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 브런치 작가님께서 노벨상에 관해 쓰신 글을 본 적이 있다. 한국인도 노력해서 다시금 노벨상을 받아볼만 하지 않냐며 특히 평화상과 문학상이 그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구체적인 실현방안(?!)이 돋보이는 글이었다. (그 글이 성지글이 되다니...)
내가 아주 좋아하는 이슬아 작가도 자신의 스승인 어딘작가가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향후 5년 안에 한국인이 노벨 문학상을 받을 것이며, 자신은 그 사람이 '한강'이었으면 좋겠다는 성지 영상을 인스타에 올렸다. 스승은 댓글로 '내가 예언했었구나?!' 하며 잊고 있었던 듯 반색했다.
아쉽게도 나는 한강 작가의 작품을 아직 읽어 본 적이 없다. 그녀의 '채식주의자'라는 책이 '부커상'이라는 큰 상을 받았을 때도 '제목이 독특하네' 하며 직장 생활의 하루살이 생활을 버텨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간혹 교장실에 결제를 받으러 갈 때면 문학을 꽤 좋아하시던 교장선생님 책상 위에 그 당시 참으로 핫했던 그 책이 놓여 있는 걸 눈으로만 흘깃 보고는 돌아오곤 했다. 나에겐 소설을 읽을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특히나 결혼 이후로 출산과 육아가 이어지며 맞벌이 부부로 생활하면서는 더욱 그랬다.
언젠가 동화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시점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소설의 시점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 배우는 내용이라 익숙한 듯 신선했다. 대부분의 소설은 1인칭이거나 3인칭 시점이라는 것을 이 때 다시금 배웠다.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 3인칭 관찰자 시점 이런 표현들을 다시금 듣는 다는게 꽤 기분 좋은 일이었다. 수업중에 선생님께 여쭈었다.
"다른 시점들은 없나요?"
"물론 다른 시점도 간혹 있기도 합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같은 작품은 2인칭 시점을 사용하기도 했어요. 보통 소설이 한 시점으로 일관되게 흘러가는 편인데 이 소설은 2인칭 시점을 포함해 여러 시점으로 씌여져서 아주 독특한 케이스이며서도, 시점의 독특함을 넘어서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라는 뉘앙스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을 때 한강이라는 이름과 '소년이 온다'라는 작품을 다시금 접했다. 언젠가 이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말이다.
50대 여성 작가가, 아들이 하나 있다는 작가가, 소설가가 된지 아주 오래된 이 한국 작가가 한국말로 쓴 작품이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게다가 그 작품을 아주 멋지게 번역해 준 훌륭한 번역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유명한 소설가를 아버지로 두었다는, 필명이 아니라 본명이라는 '한강'작가님의 작품을 오랫동안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싶다. 3부 연작이라는 채식주의자와 그녀의 또 다른 소설들을 아름다운 한국어로 느껴보고 싶다.
덧. 노벨상에 관한 브런치 작가님의 글을 댓글로 달아둡니다^^
덧덧. 등 뒤에서 남편이 "여보 지금 한강에 도전하느라 글쓰는거야?"라고 묻는데 풉하고 웃음이 나네요. 마음만은 그러고 싶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