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선두를 서 주시는 선생님이 따로 계시고, 어린이가 많을 때는 사장님이 직접 마장에 나오셔서 지도 해주시기도 하시는 데, 이날도 사장님은 미정 선생님이 계시는 트랙 반대편에서 지도를 해주셨다.
어린이들이 많을 때는 선두가 달리는 속도를 많이 높이지는 않는데, 빨리 달리는 것보다 느리게 달리면서 말을 섬세하게 컨트롤하는 것이 더 어렵다. 속도가 느리다 보니, 나는 경속보보단 좌속보로 선두 마를 따라 달리게 되었다.
좌속보를 잘하게 되면 구보는 저절로 잘하게 된다고 들었는데, 이참에 좌속보를 제대로 배우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특히 볼케르는 회원들 사이에서 좌속보를 알려주는 말로 유명하다는 데 한 번 경험해 보고 싶기도 했다.
나는 볼케르를 타고 나름의 방식으로 좌속보를 시작했다. 내가 지나갈 때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용희 씨, 잘하고 있어요. 꼬리뼈를 안장에 딱 붙이고 절대로 떼지 마세요."
나는 최대한 꼬리뼈를 안장에 붙이고, 한 바퀴 돌았다. 사장님은 내가 옆으로 지나갈 때 말씀하셨다.
"용희 씨, 다리는 최대한 말의 움직임을 표현해 준다고 생각하고요. 배치기를 해도 되고, 고관절을 움직여줘도 되고, 골반을 좌우로 움직여 줘도 되는 데, 움직임은 말에 맞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보세요. 다만 하체는 멈춘 채 있는 게 아니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해요. 말은 부지런하게 타는 거예요."
평소 사장님은 부드럽고 말수가 별로 없으신데, 강습은 뭔가 문학적인 방식으로 하셔서 상상력을 자극하시니까 더 재미있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사장님의 말씀을 듣고, 나는 지금 자전거를 타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두 번째 바퀴에서 사장님이 다시 말씀하셨다.
"다리는 부지런히 움직이지만, 상체는 새의 날개라고 생각하세요. 새는 날개를 파닥거리지 않잖아요. 우아하게 편다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고정해 주세요."
나는 사장님의 강습을 듣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켄타우로스를 연상했다. 다리는 부지런히 말의 움직임을 표현하고, 상체는 새의 날개라고 생각하면 아마 내 몸이 날개가 달린 켄타우로스가 되면 되는 걸까 싶다.
나는 사장님의 표현력이 너무도 신기해서 다음번에 기회가 닿으면 또 강습을 들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고, 오늘 수업으로 곧 나도 인마일체를 이루게 될 것 같은 상상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