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두 달 간의 겨울잠에서 깨어나 두 아이들이 학교를 갔다. 그래도 첫아이가 올해 고등학교를 가고 둘째 아이가 6학년에 올라가니 많이 키웠다 싶다. 삼시세끼 밥만 열심히 해주면 특별히 손 갈일도 없고, 나의 분노 게이지가 올라가는 일도 다행히 많지 않았다. 이정도면 60일간의 방학을 평안하고 행복하게 잘 보냈지 싶어 나름 만족스러웠다.
겨울과 추위를 싫어하는 남편덕에 이번 겨울 방학에는 어디 멀리 놀러 가지 않고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카페나 베이커리 카페를 가는 것으로 달콤한 휴식을 했더랬다. 뭔가 이렇게 방학을 보내는게 아쉬워서 남편에게 말했다.
"애들 방학 며칠 안 남았는데 그래도 어디 바람이라도 쐬어 주어야 하는거 아니야?"
"그러게. 어디갈까? 우리 식물원 갈까?"
평소 동물보다 식물을 좋아하는데다 수목원이나 식물원 나들이를 좋아하던 터라 오케이를 쿨하게 외쳤다. 느즈막이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고 국립세종식물원으로 향했다. 작년 봄이던가 여름에던가 한번 다녀왔었는데 그때도 참 좋았던 기억이 남아있었다. 올해에는 3월 31일까지 해리포터 컨셉으로 꾸며져 있다하니 새로운 눈요기를 하러 식물원으로 떠나본다.
식물원 입구에는 초등학생 저학년 아이들이나 유치원 즈음 아이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이 좀 더 어릴 때 바람쐬러 많이 다녀두는 건데 하고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제 딸아이가 고등학교에 가니 수업을 빼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내신도 내신이거니와 수행평가를 언제 할지 모르는데 놀러가자고 체험학습을 쓰기가 아이인 저도 나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렇게 가벼운 나들이를 떠날 수 있는 여건에 감사하며 테마별로 잘 꾸며진 식물원을 하나씩 찬찬히 돌아보았다. 두 아이와 남편은 어느새 행거에 걸린 마법사 가운을 골라 입고는 컨셉놀이에 이미 동참한 듯 해 보였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그렇게 재밌다는데 아직 책으로도 영화로도 접한적이 없다. 언제쯤이면 나도 책이든 영화든 원없이 보게 되는걸까 잠시 궁금해 하며 식물원 나들이를 마음껏 즐겼다.
국립세종식물원은 자녀가 둘이면 다자녀 혜택으로 온 가족이 입장료가 무료이다.(대신 둘째 자녀의 나이가 만14세까지만 무료던가 하는 나이의 상한선이 있었다.) 둘째 아이가 클 때까지 부지런히 매년 다녀보자 생각해 본다. 출출한 허기를 안고 맛집 검색을 하여 '쓰촨'이라는 중국집으로 갔다. 이미 손님들은 만원이었다. 탕숙육의 검은 소스와 쫄깃함을 맛보며 맛집을 제대로 찾았음을 실감했다. 새로운 곳을 탐방하는 재미를 즐기는 남편과는 달리 나는 갔던 곳을 다시 가는 것을 좋아한다. 다음번에 또 이 코스로 세종을 한번 더 들러보고 싶다. 그때는 아이들도 나도 한뼘 더 훌쩍 자라 있기를. 몸도 마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