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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베럽 Sep 22. 2023

왜 나는 마지막 인간이 아닌가

나는 누구인가 7th

니체의 사상에서 마지막 인간과 초인은 생각해 볼 만한 주제인 것 같다. 어제 술자리에서 만난 독서모임 클럽장님은 "정일님이 알고 계시는 마지막 인간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으셨고, 나는 "제가 닮고 싶지 않은 부류의 인간이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클럽장 님이 알려주신 마지막 인간이 내 머리를 때렸다.


"마지막 인간은 아침 일찍 일어나요. 아침 식사로 요거트와 아몬드를 먹죠. 운동도 열심히 합니다.  회사 가기 전에 독서도 하고 영어공부도 하죠. 마지막 인간은 어제보다 늘 나은 오늘을 꿈꾸거든요. 회사에 가서는 오전에 어려운 업무를 처리합니다. 이메일은 오후에 읽죠. 효율적으로 일하는 사람이거든요. 능력 있는 사람이라 승진도 빨리합니다. 점심 식사는 옆 부서 사람들과 하죠.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잘 아는 사람이거든요. 시사에도 밝아야 하기 때문에 늘 가는 사이트에서 공부도 합니다. 마지막 인간은 모든 언론이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기에 왜곡된 뉴스를 퍼트리는 사이트는 들어가지도 않죠"


여기까지 들었을 때 '난데? 왜 내가 마지막 인간이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하신 말씀이 내게 뭔가 불편한 지점을 건드렸다.


"마지막 인간은 주식과 부동산 같은 투자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부자가 되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내 집 마련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든요. 주말엔 부모님이 주선한 소개팅도 합니다. 결혼을 해야 하니까."


이 부분은 명백히 내 생각과 달랐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숨 쉬듯 해야 하는 것이고, 돈을 넘어 이상을 좇는 이에게 부자란 당연한 전리품인데..? 배우자는 내 의지로, 내가 원하는 사람을 골라야 의미 있는 것인데? 뭐지?? 마지막 인간이란 게??


그렇다. 마지막 인간은 사회의 잣대에 자신을 끼워 맞춰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초인은 반대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다. 클럽장님은 "마지막 인간과 초인은 사람이 아니라 상태입니다"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이 둘의 중첩상태에 있음을 알았다.


운이 좋게 세상은 돈이 다가 아님을 깨닫고, 이를 알려주기 위해 작은 독서 모임 하나를 운영하고 있다. 이타적인 듯 한 이 행동은 사실 매우 이기적인 행동에서 발현된 것이다. 누군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끈다는 것은 내 기분이 좋았고, 누군가를 가르쳐 보는 경험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더욱 공고히 만들 수 있는 최고의 학습법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한 행동이다. 초인의 단초가 이런 행동에 있다 생각한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끊임없이 배운다. 이 과정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실패를 딛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나는 내 이상에 다가간다. 즐겁다.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인생을 즐기는 자다. 

세상은 즐길 것투성이다. 높은 이상을 이루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하는 노력의 과정 또한 매 순간 성취감으로 채울 수 있고, 인간의 몸으로 세상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지만 그에 가까워지기 위해 평생 노력할 수 있지 않은가. 니체가 말하는 영원회귀처럼 내 삶을 영원히 반복한대도 즐거울 수 있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인생 아닌가.


나의 이상인 '거인'은 언뜻 보면 사회적 시선을 의식한 목표일 수 있다. 내 거인의 정의가 '사회적 성공을 이룬 존경받는 인물' 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내면엔 나의 의지가 있다. 멋있는 천재가 되고 싶다. 수준 높은 인간이 되고 싶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수준 높은 멋있는 천재'가 될 수 있는가? 의 고민 끝에 '거인'이 그것이라 도출됐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업가는 사회의 난제들을 풀어나가며 성장한다. 그렇게 개인을 넘어 사회의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여 결국 성공해 내면, 점차 천재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누군가의 존경을 받는 사람은 멋있다. 단순한 성공만으로 존경을 얻을 수 없다. 존경이란 그의 인격과 사상을 높이 받들어 줄 때 생기는 마음이다. 그런 인격과 사상을 갖추기 위해 지금부터도 삶을 허투루 살 수 없다. 이런 시간들이 쌓여 수준 높은 인간이 완성되고, 존경받는 인물로 거듭난다. 이렇게 지독히도 어려운 것이 '거인'이다. 이런 이상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나는 마지막 인간의 상태에 머무르지 않는다. 매 순간 초인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인간인 이상 언제고 마지막 인간의 상태는 마주할 수밖에 없지만, 나는 마지막 인간으로 남지 않겠다.

어젯밤, 그리고 오늘 내 '철학하기'의 결과를 이렇게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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