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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COCO Oct 16. 2024

카카오톡이 꿈꾸는 세상

필리핀 마닐라의 일상

카톡! 카톡! 카톡!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부터 알림 메시지가 쏟아져 들어온다. 신*상회, 투짱*채, 야채* 등 각종 카카오톡 판매방의 알림 메시지다. 필리핀 마닐라의 아침은 카톡 메시지와 같이한다. 물론 한국에서도 각종 채팅방이 공해 수준으로 쏟아져 들어오지만, 필리핀은 차원이 다르다. 아침에 몇 시간 핸드폰을 확인 안 하면 메시지가 수백 개 쌓인다. 마닐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카카오톡 채팅방을 함부로 빠져나올 수 없다. 생존에 필요한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좋은 채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카카오톡 채팅방에 남아 있어야 한다. 매일 알림 메시지가 폭탄처럼 들어와서 언젠가부터는 카톡을 전부 무음으로 바꾸었다. 물론 알림을 꺼도 카톡에 들어가는 순간 몇백 개씩 쌓여 있는 메시지를 확인하면 마음이 무겁다.

마닐라에는 한인이 많이 산다. 각종 통계에 잡히지 않은 비공식으로 숫자가 많은 것 같다. 한국 식자재에 대한 수요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닐라 시내 곳곳에 한국슈퍼가 많다. 슈퍼마켓 주문은 배달 K라는 앱 하나면 해결된다. 대부분의 한국슈퍼가 배달 K 앱을 통해 주문이 가능하다. 슈퍼마켓뿐만 아니라 각종 한국식당도 배달 K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다. 필리핀에 살면서 좋은 점 하나는 배달비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일정금액 이상을 주문하면 배달비가 무료다. 한국에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짜장면 무료 배달이 마닐라에서는 가능하다. 물론 마닐라 짜장면 값이 한국보다 비싼 것은 함정이다. 그래도 짜장면과 짬뽕을 편하게 시켜 먹을 수 있는 것이 기쁘다. 배달 K 앱 외에도 필리핀 현지음식이나 맥도널드, 버거킹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 음식을 배달시킬 때는 푸드판다 또는 그랩푸드가 있다. 적절히 섞어 쓰면 다양한 음식을 편리하게 시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배달 K에도 한계가 있다. 각종 신선식품이나 야채, 과일 등은 주문할 수 없거나 가격이 비싸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카카오톡 판매방이다. 매일 아침 그날의 시세에 맞추어 각종 신선한 식자재들이 사진과 함께 올라온다. 각 카톡방마다 장단점이 있어서 몇 개의 카톡방을 비교하면서 주문하면 한국 식재료를 다양하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한국에서 먹어 본 지 오래된 미나리부터 해외에서 구하기 힘든 깻잎까지 거의 대부분의 한국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 식재료뿐만 아니라 한국반찬이나 김치 주문도 카톡판매 채널을 통하면 간편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판매업체의 경쟁은 언제나 환영이다. 다양한 카톡 판매채널이 많다 보니 업체 간 나름의 경쟁이 있다. 업체들이 경쟁하다 보니 가격도 합리적으로 유지되고 필리핀 로컬 업체에서 경험할 없는 AS도 보장된다. 상품의 상태가 좋지 않거나 분실될 경우 재빠르게 재배송 환불을 진행해 준다. 한국인의 입소문 파워가 커서 잘못 소문이 나면 영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사장님들이 잘 알고 있다.

각종 중고거래도 카카오톡으로 이뤄진다. 해외살이를 하다 보면 단기간 사용할 물품들을 중고거래할 경우가 생긴다. 마닐라, 특별히 한인의 숫자가 많은 마카티, BGC 지역에는 유명한 3천 명 카카오톡방이 있다. 카카오톡방 최대 입장 숫자가 3천 명인데 항상 그 숫자가 꽉 차게 유지되어서 3천 명 방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언제나 3천 명이 꽉 차있기 때문에 방에 입장하고 싶어도 입장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긴다. 기존 방에 있던 사람이 나가야 새로운 사람이 입장할 수 있다. 이미 방에 입장해 있는 사람들이 초대를 해줘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언제 자리가 날지 장담할 수 없다. 중고거래뿐 아니라 3천 명 방에서는 각종 업체들이 홍보를 한다. 각종 업체가 본인들이 물품을 사진과 함께 홍보하다 보면 또다시 카톡 메시지 폭탄이 시작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규칙을 정해서 매주 목요일에만 상업홍보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3천 명 방에서는 각종 마닐라의 한인 신문도 볼 수 있고 동영상으로 제작된 뉴스처럼 보이는 마닐라 소식도 접할 수 있다. 심지어 환전도 카톡방을 통해 가능하다. 정확한 루트는 알 수 없지만 필리핀 페소의 수요가 꾸준히 있어 한국에 원화 송금을 원하는 사람들은 이들을 통해서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다. 가끔 환전도중 사고가 있다는 소문이 있어서 조심스럽지만 간편한 데다 환율도 시장 환율보다 후하게 쳐주기 때문에 거절하기가 힘들다. 3천 명 방과 쌍벽을 이루는 맘카페방도 정보 공유의 장이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한인이 사는 곳에는 으레 맘카페가 같이 한다. 마닐라 역시 맘카페방의 규모가 상당하고 여기서 오가는 정보가 많다. 

마닐라에서 카톡방은 소통창구며 생필품을 구하는 창구가 된다. 며칠만 체크 안 해도 메시지가 엄청나게 쌓여서 어쩔 수 없이 3천 명 방을 제외한 모든 방에서 탈출하기는 했지만 살림을 도맡아 하는 와이프는 아직도 그 많은 카톡방에 일원으로 참여해 아침마다 카톡 폭탄을 감당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톡이 업데이트되면서 조용한 채팅방 기능이 생겼다. 마닐라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아주 훌륭한 업데이트라고 생각된다. 알림은 어떻게 막아보지만 매일 쏟아지는 수백 장의 사진들은 핸드폰 저장용량을 좀먹는다. 수시로 채팅방에 들어가 미디어 데이터를 지워야 한다. 이 또한 한 번에 모든 채팅방의 사진들을 지우는 기능이 생기기는 했지만 업무상 주고받은 중요한 사진들도 같이 지워지기에 채팅방마다 들어가서 일일이 삭제해야 한다. 이를 게을리해서 한 달이 넘어가면 저장용량을 매우 많이 차지해서 핸드폰이 느려지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처럼 마닐라에서는 카톡 없이 살기 힘들다. 카톡이 꿈꾸는 미래가 이런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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