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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러브 Oct 08. 2024

내 생애 두번째 코로나

외식이라고는 안하고 운동 외에는 외출도 전무하며 만나는 사람도 없이 치료에 집중하는 나에게도 두 번째 코로나가 찾아왔다. 첫 날 밤에 목이 아프고 삭신이 쑤시길래 근래에너무 무리해서 그런 줄 알았다. 그날 아침부터 갑자기 내려간 기온으로 아이들 옷 정리를 하다가 시간이 없어 아침도 못 먹고 운동을 갔다. 운동을 하는데 따라가기가 힘들길래 식사를 못하고 와서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다녀와서 삭신이 쑤시고 목이 아프길래 너무 무리 했네 싶었다. 그런 줄 만 알았다.               

다음날 점심 결에 37.5도로 열이 나기 시작했다. 모든 일을 내려놓고 일단 누워서 한숨 자기로 했다. 치료 받는 동안 무리 하지 말라고 의사 선생님께서 얼마나 강조하셨던가. 그래, 내가 무리를 하긴 했나봐 하며. 다행히 한숨 자고 나니 열이 떨어졌다.                

다음날 아침 병원에 갈까도 싶었지만 아이들 등교를 시키고 나니 허기가 지고, 답지 않게 배가 너무 고팠다. 오늘도 식사를 거르고 병원을 다녀왔다간 병이 더 심해지지 싶어 일단 잘 챙겨먹고 푹 쉬기로 했다. 4시경 에던가 37.5도로 열이 올랐고 나는 얼른 누워서 잠을 청했다. 한 숨 자고 나니 다시 열이 내려 있었다.               

열이 나던 3일째 12시경부터 열이 오르더니 밤까지 37.5도에서 내려갈줄을 모른다. 그리고 뭔가 몸이 힘들었다. 원래도 잘 안보는 티비를 볼 기력이 없을만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종일 침대에 누워있었다. 저녁결에는 이래서는 안되지 싶어 가족들 식사 챙기는 것을 조금 거든 다음 해열제를 먹고 얼른 잠에 들었다.               

4일째 아침, 득달같이 병원에 문 여는 시간 즈음해서 병원으로 갔다.      

-선생님, 독감이랑 코로나랑 한방에 검사 되는걸로 해주세요.     

-검사 해도 별 의미 없어요. 어차피 치료 방법은 감기랑 똑같아요.     

-그래도 해주세요. 2주 후에 독감 예방접종이 잡혀 있는데 만약에 독감이면 주사 맞을 필요가 없잖아요.     

-그래요, 그럼               

15분의 뭔지 모를 애타는 기다림 후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뭔가요 선생님?     

-코로나네요.     

-아.. 어쩐지 그냥 감기 같진 않다 싶었어요. 처음엔 목이 아프고 삭신이 쑤시더니 미열이 나고 코가 막이고, 오늘 아침에는 가래가 끼면서 조금씩 기침이 나왔어요.     

-5일분 약을 지어줄게요.     

-그정도만 먹으면 충분한가요?     

-네     

친절한 내 주치의는 웃으며 말한다.      

-선생님, 앞으로도 이런 경우에 지낼만 하면 약 없이 코로나고 감기고 지나가도 되나요 어떤가요?     

-후유증이 남지 않을 정도라면 지내볼 만도 합니다. 걸어가나 버스 타고 가나 문제만 없다면 어느 방법으로든 도착할 수 있는 것과 같지요. 그래도 쉽게 가고 싶으면 약을 먹는 것도 방법이겠지요.               

근래에 대학병원에 다녀와서 나온 결과 이야기를 전하며 나는 새롭게 진단받은 병에 대한 두려음을 토로했다. 선생님께서는 원래 의사는 극단적인 상황을 얘기하게 되어있으니 너무 그렇게 걱정 말라고 하셨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더 나빠질 가능성이 많으니, 그래서 완치라기 보다는 평생 관리하며 사는 방법이 맞다고 하셨다. (그래, 모든 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고 했지.)               

이상하게 선생님의 말씀은 순순히 마음 편히 받아들여진다. 그래. 내 병도 노화와 무관하지 않을 수 없겠다 싶었다. 나도 이제 중년을 지난 지 한참이지 않은가. 다시금 일을 시작하겠다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새롭게 진단받은 병은 나를 더욱 겸손하게 했다. ‘인생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거구나.’ 그리고 ‘지금 넘어졌을 때 잘 고치고 넘어가야겠다.’ 하고 말이다.               

늘 경주용 싸이클을 타시며 스판끼라고는 1도 없는 뻣뻣하고도 탄탄한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보기 드물게 몸도 마음도 건강미 넘치는 내 주치의 선생님을 만나고 온 후 그래도 기분은 한 결 나아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차라리 더 가벼웠다. 내 병이 뭔지 알고 가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말이다.                

덧. 24.9.23(월) 오후부터 시작된 증상이 결국 코로나였음을 알게 되었어요. 굳이 안해도 되는 검사를 두 발로 가서 확인하고 온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는 건 왜일까요. 모르고 넘어가도 좋을 일이지만 조금은 당분간은 마스크의 족쇄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지내고 싶기도 하고, 이후에 남을 후유증 관리 등을 위해 알고 넘어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병원에 다녀왔는데 잘 한 것 같아요. 독감은 아니니 독감 예방 접종은 해야겠다는 결론과 함께 차라리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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