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노루의 집 교래자연휴양림

by 김용희

"아빠, 엄마. 오늘 우리 오늘 교래자연휴양림 가볼까?"


"교래자연휴양림?"


"응. 나도 안 가보긴 했는데, 검색해 보니 경사도 많지 않고 걷기도 좋은 것 같은데.... 잠시 다녀오면 어떨까?"


나는 부모님 모시고 갈 만한 곳을 검색해 봤지만, 아무래도 걷기 완만한 곳이 좋을 것 같단 생각에 함께 교래자연휴양림에 가보기로 했다.


교래자연휴양림은 천연 원시림이 보존된 곶자왈로, 난대와 온대 식물이 함께 자라는 제주의 산림지에 위치한다. 전국에서 유일한 곶자왈 생태 체험 휴양림으로 치유와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연중 기온변화가 크지 않아 용암지대임에도 불구하고 구실잣밤나무, 남오미자, 산딸나무, 아왜나무, 종가시나무 등 다양한 식물 종이 곶자왈에 서식하며, 곶자왈의 미기후는 남방한계 식물과 북방한계 식물이 공존할 수 있는 특이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곶자왈에서 동시에 발견되는 온대성 식물인 일색고사리와 난대성 식물인 나도히초미 고사리 사이에 속간 교배를 통해 새로운 종이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 교래자연휴양림을 구경해 보기로 했다. 내비게이션에 교래자연휴양림을 입력하고 차를 몰았다. 교래자연휴양림 앞은 주차가 편해서 좋았다. 나는 돌에 새겨진 '교래자연휴양림'이라는 글씨 앞에 섰다. 어디선가 싱그러운 공기가 불어왔다. 그간 푹푹 찌는 폭염과 잦은 여름비로 산에 자주 방문하지 못했었는 데 간만에 방문한 휴양림의 깨끗한 공기가 나의 기분을 한층 들뜨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나는 갑자기 행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각종 안내판을 빠르게 촬영했다. 나는 놀이터에 온 아이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엄마, 아빠. 나는 이런 숲이 정말 좋아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런 나를 보고 껄껄 웃었다.


입구에서 매표소로 들어서니 제주 전통 초가집 건물이 보였다.


"우와. 여기는 초가집으로 매표소를 지었네. 곶자왈이 잘 어울린다."


평소 다른 오름에 가면 현대식 건물이 많은데, 이렇게 초가집으로 매표소를 지어놓으니 더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매표소에 다가가 신분증을 내밀었다.


"저는 도민이고요. 저희 부모님은 만 65세 이상입니다."


"그러시면 무료예요. 미리 신분증 준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매표소 직원분께 신분증을 미리 준비해 주셔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들으며 입장료도 무료라는 말씀을 들으니 나도 모르게 황송한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우리 어디로 갈까?"


안내 지도 앞에서 아버지께서 어디로 갈지 고민하셨다.


"숲속의 초가 먼저 가자."


지도를 보고 있던 나는 아무리 찾아도 숲속의 초가가 안 보였다. 자세히 보니 가장 왼쪽 아래 구석에 있는 곳이었다. 아마 아버지께서는 구석부터 천천히 이곳을 다 둘러보고 싶으신 모양이다.


"응. 그러면 여기 먼저 가요."


우리는 오름 산책을 뒤로 하고 숲속의 초가 쪽으로 향했다. 이름만 들어서는 뭐 하는 곳인지 몰랐었는데, 가서 직접보니 사람들이 묵을 수 있는 숙소 였다.


"여기 빌릴 수 있는 숙소인가 봐. 초가집에서 묵는다니 낭만적이다."


나는 혼자 중얼중얼하면서 초가집 여기저기를 구경했다.


"다음 집도 가보자."


우리는 첫 집을 구경하고 길이 나 있는 방향으로 다음 초가집을 구경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어? 저게 뭐지?"


초가집 마당에 움직이는 노루 모형이 있었다. 어젯밤에 SF 소설을 읽다가 잠이 들어서 그런지 노루 모형의 눈이 빨갛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설마, 쟤 진짜 노루야?"


노루모형을 자세히 보던 나는 놀라서 소리쳤다. 잎에 풀을 물고 오물오물하는 모습을 보니 진짜 살아있는 노루가 맞았다.


"노루 맞는데?"


아버지도 놀라셨는지 목소리가 커지셨다. 나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서 노루 사진을 찍었다.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도 이곳 노루는 사람을 많이 경험했는지 도망가지 않았다. 최대한 가까이 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핸드폰을 들고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는 나를 보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용아, 너무 가까이 가지 마. 쟤도 밥 먹어야지."


나는 아버지 말씀대로 노루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 자리에 서서 줌을 최대한 당겨서 사진을 찍었다. 이번 노루는 작고 귀여웠다. 머리에 뿔도 달려있었다.


"노루가 새끼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몸집이 크진 않네."


아버지가 한 말씀 하셨다.


"그러네."


어머니도 신기하신지 뒤에서 노루를 살피며 말씀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초가집 마당에서 한 참 노루가 풀 뜯어 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곶자왈로 들어가면서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완전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맞네. 쟤가 왜 저기서 나오지? 한라수목원에서는 찾아도 없더니, 여기 와보길 잘했다."


나는 이 책을 쓰고 있는 나의 감정을 아버지께서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아 기뻤다.


"그러게. 어떻게 그때 노루가 딱 나오지?"


어머니도 신기해서 말씀하셨다.


"그니까. 나도 진짜 신기하네."


'노루야 진짜 고마워.'


나는 부모님께 모습을 보여준 노루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우와. 여기 좀 봐. 바위 위에 나무뿌리가 내렸네. 진짜 신기하다."


