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조각난 영혼

by 달항아리

폭력은 나와 동생,

그리고 내 가족의 영혼을 조각나게 만들었다.


조각난 영혼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거나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의 가면을 쓰고 살아갔다.


나는 웃었고,

고개를 끄덕였고,

모든 걸 이해하는 척했다.

착한 아이,

순한 딸,

말 없는 여자.


그 가면은 점점 내 얼굴이 되었다.


**


나는 늘 허기졌다.

무언가를 채워야만 했다.

사랑, 인정, 이해…

그 무엇도 정확하진 않았지만

나는 끊임없이

‘부족하다’는 감정에 사로잡혀 살았다.


그리고 그 감정은

내 욕심이 되었고,

내 약함이 되었고,

때로는 스스로를 미워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


아빠를 비롯한

남자들과 눈을 맞추는 것이 어려웠다.

대화는 항상 내가 듣는 쪽이었다.

그들의 말에 끄덕이고,

그들의 말에 맞장구치고,

내 생각은 가슴 안에 넣어둔 채,

“그래요, 맞아요.”

그 말만 반복하는

작고 가녀린 사람이 되었다.


**


나는 그때부터

‘나’가 아닌 무언가로 살아온 것 같다.

내 감정은 들키면 안 되는 것,

내 생각은 불편을 일으키는 것,

내 목소리는 너무 큰 것 같아서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조각들을 하나씩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무너졌던 마음,

조각난 기억,

숨기고 싶었던 표정들.


그 모든 것이

이제는 내가 나로 살아가기 위한

귀중한 단서가 되어준다.


나는 다시

나로 돌아가는 중이다.


그날의 나를 조금씩 꺼내와 치료해주고 있다..

조금씩, 매일 나를 안아주고 있다,

울고 있는 나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깊숙한 곳에서 꺼내

마주할 용기를 끌어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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