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 아버지께서는 체육관에 가는 내게 걱정스러운 듯 말씀하셨다.
"다치지 말고, 조심히 하고 돌아와."
아버지께서는 내가 주짓수하는 걸 무척 걱정하시는 눈치셨긴 했지만... 난 이미 시작한 걸 어쩌나 싶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내가 주짓수라는 특별한 운동을 시작하면서 너무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덜컥 시작했다는 점인 것 같다.
특히 승급 시스템이 그런데, 주짓수의 승급 시스템은 상당히 독특하고 오래 걸린다. 흰띠에서 파란띠가 되는 데 약 2년, 보라띠 까지 2~3년, 갈색띠까지 2~3년, 검은띠까지 2~3년 해서 흰띠가 검은띠가 되는 데는 총 10년이라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음... 10년이라고?'
그래서 주짓수는 회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서 같은 띠 내에서 자신이 어느 정도의 위치인가를 나타내기 위한 '그랄'이라는 등급을 표기한다고 한다. 주짓수 띠에 보면 검은 부분에 하얀색 띠를 감는 데, 1 그랄 당 4~5개월이 소요돼서 4 그랄 때까지는 대략 1년 6개월 정도가 걸린다.
이렇게 익숙해지는 데 오래 걸리고 어려운 운동인 줄 알았더라면 좀처럼 쉽게 시작하기 어려웠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등록해서인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사실 천천히 조금씩 해도 된다고 하면 10년이라는 수련 기간이 문제가 되진 않는 것 같은데, 가장 걱정되는 건 부상이었다.
유튜브에서 보면 흰 띠일 때는 사람이 멀쩡하다가 승급이 될수록 붕대를 감고 도장에 오는 동영상이 있는데, 왠지 배우면 배울수록 그 동영상이 맞을 수 있다는 게... 사실 불안하다면 불안했다. 내가 남들보다 두려움이 많아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천천히 배우면 배웠지, 운동하다가 다치는 일은 없었으면 했다.
그래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심리적 장벽이 높은 운동을 한번 시작해 봤다는 점이랄까?
처음 일주일 간 나는 매트에서 구르는 기본 동작들을 익혔다. 주짓수 기본 동작을 20번씩만 해도 땀이 많이 나고 척추가 시원하기도 해서 난 스파링은 하지 않고, 그냥 매트에서 구르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기본기를 잘 다져놔야 응용 동작도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에 나름대로 열심히 굴렀고, 그렇게 하다 보니 전방으로 경사져 있던 고관절이 조금 펴지기 시작해서 골반도 어느새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싶었다. 확실히 코어의 힘과 균형을 잡는 건 주짓수가 좋은 것 같다. 부상 없이 계속 이렇게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체육관에서 조금 생활하면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주짓수 체육관에는 대부분 어릴 적 복싱, 태권도 등을 하신 운동선수 출신이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았고, 몸을 쓰는 법을 잘 아셔서인지 대부분이 부상에도 어느 정도 여유롭고 유연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나는 말의 허리 디스크 방지와 마상무예를 좀 익히고 싶어서 주짓수에 등록한 건데, 내가 너무 어려운 무술을 선택한 건 아닐까 싶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기본자세를 익히기 위해 열심히 구르다가 문득 옆을 보니 체육관 벽면에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다.
<겁쟁이들은 시작조차 하지 않았고, 약한 자들은 중간에 사라졌다. 그래서 우리만 남았다.>
그걸 보고 어쨌든 난 나약해지기 싫어서 계속 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