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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희 Nov 26. 2024

17. 주짓수는 힘을 입체적으로 써요.

다음 날 도장에 갔을 때 머리보다는 오른쪽 목 옆이 아팠다. 왜 뒤통수를 부딪혔는데 목 옆이 아픈 건지 신기하기도 궁금해서 관장님께 여쭤보았더, 큰 부상은 아니어서 인지 타박상이면 원래 여기저기 아프니 그럴 수 있다고 하셨다. 이번 통증은 내가 느끼기에도 하루 이틀이면 없어질 것 같아서 처음보다는 그다지 걱정이 되진 않았다.


주짓수를 배워보니 아프기도 하지만 평소 쓰는 힘의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몸을 움직여서 힘을 쓴다는 게 좀 재밌게 느껴졌다. 나는 관장님께 질문을 드렸다.  


"관장님, 평소 일상에서는 원래 몸을 앞 뒤로 움직이잖아요? 그런데 주짓수는 회전하는 힘을 쓰니까 몸을 더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관장님은 웃으며 대답하셨다.


"맞아요. 브라질리안 주짓수를 창시한 그레이시 가문에서는 원과 삼각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주짓수에서는 원형으로 움직이면서 공격하는 상대의 힘을 흩트려 트리고, 삼각형으로 몸을 만들어 중심을 잡아 움직이는 것도 중요해요."


매트에 누워 서 있는 상대를 막아내는 수비자세인 가드 포지션에서 상대에게 패스를 당하지 않기 위해 리커버리를 할 때, 옆으로 누워 어깨, 팔꿈치, 무릎으로 삼각형을 만든 뒤 어깨로 구르면서 피하기도 하는데 삼각구도는 이렇게 힘은 쓰는 걸 말씀하시는 것 같다.


확실히 힘을 앞 뒤로만 쓰는 것보다 회전력을 이용해서 입체적으로 쓸 때 재미가 느껴진다.


"저, 관장님. 우리 체육관 모토가 '배우거나 이기거나'잖아요? 혹시 이기려고 안 하고 배우기만 해도 되나요?"


살짝 다치긴 하지만 새로운 움직임을 배운다는 게 재밌어지던 나는 관장님께 용기를 내어 여쭤보았다. 다들 이기려고 적극적으로 하는 무술 도장에서 다칠까 봐 조심조심하는 내가 너무 나약한 건 아닌지 고민스럽던 터였다.


"그럼요. 이기려고 너무 애쓰는 게 더 문제죠. 그렇게 하면 다치기도 하고 오래 못하거든요."


관장님이 괜찮다고 하시니 나도 좀 더 용기를 내어보기로 했다. 뭐든 처음 배우는 건 어려운 법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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