곶자왈을 한 참 걷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곶'은 숲을 말하고, '자왈'은 돌멩이를 말하는 데, 곶자왈은 '돌이 많은 숲'이란 뜻이에요."


나는 얼마 전 글을 쓰기 위해 공부했던 내용을 말씀드렸다.


"오, 진짜?"


부모님께서 관심 있어 하시니, 숲에 대해 더 많은 걸 설명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부모님을 안내해 드리려니 생각나는 게 많진 않았다. 나는 산을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들께 이것 저것을 배우기도 했지만 아무도 없이 혼자 실전에 투입되니 그 나무가 그 나무 같고 그 나무가 그 나무 같았다. '숲에 대해 더 많은 내용을 공부해 둘걸...' 다음번 여행에는 내가 나무나 숲에 대해 더 공부해 놓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아는 건 없고, 부모님께 설명은 드리고 싶고... 괜스레 나는 확실히 알고 있는 천남성에 대해 말씀드렸다.


"이 풀은 독성이 있는 풀로 천남성인데... 예전에 사약을 만들었대요. 독성이 있어서 만져도 안 돼요."


"정말?"


어머니는 까치발을 들고 천남성을 피하는 액션을 취하셨다. 나는 자연에 대해 짧은 지식을 갖고 있지만 천남성이라도 확실히 공부해 둬서 다행인 것 같다.


교래자연휴양림은 230만㎡의 방대한 규모의 숲이라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곶자왈 안은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입구에는 차가 좀 있었는데... 사람들은 어디 있지?'


잠시 생각하는 동안 부모님께서 이야기하시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는 혼자서는 못 오겠다. 사람이 너무 없네."


"그러게.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셋이 왔잖아."


'평소 나는 이런 숲에 혼자 잘 다니는데....'


그런 말을 하면 부모님께서 걱정하실 것 같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곶자왈은 꽤 넓었고, 우리는 천천히 사진을 찍으며 곶자왈을 구경했다. 다행히 경사가 없어서 부모님도 걷기 힘드시지 않은 것 같았다. 입구 가까이에서 사람들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몇몇은 샌들이나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여기 슬리퍼 신고 오는 사람도 있네? 걷기에 그리 어려운 곳은 아닌가 봐."


나는 놀라서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그래도 운동화는 신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나는 발이 좀 불편한데...."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맞아. 슬리퍼는 좀 위험할 것 같아."


아버지께도 말씀하셨다.


그렇게 한 참 곶자왈을 구경하고, 우리는 다시 입구로 나왔다. 입구에는 지붕이 씌워진 커다란 쉼터가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쉼터에 정수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야. 나는 곶자왈 다니면서 정수기 있는 곳은 처음 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외국 사람들이 여기 오면 놀라겠다. 깨끗한 물이 공짜잖아."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정수기에 다가가서 물을 한 컵 드셨다. 나는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나중에 여기를 추억하면 할 이야기가 많겠다.'


나는 특별한 것도 없는 부모님의 걷는 모습, 대화하는 모습, 사진 찍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나중에 혹시 오늘을 추억하기 좋을 것 같아서였다.





"노루가 초가집에 아직도 있을까? 한 번 궁금해서 보고 싶은데...."


나가려는 데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사실은 나도 한 번 다시 가보고 싶어. 만약 노루가 아직까지도 풀을 먹고 있으면 노루 오늘 진짜 포식한 거야."


"맞지. 맞지."


우리는 다시 두 번째 초가집 마당으로 갔다.


"노루 없네"


"힝, 갔나 봐. 아쉽다."


나는 괜스레 초가집 주변을 서성거렸다. 초가집 옆으로 산이 연결되어 있는 데, 아마 노루에게는 초가집이 산이고 산이 곧 초가집인 것 같았다.


"노루가 무슨 풀 먹은 거지?"


나는 아까 다가가지 못했던 노루가 있었던 곳으로 가까이 가보았다.


"이 풀은 아니고 이 풀인가 본데...."


어머니가 풀을 가리키셨다. 나는 재빨리 사진을 찍었다.


"이 풀이 연하고 맛있나 봐."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풀 맛이 다른가? 아까 진짜 맛있게 먹던데."


"그러게. 이 풀이 맛있나 봐."

노루가 좋아하는 풀이름이 무슨 풀인지 알면 좋을 텐데 우리 중에는 풀이름을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 가자."


부모님과 내가 돌아 나오는 데, 나뭇잎에 붙은 달팽이가 보였다.


"엄마, 여기 달팽이 있네. 얘들은 이렇게 맑은 날에는 나뭇잎에 붙어 있다."


사진을 찍는 나를 보며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여기는 용희가 생태 관찰하기 좋은 곳 같다."


입구로 나가려는 데, 한라수목원에서 봤던 파란 줄 제비나비가 이 곳에서도 날아다니는 게 보였다.


"아빠, 저 나비. 귀한 나비다."


나는 나비를 따라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나비는 빠르게 날았지만, 이번에는 다행히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아빠, 나 나비 사진 찍었어. 전에 한라수목원에서 찍고 싶었던 나비가 이 나비야."


나는 자랑스러운 나비 사진을 아버지께 보여드렸다.


"오. 잘했어."


그렇게 우리 가족은 오늘 교래자연휴양림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나는 오늘 우리에게 나타나 준 노루와 달팽이, 나비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며 교래자연휴양림을 나왔다.



<찾아가기>

주소: 교래리 산119

노루와 달팽이, 나비를 관찰할 수 있어요.

교래자연휴양림

부모님 모시고 가기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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