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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잉 Nov 25. 2024

아이의 정서를 채워주려면

요란한 아침 신고식

“엄마, 이리 와요!”     


 아침에 일어난 아들은 제일 먼저 침대에서 나를 부른다. 거실에서 할 일을 하던 나는 부름 받은 사자처럼 “아들~”하며 달려간다. 아침이지만 암막 블라인드를 쳐서 방은 깜깜하다. 아들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문을 꼭 닫고 들어오라고 명령한다. 아들의 말씀대로 문을 닫고 들어가 아들 옆에 눕는다. “아들, 잘 잤니?” 나는 아들을 안아주며 아침이라고 일어나라고 한다. 그러면 아들은 더 자고 싶다고 하며 작고 귀여운 실랑이를 한다.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꼭꼭 숨기도 하고, 이불 위에서 점프도 하다가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기도 한다. 이것이 우리 집 아침풍경이다.           


 아들은 이 시간을 참 좋아한다. 늦게 일어나 마음이 분주한 날에도, 엄마는 애가 탈지언정 아들은 마음이 흡족할 때까지 뒹굴거리고 싶어 한다. 대부분의 아침은 늘 그렇듯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바쁜 날에는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없다. 그럴 땐 꼭 아들의 서러운 울음이 집안에 울려 퍼진다. 항상 이럴 수는 없기에 이 루틴을 없애야 한다고 진작부터 남편과 이야기했다. 남편의 처방은 아들이 불러도 방에 들어가지 말고, 아들이 스스로 방에서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맞다. 나도 이렇게 해야 바쁜 아침이 수월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아직 내 마음이 준비가 안 됐다고나 할까. 이런 아침을 맞이하려면 큰 결심을 해야 한다. 그리고 계속 일관되게 행동해야 한다. 그러기에는 내가 아들과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는 시간을 꽤나 많이 좋아한다.           


 엊그제 상담을 다녀왔다. 아이 친구 엄마가 알려준 육아상담 프로그램인데, 심리검사를 받고 놀이 코칭을 받는 것이다. 상담사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정서보다 인지가 더 발달한 것 같다며 정서적인 것을 채워주라고 하셨다. 아이와 나의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아이가 혼자 논다고 했다. 정서적인 것이 채워지지 않아 밤에 엄마와 더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것일 수 있다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돌아올 때는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친정 부모님은 말이 없고 조용한 편이시다. 결혼 후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살지만 전화 통화도 가끔이고 오랜만에 만나도 할 말이 많지 않다. 심지어 해야 할 말조차 하지 않아 서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에 시댁 식구들은 모이면 오디오가 비지 않는다. 아들만 둘이 있는 집인데도 밤늦도록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래서 남편은 나에게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잘하고 나는 주로 잘 듣는다. 나도 부모에게 받아보지 못한 정서적 교류를 아들과 해야 한다니... 이건 나에게 평생의 숙제와도 같은 문제다.          


 일단 나는 아이와 더 뒹굴거리기로 했다. 그나마 내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이를 안아주고 뒹굴거리고 뽀뽀하는 것이다. 아들은 좀 더 크면 일어나자마자 곧장 방에서 나올 것이다. 내가 안아달라고 해도 안아주기는커녕, 손도 안 잡아주고 고개를 휙 돌릴 수도 있다. 그때까지는, 요란한 아침 신고식을 좀 더 즐기고 싶다.           

내일 아침도 아들은 나를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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