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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신우 Oct 28. 2024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두려움

익숙하지 않은 모든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낯선 장소에 가는 것도 두렵지만 특히 친숙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생기면 전날부터 잠도 못 자고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유독 나는 심한 편이다. 약속장소에 가지도 않은 상태에서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공황과 불안에 시달린다.

얼마 전에는 먹는 약의 효과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지인의 소개를 받고 병원을 옮겼다. 새로 소개받은 병원에서는 여러 가지 검사를 했다. 설문지 조사부터 뇌파검사, 호흡측정까지 세부적으로 꼼꼼하게 검사를 진행했다.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 시간도 평소 다니던 병원보다는 길었는데, 내 얘기에 더 귀 기울여 잘 들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검사결과를 토대로 내 상태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해주셨다. 그런데 평소 내가 알고 있던 내 몸의 상태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 수년간 우울, 불안, 공황을 앓아 오면서 이 모든 건 어쩌면 평생 함께 가야 하는 질병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 얘기를 듣고는 지금 치료를 하지 않으면 더 악화되어서 사회생활조차 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말에 겁이 났다.

내 직업은 나에게 투자를 해줄 마주들을 만나야 하고 말 생산농가에도 자주 방문을 하며 농가 사람들과 친분도 쌓아야 하는 일이다. 또 매주 경기 결과에 대한 평가를 받고 책임을 져야 하는 직업인데 지금 내가 앓고 있는 이 몸 상태로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온 건 결국 내 의지 때문 아니었을까. 약을 먹고 여러 도움을 받아도 내 의지가 없다면 결코 나아지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우선 사람을 만나는 두려움을 해소하고 싶다. 내가 만나야 하는 사람들은 분명 나를 해치려는 사람이 아닐 텐데 난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겁부터 먹는다. 그래서 때때로 술의 힘을 빌려 그 상황을 극복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 물론 술이 사람들과 만나면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할 때도 있지만 나의 경우는 우선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 순간을 술의 힘을 빌려 모면할 수는 있지만, 결코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술은 적당히 기분 좋게 마시면 약이 되기도 하지만 과하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독이 되기도 하니까.

더 이상 이렇게 살다가는 병의 치료는커녕 사회생활, 직장생활에도 문제가 발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약도 잘 챙겨 먹고 병원치료도 잘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차피 만나야 할 사람이라면 그 시간에 최대한 집중하고 즐기다 오자고. 물론 생각처럼,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그런 생각으로 머리와 마음속에 세팅을 하고 오지도 않은 미래 일로 미리 걱정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인드도 필요한 것 같다. 걱정해서 일이 사라지지도 않을 텐데 닥쳐왔을 때 그때마다 슬기롭게 대처한다면 평소에 불안으로 쓸데없이 소모되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지 않을까.

타고난 성격을 바꾸기란 힘들다.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 속에서 누구나 잘 적응하는 사람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런 두려움 때문에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건 안 될 말이다. 더구나 그것이 내 꿈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면 나의 성격을 조금 바른 방향으로 바꿔보는 노력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스스로를 인정해버리면 한 발짝도 더 나아가는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그저 제자리에서 꼼짝도 못 하고 서 있는 겁쟁이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면 답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닐까.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요즘 그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겁먹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나만의 무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안할 때마다 글을 쓰든 좋은 영상을 보든 운동을 하든 내 삶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할 수 있도록 강력한 루틴을 만드는 게 우선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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