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은 나와 동생,
그리고 내 가족의 영혼을 조각나게 만들었다.
조각난 영혼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거나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의 가면을 쓰고 살아갔다.
나는 웃었고,
고개를 끄덕였고,
모든 걸 이해하는 척했다.
착한 아이,
순한 딸,
말 없는 여자.
그 가면은 점점 내 얼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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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허기졌다.
무언가를 채워야만 했다.
사랑, 인정, 이해…
그 무엇도 정확하진 않았지만
나는 끊임없이
‘부족하다’는 감정에 사로잡혀 살았다.
그리고 그 감정은
내 욕심이 되었고,
내 약함이 되었고,
때로는 스스로를 미워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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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비롯한
남자들과 눈을 맞추는 것이 어려웠다.
대화는 항상 내가 듣는 쪽이었다.
그들의 말에 끄덕이고,
그들의 말에 맞장구치고,
내 생각은 가슴 안에 넣어둔 채,
“그래요, 맞아요.”
그 말만 반복하는
작고 가녀린 사람이 되었다.
**
나는 그때부터
‘나’가 아닌 무언가로 살아온 것 같다.
내 감정은 들키면 안 되는 것,
내 생각은 불편을 일으키는 것,
내 목소리는 너무 큰 것 같아서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조각들을 하나씩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무너졌던 마음,
조각난 기억,
숨기고 싶었던 표정들.
그 모든 것이
이제는 내가 나로 살아가기 위한
귀중한 단서가 되어준다.
나는 다시
나로 돌아가는 중이다.
그날의 나를 조금씩 꺼내와 치료해주고 있다..
조금씩, 매일 나를 안아주고 있다,
울고 있는 나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깊숙한 곳에서 꺼내
마주할 용기를 끌어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