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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베럽 Jul 13. 2023

노력 없이 성공할 수 있는가

말도 안 되는 소리

최근에 발행 취소한 글이 하나 있다. 내가 탈퇴해 버린, 부동산 투자 카페에서 만난 독서모임 이야기다.

발행을 취소한 이유는, 글에 당시의 기분을 무작정 토해낸 상태라 그들의 생각을 미처 존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와 다름을 존중하지만 인정하지 않음으로 생각이 정리된 지금, 다시 한번 글을 써보려 한다.



내가 그 독서모임을 탈퇴한 이유는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었다.

그날의 독서 주제는 발레리나 강수진 님의《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를 읽고 나누는 대화였다. 30~40대가 주축인 그 모임은 주로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 모두 부동산을 통해 부자가 되는 꿈을 꾸고 있기에 자기 계발을 하고자, 강의를 통해 만난 사람들끼리 독서모임을 매달 1번씩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나와 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생각을 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의심으로 번지다, 결국 확신으로 마무리 됐다. '다르다'라고.


우리는 아주 진부한 말들을 삶을 살며 들어온다. '노력을 해야 한다', '꾸준히 해야 한다', '시간을 아껴야 한다' 등의 아주 당연한 말들. 누구나 아는 말들. 그러나 누구나 하지 않는 일. 성공한 사람 중에 이 진부한 것들을 하지 않고 성공한 이 가 한 명이라도 있을까. 발레리나 강수진은 이 진부한 일들에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이다. 한국에서는 그의 얼굴 보다 그의 발 사진이 더유명하다.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다리가 골절돼도 연습하려 했고, 그게 안되자 침대에 누워서도 연습하는 사람이 강수진이다. 그의 노력은 가히 '초인'의 경지에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노력의 과정에 그의 신체는 변형되었고, 그 결과로 그녀는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가 되었다. 독서모임에서 만난 이들은 그의 노력에 '대단하다', '이렇게 살면 뭘 해도 성공할 것 같다'에 동의했다. 그리고 곧이어 '이렇게 산다는 건 너무 힘들 것 같다. 이렇게 까지 살고 싶지는 않다.'에도 전부 동의했다. 나는 그의 '최고의 삶을 살고 싶다면, 최고의 노력을 해라'에 동의해 발제를 한 것이지만, 돌아왔던 대답들은 내겐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우연히 그 시간에 집에 놀러 왔던 처제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독서모임을 2시간 동안 옆에서 이어폰을 끼고 같이 들으며, 끝나자마자 내게 했던 말이 쐐기를 박았다.


"여기서 형부가 배울 게 있어요?"


그랬다. 없었다.

인간관계라는 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될 때 유지가 된다. 우리가 친구를 만나 함께 노는 시간이 즐거운 이유는 그들과 내가 평등한 위치에서 서로에게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구 관계가 평등하지 않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누군가는 편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불편할 것이고, 그런 모임은 불편한 사람이 곧 떠나게 돼있다. 어린 시절 친구라면 이런 평등함으로 이야기할 수 있지만, 사회에서 만난 친구라면 '생각의 수준이 비슷함'으로 '평등'과 치환할 수 있다. 생각의 수준이 다른 사람은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내게 투자란 '자본주의 사회에서 숨 쉬듯 해야 하는 것'이었고, 그들에게 투자란 '부자가 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처음엔 '나의 의견이 그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쭙잖은 생각으로 그 모임에 꾸준히 참여했으나, 그것이 어렵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었고, 이제는 내가 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까 봐 그 모임에서 도망치듯 나왔다.


어제, 같은 카페에서 만난 또 다른 그룹과의 독서모임이 있었다. 그들은 20~30대가 모여있고, 주로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다. 어린 나이에 투자 공부를 하고, 현실을 타개하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에 기특함을 느꼈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 말을 좀 더 많이 하게 되고, 급기야 이번 모임에선 내가 추천한, 내가 아니었음 평생 읽을 일 없었을, 철학책을 읽고 왔다. 최진석 교수님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 그것이다. 이 책은 요즘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트레바리에서의 첫 모임에 읽었던 책이다. 내가 이 책에서, 교수님의 강연에서, 그리고 교수님의 제자 중 한 명인 클럽장에게서 배운 것들을 전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책임감 같은 것이 생겨 어제 독서모임 2시간 동안 내가 1시간 이상 떠들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그들에게서도 비슷한 주제의 이야기가 나왔다. '노력하지 않고 성공할 수 없는가', '노력은 힘들다, 귀찮다'. 그래서 내가 1시간 동안 떠들며 했던 이야기의 핵심을 다시 이야기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게 된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아라'. 그렇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글을 써보기를 권했다.


발레리나 강수진의 노력은 옆에서 보기에 힘들다. 그리고 그 역시 "이렇게 살면 힘들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리고 그는 답한다 "다들 이렇게 살지 않나요?"


이 대답이 가능한 이유는, 그에겐 '이렇게 사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이기에,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사는 삶이기 때문에, 그걸 간절히 원하는 사람은 그에 따른 노력 또한 당연하다. 그러나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한다면 노력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것이고, 부질없는 일이 되어 버린다. 그러니 당연히 힘들고 귀찮다.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나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언젠가, 나는 강연가로 사람들 앞에 설 것이라 예상한다. 물론, 그만한 사회적 증거를 갖춘 이후의 일이겠지만 누군가에게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은 내 삶에 꽤 큰 기쁨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제 한 독서모임은 그런 강연의 '예행연습'쯤 되리라 생각한다. 나의 노력으로 그들이 좀 더 긍정적 변화를 맞이한다면 이 또한 재미있는 일 아닌가. 인생은 재미있게 사는 것이다. 니체의 '영원회귀'를 나는 매 순간 재미있게 살기 위한 노력으로 받아들였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사는 삶은 과정도 재미있고, 결과도 재미있으리라. 그렇게 삶의 매 순간을 재미있게 사는 것이 내 궁극적 목표다.


오늘도 나는 '멋있는 천재'가 되기 위해 재미있게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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