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에세이
매일 같이 뛰는 나의 코스가 있다.
북한산 자락길이라는 곳을 발견하고, 산책을 다니다가 뛰기 시작했는데 정말 너무나 취향 저격당한 코스다.
비 온 다음날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뛰는 기분이란, 정말이지 상쾌하단 표현으론 부족하다.
특히나 5월 즈음해서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는데, 세상 그 어느 향수보다 고운 향기가 산 전체에 퍼져 있어 달릴 때마다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오늘은 좀 특별한 광경을 목격했다.
비가 오니, 아카시아 꽃이 물에 젖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나뭇가지가 부러진 것이다.
아름다운 꽃을 피워 좋은 향기를 내주는 아카시아 나무지만, 진화의 과정에서 이런 일에 대한 대비는 아직 안되었는지 나뭇가지가 꺾이고 말았다. 어째서 나무는 꽃이 젖을 때를 대비해, 꽃잎을 적당히 피우지 못했을까? 번식률을 높이고 싶은 욕심이었을까.. 자신의 아름다움에 취해서인가..
이런 생각을 하니 새삼 와닿는 것이 있었다. 세상일이 다 비슷하지만, 특히 사업에서 한때 잘 나간다고 만약을 대비하지 않고 무턱대고 달려 나가면, 바로 그 만약이 도래했을 때 꺾이고 마는 것이다. 그것은 온갖 문제로 나타날 것이다. 어떤 때는 누군가의 시기로, 어떤 때는 자신의 결정이 초래한 결과로, 어떤 때는 그저 운이 좋지 않아서 우리는 시련을 맞닿뜨린다. 그 시련에 꺾이지 않고 이겨내려면 대비를 해야 한다. 아카시아 나무라면 약한 가지에는 꽃을 많이 피우지 않는 것으로, 사업이라면 약점을 파악하고 보완하거나 강점을 극대화시켜 약점을 상쇄시키는 방법으로. 어느 쪽이든 지금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는 사람, 사업은 보완할 기회가 있는 것이다. 자신의 약점을 모르거나 회피한다면 시련에 꺾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 만약은 어느 순간이고 분명히 온다. 운이 좋아 그 일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지길 바라는 경우에 성공하는 사람, 사업은 못 봤다. 오직 미리 준비한 경우에만 물 흐르듯 지나가는 일이 되는 것이다.
준비하자. 나의 약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공격당할 수 있을까. 그것에 대비할 수단은 무엇인가? 늘 고민하고 답을 찾는 시간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