.

깊은 숲 속,

지지배배 지저귀던 참새는 날아가고

소곤소곤 머리칼을 간지럽히던 갸녀린 바람도 날아간 후

남겨진 건, 고요, 그리고 나


나는 길을 잃었다.

깊은 숲 속에서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길.


사각 사각 나의 발자국 소리에도

쿵쾅쿵쾅 뛰는 나의 가슴

굽이진 숲 속 깊은 곳에서

유유하게 하늘을 휘저어 오는

다시 만난 내 작은 새 친구들.


솔 솔 어디선가 마실을 나온

가을 바람

나는 미지의 숲, 그 앞에 다다랐다.


길이 없던 그 길 끝에

다시 만난 너는

아무도 닿은 적 없는 미지의 길.


오후 햇살에 반짝이는 풀잎의 이슬,

하늘부터 땅으로 내려오는 찰랑이는 빛의 커튼

포로롱 포로롱 다갈색의 나무와 나무를 가르는 참새.


끝은 끝이 났고,

시작이 시작되었다.


어떤 발자국도 새겨지지 않은

솜처럼 보드랍고 폭신폭신한 오솔길.


나는 길을 잃었다.

깊은 숲 속에서,

그리고 나는 또 새로운 길을 만났다.









가던 길을 다시 돌아오려면 용기도 필요하고, 끝가지 가보려해도 용기가 필요하다.


여행을 가서 혼자 아름다운 강 옆으로 난 구비진 숲길을 따라 걷다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그 순간 든 감정은 공포였다. 혼자 여기 있다니. 그래도 그 길 가보지 않았다면 그 신비로운 풍경을 눈에 담지 못하였을 것이다.


가끔 길을 잃거나, 자주 혼자 길속에 남겨져있다는 생각에 외로울 때는, 곧 누군가가 반겨줄 곳이고, 마침내 아름다운 오솔길을 발견할 나 자신을 상상한다.


혼자가 아니었다. 바람, 새, 나무, 흙 모든 것들이 나를 기다려주었다.

끝이 아니었다. 끝난 줄 알았지만, 그 길 끝에 다시, 울창한 숲으로 향하는 아름다운 나의 다른 길이 또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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