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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러브 Dec 30. 2023

나는 왜 브런치에 글을 쓰는가?

신생 브런치 작가에게 띄우는 편지

 많은 브런치 작가들이 데뷔하고 나서 한동안은 구독자가 느는 기쁨에, 조회수가 느는 기쁨에 글쓰기의 재미에 흠뻑 빠지곤 한다. 나 역시 그랬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브런치였는데 막상 작가로 데뷔하고 구독자가 늘기 시작하고 다음 사이트 메인에 내 글이 몇 번 연이어 올라가고 나자 ‘나는 왜 브런치에 글을 써서 올리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브런치에 글을 쓰고 발행하기란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글감을 잡고 주제를 잡아서 빠르게 글을 써 나간다고 치자. 그래도 적정선의 분량을 채우려면 A4 용지로 한 장 반 정도의 분량은 나와 줘야 한다. 나같이 채팅으로 내공이 다져져 한글타자가 상당히 빠른 사람도 20분은 줄기차게 써 내려가야 그 분량을 채울 수 있다. 물론 생각의 속도가 손의 속도와 엇비슷해야 이정도의 속도가 가능하다. 적당한 분량으로 글이 잘 써지고 나면 퇴고가 기다리고 있다. 퇴고를 하는데도 2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10분정도는 출력한 종이에 고쳐 쓰고, 나머지 10분 정도는 컴퓨터로 고치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그리고 나머지 10분은 이 글에 어울리는 사진을 찾고 한글파일에 있던 글을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옮기면서 문단을 조정하고 중간에 b라는 멋진 이니셜도 넣어가며 편집을 한다. 이래 저래 글 한편을 완성하여 발행하는데 족히 한시간은 걸리는 셈이다. 생활인으로서 살림하며 아이들 키우고 직장일까지 병행한다면 하루 중 1시간을 뚝 떼내어 규칙적으로 글을 써 내기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 일주일에 글 한편을 쓰고 발행하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렇게 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나의 글쓰기 선생님은 1년 후에 브런치에 글 100편을 가지고(?) 오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나는 존경하는 선생님 앞에서는 전형적인 말 잘 듣는  모범생 스타일이다. 앞에서 끌어주면 꾸역꾸역 잘도 따라간다. 그리고 순발력은 좀 떨어질지언정 지구력이 꽤 있는 편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배우는데 처음에는 시간이 꽤 걸리지만 방법을 터득하고 나면 속도가 붙는다.    

  

  사실 오랫동안 작가적 삶을 꿈꾸어왔다. 전업 작가로서의 삶을 감히 동경하지는 않지만 작가라는 타이틀을 살면서 한번쯤은 꼭 가지고 싶었다.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표지를 매만져 보고 싶었고, 그 책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소망을 오래 가져왔다. 대학원 논문을 쓰면서 마지막 감사의 말에 아직 결혼도 하기 전이었는데도 미래의 남편과 미래의 자녀들에게 꽤 진지한 글을 쓰기도 했더랬다. (물론 당시에 남자친구가 있었고 그 남자와 가까운 시일에 결혼에 성공하기도 했더랬지만 말이다. 참말 다행이지.)     


  전업 작가로서 생계를 꾸려가기란 한국출판계의 현실을 생각할 때 절대 녹록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생업을 위한 일을 병행하다가 어느정도의 반열에 오르고 나서야 생업을 정리하고 글만 쓰는 전업 작가로 전환한다는 것을 익히 들어왔다. 나같이 생활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하면서 작가의 삶을 조금씩 병행하는 것은 호흡은 길지만 꽤 해 볼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더랬다. 그 파이프는 유형의 산출물이 될 수도 있고 평생을 지치지 않고 누릴 수 있는 무형의 취미일 수도 있겠다. 교사라는 신분의 한계상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그 어떤 일도 불가능하지만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저자로서의 활동은 가능하다. 유럽여행을 다녀온 후 그 경험과 기억을 그저 희석시켜버리기엔 너무 아깝고도 아쉬워 여행기를 써서 교육 잡지에 투고한 적이 있다. 내 글이 잡지에 실린 것만 해도 가슴이 벅찼는데  소정의 원고료가 들어온 후에는 ‘그저 내가 좋아서 한 일인데 돈까지 주다니! 감개무량하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결혼하고 두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그런 작가적 삶에 대한 동경은 꽤 많이 희석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거의 완전히 잊고 지냈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그저 읽을 수 있는 삶만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한 시간들이 꽤 오래 이어졌다. 다행히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책을 놓지 않았기에 지금도 주2-3회 정도는 글을 발행할 수 있는 내공(?)이 쌓였다고 생각한다.

     

  브런치로 좀 더 나 자신의 삶을 확장시켜 나가고 싶다. 내 이름의 브런치북도 발간하고 싶고 연재 브런치북으로 다양한 방식의 발행을 시도해 보고 싶기도 하다. 물론 그 책이 종이책이나 전자책으로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구독자와 조회수의 성장에서 나가가 응원하기로 내 글이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놀라운 일도 다시금 경험도 해보고 싶다. 내 글이 읽힐만 하고,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며 나의 글에 자발적으로 구독료를 기꺼이 지불하는 독자가 생긴다는 일은 생각만 해도 정말 멋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저 내가 좋아서 쓴다.’는 초심을 지키고 싶다. 독자의 반응과 피드백도 중요하지만 글을 계속 써나가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의 내적 동기가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에세이스트 이슬아는 말했다. 글쓰기란 부지런한 사랑이라고. 대상을 관찰하고 경험하면서 '한번 사랑'하고, 그 대상과 경험을 잊지 않기 위해 복기하고 기록하는 글쓰기는 그 대상을 '한 번 더 사랑'하게 되는 ‘부지런한 사랑’이라고 말이다.


   부지런한 사랑을 위해 나는 오늘도 타닥타닥 노트북을 두드린다. 너무 심각하지 않게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미래의 독자가 내 글을 가만가만 때로는 웃음 지으며 읽을 기대를 살포시 해 보며 말이다. 나의 소망이 그저 허황된 욕심이나 욕망이 아닌 현실화 되는 그날을 위해 작가적 삶을 동경하기만 하지 말고, 작가적 삶을 꾸준히 감사한 마음으로 실천해 보자 다짐해 보며 한 해를 마무리 해 본다. 나를 위한 지면이 기꺼이 주어진다는 것은 그저 놀라운 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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