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출근을 완료하였으니 역시 업무의 시작은 회의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회의는 결국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회의와 무의미한 결과는 전혀 없는 회의로 나누어지지요.
여러분들과 저 대부분은 아무런 결과 없는 회의를 참석한 경험이 많으실 겁니다. 아무 결과 없는 회의라... 다시 생각해도 진이 빠지는군요.
결정권자가 끼어 있는, 팀장님이나 부장님이나 조금 작은 회사면 사장님 대표님이 끼어있는 그 회의! 열에 아홉이 의견들을 묵살하거나 너 가 아직 잘 모르나 본 데로 회의가 진행됩니다.
사실 돌이켜보면 짜증을 내거나 험한 말이 안 나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런 회의는 결정권자의 주도하에 이야기가 마무리되며, 어찌 의견을 하나도 안내냐고 면박을 주시죠. 어찌나 이리 비슷한지 직책이 높아지면 회의가 다 그렇게 되나 봅니다.
반면에 직원들과의 회의는 어찌나 다들 말이 술술 나오는지 한 번은 어떤 대리님께서 “저희 말 되게 잘하네요.” 라며 씁쓸히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직원들끼리의 회의 후 보고를 드리게 되면 또 하나의 문제점이 생깁니다.
높은 확률로 혀를 차거나 결정권자의 의견대로 뒤집혀 버리지요 이것저것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고심 끝에 낸 의견이지만, 뭔가 마음에 안 드시나 봅니다.
그리고 꽤나 빈번한 비율로 저희가 걱정하는 일들은 현실이 되고 부랴부랴 수습하는 일이 생기면... 다들 어금니를 꽉 깨물게 되지요.
이런 일이 연속이 되니 이젠 회의에서 아무도 의견을 내려하지 않습니다. 혼나거나 그 자리에서 면박당하는 걸 누가 좋아할까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회사의 역량이 떨어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전회사에서 있었던 회의모습을 소개드리자면, 가족회사였던 A회사는 부부가 싸우고 왔냐 아니냐부터 회의 분위기가 정해집니다. 일단 싸우고 오면 어찌나 분위기가 냉랭하던지...
그런데 전 싸우고 오는 게 차라리 좋았습니다. 회의는 빨리 끝났거든요. 평범한 날은 어떻냐 하니 중구난방 서로 할 말만하고 어떤 분은 갑자기 전화를 계속 받질 않나. 네... 개판이었습니다.
다른 회사는 여긴 아침 회의가 없습니다! 좋지 않습니까? 그런데 대표님이 점심 이후에 출근하시거든요 회의가 점심 이후에 생깁니다. 이 회사의 문제점은 무엇이냐 하니.
대표가 업무를 모르고 본인이 한 말을 까먹습니다. 그러니 회의를 여러 번 해도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됩니다. 똑같은 회의를 몇 번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어떤 과장님은 회의가 대표의 업무이해를 시켜주는 교육의 시간 같다는 말에 다들 씁쓸해했었지요.
또 다른 회사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당시 회사사정이 좋지가 않아서 대표가 새로운 사업을 위해 각종회의로 이런저런 의견을 내고 의견을 조율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직원들이 꽤 떠나갔지만 남아있던 직원 분들과 함께 한번 해보자! 하며 힘을 냈었습니다.
당시 여러 사업 의견이 나왔는데 대표가 당시 선택한 건 무인 관련 사업이었습니다. 어느 사업이든 단점 없는 건 없지만 서도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무인분야에서도 A라는 사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 다들 아쉬움은 있었지만 한번 의견을 낸 것은 바꾸지 않는 대표님의 성향상 이왕 선택된 그 사업에 조금의 차별성을 둬보고자 다들 머리를 맞대었습니다.
우선 브랜드명을 정하자는 회의를 진행하였고, 다들 미리 의견을 정리해 와라 하시더군요? 이미 만들어져 있던 브랜드명을 재활용해서 쓸 건가 아님 새로운 걸 쓸 것이냐에 대한 회의였습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기존의 새로운 사업의 콘셉트와 기존에 만들어져 있던 브랜드명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새로운 브랜드명과 이유 등등을 정리해서 회의에 참석하였습니다.
회의가 시작되고 저에게 먼저 이야기를 해봐라라고 발언권을 주시더군요. 차분히 설명을 끝내고 나니 대표가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너희들이 뭔가 착각하는 거 같은데 너희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어! 아무런 대안 없이 반대만 하면 뭘 하자는 거야?”
저는 어리둥절했습니다.
‘아니 그래서 이유를 다 설명했는데...?’
“회사를 생각하란 말이야 회사를! 다른 사람은 의견 없어?”
다들 눈치를 보더니 제일 선임 이시던 팀장님이 “그냥 기존에 등록되어있던 브랜드명으로 가시죠?”라고 말씀하시자마자 이제야 얼굴이 풀리시면서 “그래그래 그러자.”라고 하셨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회의가 끝나고 팀장님과 다른 직원들이 저를 위로해주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정말 어찌나 황당하던지 나중에야 안 사실인데 회사에 정말 점점 돈이 없어져서 대표는 엄청나게 민감한 상황이었고, 돈이 제일 덜 드는 방향인 기존에 나와 있는 로고를 쓸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제가 다시 팀장님께 “아니 그럼 그냥 쓴다고 하면 되지 왜 저런 회의를 하신 거래요?”라고 물으니 본인도 모르겠다고 그냥 회의를 하고 싶었던 건가.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하시더군요.
이 회사를 나온 지는 꽤 되었고, 들리는 소문으로 무인사업 매출이, 백만 원을 못 넘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찌 좀 씁쓸하기도 하고, 조금은 고소하기도 하고 복자 한 감정이었습니다.
다음 어딘가에서의 회의에선 최소한 이야기는 들어주는 회의를 하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