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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해영 Feb 14. 2024

공동체 위한 희생? 속마음 매만져봐(왕소군 설화)

 공동체를 위해 개인 삶을 희생한 사람의 속마음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본인을 희생하고 공동체의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살아간 인생도 있다.  세상을 아름답게 볼 경우 이런 삶과 교감이 되어 흠모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그런 삶을 닮아보려고도 한다.     


공동체의 대의를 위해 살아간 삶은 어떤 것일까? 어루만져보고 싶고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싶다. 그런 삶에도 사사로운 희망이나 행복이 있었을까? 아니면 공동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짐일까?     

 

공동체의 어려움을 해결할 때 지배층이 책임을 지지 않고 피지배층에게 희생의 삶을 요구하고 경우가 왕왕 있다. 지배층은 그런 삶을 숭고하다고 의도적으로 포장하고 선전한다. 희생된 개인의 희망과 행복을 애써 외면하고 대신 헌신 등으로 활자화하였으며 이제는 옛날의 아름다운 이야기로만 남게 됨이 아닐까?     



 

왕소군 목숨을 늘린 아들


왕소군이 아들을 뒀는데 문복쟁이(점쟁이의 강원도, 전북 사투리)가 두 늙은이에게 말하길, 만덕(늙은 덕)으로 난 자의 평생 팔자가 어쩔는지 점을 쳐보자고 생년월일을 물었다. 오월 단옷날이다 말을 하니까

문복쟁이가 말하기를,


“갸! 키가 문 위의 쩌그(저기) 닿으면 당신 두 늙은이는 죽겠다.”     

이젠 팔자가 좋을까 싶어 점을 쳤더니 오히려 그런 소리를 들어 근심만 생겼다. 


“그럼 면할 수 있겠나?  못 면한다.”

아! 늘그막에 어린 아들을 두고 우리가 먼저 지하로 가면 되겠나 싶어 서러워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해가 살핏하니 들고 아들이 집으로 와서 보니깐, 부모가 섧게 우는 거야.

“무슨 일입니까? 아~ 너 알 일이 아니다.”  “어째 저는 자식인데 알 일이 아닙니까? 아! 네가 알아선 아니 되니 넌 안 알아도 괜찮으니 내버려 두어라.”     


“부모자식 간인데 물어도 알 일이 아니다고 하니 천륜이 끊어졌습니다.” 그리고는 정지(부엌)에 가서 식도를 가져와서 목에다 딱 걸고  “말 안 하시면 전 죽습니다!” 그러자 부모는 할 수 없이 문복쟁이와의 이야기를 말하며      


“쩌그에 네 키가 닿으면 우리 둘은 죽는단다.”      


아들이 걱정 말라하며 밖으로 나가 대목쟁이(목수)를 데리고 와서는  “저 위 도리 털고서 문을 더 윗도리(기둥과 기둥사이에 넣어 서가래 받치는 용도)에다 내어 장달이 문을 높여줘!” 


아버지 어머님! 인제 오래 살아도 키가 저기까지 안 올라가니 두 분도 오래 살고 저도 망건장생 안 하겠습니까?  그래 소인은 안되지만 대인은 된다는 얘기가 있지, 소인은 안돼!   




      


내가 세상사의 중심인데도 우리를 위해 살아간 삶     


흔히 말하길 세상의 중심은 나다. 내가 있어야 세상도 있지 내가 없으면 세상사도 소용없으므로 나를 위해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은 외부의 어떤 것을 보고 듣고 느껴 내 기준 내 취향에 따라 재단한다. 그러다 보니 세상사 내 위주로 생각함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역사에서는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왕소군의 행위를 멋지게 표현하고 있으나 설화는 그녀의 속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왕소군 속마음이 우리와 같음을 말하고 있다. 혹자는 본인도 위하고 공동체도 위한 삶이 결국 우리를 위함이 됐을 거라고 한다.  감히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를 위해 희생한 삶이지만 내면에는 세상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나를 위한 삶이면 좋았겠다을 기억하라고 주장함일 수도 있다.        

            

또한 역사무대에서 각자의 역할이 있고 미리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이 있으며 자기의 인생교번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주어진 운명에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것 같다.     


왕소군     


중국 고대 4대 미인에 속한다.  그녀는 양가에서 태어나 깊은 공부를 하였으며 비파와 서예에도 능했다. 재주와 미모가 소문이 나서 궁녀로 뽑혀갔지만 황제의 비빈으로 선발되진 못했다. 황제는 신입 궁녀들의 그림을 보고 간택을 하였는데 그녀는 화가에게 뇌물을 주지 않아 밉게 그려졌다 한다. 


궁녀 생활 중에 흉노의 선우(왕)가 한나라의 공주에게 장가가고 싶다고 요구하자 황제는 자기 딸을 열악한 곳으로 보내기 싫어 왕소군을 양녀로 삼아 대신 시집을 보냈다. 


초원으로 가는 도중에 비파연주를 하였는데 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가 그녀의 미모와 연주 소리에 정신을 뺏겨 날갯짓을 잊어 땅으로 떨어졌다는 전설이 있다. 


그녀는 흉노와 한나라의 평화를 위한 삶을 살았다. 망토를 걸치고 바파를 품은 채 눈물을 꾹 참으며 비장한 눈빛을 하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도 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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