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쇠철사

꼭 잡은 두손

by 달항아리



그날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날은 평범한 어느 하루였고, 우리 자매는 그날 투닥투닥 다퉜던 것 같았다.


늘 그랬듯 집 안의 공기는 팽팽하게 조여 있었다.

아빠는 화가 나 있었다. 그렇게까지 화내실 일을 했을까?



아빠가 그렇게 화난 이유는 지금도 모르겠다.

무엇 하나 잘못한 게 없었는데, 그냥 그렇게...

아빠의 마음속엔 분노가 차올랐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순간,

아빠는 쇠철사를 들고 자신의 다리를 마구 내리쳤다.

우리를 잘못 가르쳤다는 이유로 아빠 자신이 벌을 받아야 된 다는 것이었다.

피가 났는지, 멍이 들었는지 볼 틈도 없었다.


우린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현실이 아닌 것처럼 멍하니 바 다 봤다.

나와 여동생, 둘 다 말없이 얼어붙은 채.





그 소리.

쇠가 살을 때리는, 마른 뼈와 피가 맞부딪히는 그 날카로운 소리.

그건 지금도 귀 안에 남아있다 그리고 아빠의 얼굴.

분노와 절망이 뒤섞인 눈빛.


우릴 향하지도 않았지만, 동시에 너무도 우리를 조여왔던 그 표정.



나는 숨이 막혔다.


내가 뭘 어떻게 해야 이 순간이 멈출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도와야 할지도, 어디로 도망쳐야 할지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여동생 손을 잡고, 그냥 그 자리에 조용히 있었다.

움직이면, 말하면, 더 무서운 일이 생길까 봐.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자라났고, 그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소리'에 민감해졌다.

갑작스러운 고함, 무언가 깨지는 소리, 발걸음이 크게 울리 는 집안.

그 모든 게 과거를 불러왔다.

그날, 우리 앞에서 자신을 해쳤던 아빠는 여전히 기억 속에 선명하다.

어쩌면 그날 아빠도 아팠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평생 그 장면을 마주하고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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