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생각한다.
낮을 밝히는 태양을 생각한다.
지구상의 모든 것은 태양을 힘입어 살아간다.
이윽고 태양이 지고 밤하늘에 별과 달이 떠오른다.
까만 하늘에 박힌 별과 달을 빠져들듯 바라보고 있노라면
수없는 은빛들이 내 위로 쏟아질 것만 같아 아득하게 경이롭다.
달빛이 부서져 내리는 돌담 사이를 걸어 본다.
까만색 세상이 온통 은빛으로 빛난다.
세상엔 사람이 만들어낸 빛도 있다.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
사람이 길을 건널 수 있도록 알려주는 신호등.
늦은 밤 상점가를 밝히는 화려한 네온사인,
저마다 손님을 부르는 듯 휘황찬란한 가게 간판.
세상을 모두 비추는 빛도 있고,
인적 드문 거리에 덩그러니 놓여 빈 거리를 비추는 빛도 있다.
빛은 인격이 아니니 더 많은 곳을 비추고자 하지 않을 것이다.
빛은 놓인 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하고 있을 뿐이다.
우주에 있는 태양은 지구 전체를 비추는 빛이 되고,
마찬가지로 별과 달은 밤을 비추는 빛이 된다.
대로변에 놓인 가로등은 대로변을 밝힌다.
한적한 시골길에 놓인 가로등은 조그마한 돌담길을 밝힌다.
한 때 나도 태양이고 싶노라 애를 태우던 적이 있다.
많은 이를 비추는 유일한 광원이 되고자 마음을 많이 썼다.
빛은 자기의 곳에서 빛난다.
태양은 태양이 비추어야 할 곳이 있고,
시골길에 놓인 가로등 또한 그가 비춰야 할 곳이 있다.
더 이상 큰 빛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 묻지 않으려 한다.
나는 내 몫의 빛을 발할 수 있을 뿐이다.
크든 작든, 어디에 놓여있든 빛의 임무는 놓인 곳을 비추는 것이다.
나는 소망한다.
커다란 빛이 되기보다,
많은 이가 왕래하는 곳에 놓인 빛이 되기보다
지금 내가 놓인 곳을 비추는 빛이 되고 싶다.
그것이 설령 발 한 치 정도를 비추는 빛이라고 하더라도
인적 드문 길에 놓인 가로등이라 할지라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큰 빛이 되는 것보다
내 몫의 빛을 모두 발하는 것이다.
나는 소망한다.
내가 가진 빛으로 어두운 곳 한 구석이라도
밝힐 수 있는 인생이 될 수 있기를.
큰 빛 되고자 마음을 태우지 않고
놓인 곳을 비추는 소중한 빛이 되기를.
어디를 비추고 있는지 모른다.
한참을 내 곳을 비추다 보면 여기가 어디인지 알 것도 같다.
칠흑 같은 어둠 속 희미하게 빛나는 등불,
문 틈새로 흘러나와 길 잃은 자의 희망이 되는 불빛,
대로를 환하게 비추는 빛,
어디면 어떠랴,
빛이 되어 비출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빛같은 인생이고 싶어라.
사진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