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러브 Jan 26. 2024

남이 아닌 ‘나에게’ 잘 보이며 살고 싶다.

우리에게 있어 ‘목걸이’는 무엇일까?

  근래에 모파상의 여러 단편 소설 중 <목걸이>라는 작품을 오랜만에 다시 읽을 기회가 있었다. 아마 고등학생 때 읽고 다시 읽었던 듯 하다.  

    

  집안이 부유하지 않아 결혼 지참금이 없어 하위 관리와 결혼한 아름다운 한 여인이 오랜만에 파티에 초대받아 친구의 목걸이를 빌리게 된다. 그녀는  하루 동안 무도회의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토록 원하던 선망과 주목을 받으며 꿈같은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파티를 마치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딘가에서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만다. 빌린 목걸이를 돌려주기 위해 그와 똑같이 생긴 목걸이를 보석상에서 사서 친구에게 돌려 주고는 그 돈을 갚기 위해 무려 10년의 세월을 보낸다. 돈을 갚기 위해 집안일을 도와주던 가정부도 내보내고 고생하며 살며 어느새 그녀의 아름다움은 온데 간데 없고 악다구니 쓰는 아낙네가 되어 버린다. 남편 역시 빚을 갚기 위해 퇴근 후에는 다른 부업일을 해야 했다. 빚을 다 갚고 일요일 날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상젤리제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그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놀랍게도 그 목걸이는 진짜 다이아몬드가 아닌 가짜 목걸이었다는 말을 듣게 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고등학생 때 읽을 때도 ‘세상에 이런 일이!’라며 놀라며 읽었지만 마흔이 넘어 이 글을 읽으니 너무나 새롭다. 내가 마치 이야기 속의 여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친구와 오랜만에 전화통화를 하다가 이 작품을 근래에 다시 읽었다며 나이 들어 읽으니 이 이야기가 너무나 슬프더라는 말을 나누는데 친구가 물었다.   

  

“오늘날의 목걸이는 뭘까?”

“그러게~”

“아파트?”

“학군지에 살려고 아등바등 이사 가는 거? 명품 가방?”  

  

  시대에 따라  목걸이라는 대상은 바뀌어 왔겠고 앞으로도 바뀌겠지만 인간의 허위의식은 어쩌면 타고난 본능적인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원래도 있어 보이는 척하는 허세 따윈 별로 없는 편이고 때론 너무 솔직해서 탈이지만 나에게도 분명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내 삶의 선택들을 해 온 적이 있었을 것이다.      

친구가 또다시 물었다.


“그럼 우리는 어떤 가치를 위해 10년 이라는 시간을 바칠 수 있을까?”

“음... 가족 정도가 아닐까?”

“그래 맞어. 애 키우는데 딱 10년은 걸리더라. 난 박사 학위 따는데도 더도말고 덜도 말고  10년이 걸렸어.”

“그러게. 너 진짜 힘들게 박사 학위 땄지. 애 둘 키우면서 말이야. 중요한 건 넌 박사라는 ‘타이틀’을 따기 위해 그 코스를 밟은 게 아니라 연구하고 공부하는 거 자체를 즐겨서 한 거니까 더 의미 있어.”     


  함께 초등교사로서 교단에 있으면서 지금은 교대에서 강의까지 병행 하고 있는 친구의 꿈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올 한해도 정식 교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쉬지 않고 논문을 열심히 쓰고 있다. 그 와중에 애들도 잘 챙기고 친정 부모님 모시고 유럽 여행도 다녀왔더랬다. 심지어 아버님은 치매에 걸리신지 몇 년이 되신 상황이었다. 매사에 매 순간에 이렇게 열심히 사는 친구를 두었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어제 새벽 3시까지 논문쓰기를 마무리하고 오늘부터 부산에 있는 신상 호텔 투어를 시작했다며 수영장 사진을 찍어 보내는 그녀다. 20대부터 그녀의 꿈을 함께 공유해 왔기에 그녀의 꿈을 누구보다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는 것 같다. 음악과 학문과 문학을 사랑하는 그녀가 있기에 우리의 대화의 주제는 참으로 다양하고도 끊김이 없다. 발령 동기로 연수원에서 만나 벌써 20년 지기 친구가 되었다. 세월이 너무나 빠르다. 나의 결혼식에서 부케를 받은 그녀. 부케를 받을 당시엔 남자친구도 없었는데 그 후에 좋은 사람을 만나 그 해에 결혼을 했고 나와 비슷한 시기에 두 아이를 낳아서 우리의 둘째들은 동갑내기다.      


  오늘도 바이올린 레슨을 받고 독서실도 가고 논문 쓰고, 헬쓰장 가서 PT를 받고 온다는 그녀. 두 아이를 자립적으로 키웠기에 가능한 일이다.


“니가 밖에 있는동안 애들은 어떻게 해?”

“애들은 그 사이에 집에서 집안일도 하고 자기 할 일 하는 거지. 공부 안 할거면 집안일이라도 열심히 하라 그랬어.”

정말 쏘 쿨한 그녀다. 오늘도 그녀와의 잠깐의 이야기로 20대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간 듯한 청량함을 느꼈다.      

  오랜만의 통화를 아쉬워며 전화를 끊기 전 말했다.


“친구가 목걸이 빌려 줄 때, 애초에 가짜라고 알려주었으면 좋았을걸.”


친구도 맞장구를 친다.

“그러게 이야!”    

 

  물론 애당초 사건의 진원지는 주인공의 허영심이 빚어낸 문제겠고, 가짜 목걸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면 구태여 친구가 보여준 다른 많은 목걸이를 두고 그 목걸이를 빌려 가지도 않았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주고 받는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친구 사이였다면, 그리고 서로 간에 좀 더 허심탄회하고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목걸이 하나로 10년 고생이 무슨 일인가 하고  마치 이 이야기가  주변에서 일어난 실화인 것 마냥 탄식하며 아쉬워했다.

 

이제는 소설이 소설로만 읽히지 않는 거 보니,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이전 13화 나는 왜 브런치에 글을 쓰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