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화 <인셉션> 속 은유, 비유, 상징

by 장원희

은유, 비유, 상징 등

2010년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인셉션>은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품이다. 10번도 넘게 관람한 이 영화에서는 은유와 비유, 상징 등 즉, 메타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인셉션>은 꿈과 현실을 다룬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물품은 토템이다. 토템으로 정의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본인만이 중심축을 알 수 있어야 하고, 작고 손안에 들어올 수 있어야 하며, 결정적으로, 이를 통해 현실과 꿈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등장인물들의 토템은 각기 다르며 매우 개인적인 물품이다.

예시로 코브의 경우, 아내의 사망 이후 그녀의 토템이었던 팽이를 자신이 사용한다. 토템은 영화 전반에 걸쳐 매우 큰 역할을 한다. 우선 인물들마다 서로 다른 형태를 띠며, 그들의 기층적인 심리에 기반을 둔다. 즉, 그 토템의 형태부터가 인물의 마음을 상징한다. 코브의 토템인 아내의 팽이는 그의 죄책감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코브는 아내의 사고 이후 병적으로 토템을 돌리고, 그곳이 현실인지 꿈인지를 확인한다. 단 한순간도 빠짐없이 말이다. 그런데 영화의 결말부에 이르러 코브는 최초로 토템의 쓰러짐을 확인하지 않는다. 때문에 영화의 장면에도 팽이가 멈추는 모습이 담기지 않아 한때 작품의 결말을 두고 코브는 아직 꿈에 있다는 것과, 현실이 맞다는 의견으로 갈린 적도 있다.

여기서는 이 모든 것보다, 코브가 더 이상 토템을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코브는 자신의 아이들을 보자마자 팽이를 버려두고 곧바로 그곳으로 향한다. 토템을 확인하는 코브의 행위는 코브의 상처를 은유하는, 상징적인 장치로 볼 수 있기에 이는 바로 병적으로 집착하던 그의 강박적인 모습, 과거의 상처가 어느 정도 옅어진 모습을 효과적으로 나타낸 장면이다. 또한 이제 그런 것보다 코브에게 있어 가족이 가장 우선이 됨을 뜻한다고도 볼 수 있다. 길게 풀은 대사, 어떤 행동보다도 상징적인 요소를 사용한 결말은 더 깊게 관객의 마음에 다가오고 오랜 여운을 남겼다. 작품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상징성에 대해 되새기며 추론하는 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인 듯도 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상징이 있다. 바로 코브의 결혼반지이다. 코브의 손을 살펴보면 어느 때는 반지를 끼고 있고, 어느 때는 반지가 없다. 반지가 있는 장면은 코브의 꿈이고, 없는 장면은 현실이다. 그렇다면 왜 꿈에서는 늘 코브의 손에 반지가 있을까. 이 또한 반지가 코브의 아내에 대한 죄책감, 그리움, 사랑 등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걸 깨닫는 순간 코브라는 인물은 우리에게 더욱 깊이 이해되고 우리는 우리의 보편적인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며 영화에서 알려주지 않은 공백을 채워나간다. 이것이 바로 메타포가 주는 역할이 아닐까 한다. 대사와 행동, 설명이 없어도 보다 우리의 시선으로 작품을 이해하게 되고 감각적, 서정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그 메타포를 찾아가는 여정 또한 마찬가지다. 작품을 곱씹으며 순행적인 관람을 넘어 작은 장면 하나, 행동 하나의 의도를 떠올려보게 된다.

작품을 반복해서 보게 되면, 어느 순간 반지는 코브의 사랑뿐만이 아닌 앞에서 언급한 조건을 만족하는 관객의 토템이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의견이 엇갈리던 결말이 더욱 명확하게 다가오는 순간이며, 단순히 “코브가 반지를 끼고 있지 않았으므로 현실이다”보다 “반지는 관객의 토템이었으므로 이는 현실이다”라는 더욱 확실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영화가 제4의 벽을 넘어 우리와 소통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덤이다.


그래서 나에게 <인셉션>의 메타포는 단순히 ‘숨은 의미 찾기’ 놀이를 넘어, 작품을 함께 완성해 나가게 만드는 장치로 다가왔다. 은유와 상징을 따라가다 보면 인물의 감정과 서사가 더 입체적으로 느껴지고, 관객인 나 역시 이야기의 일부가 된 듯한 감각을 받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영화 <인셉션>의 메타포는 시청각적 장면 이상의 경험을 선사하며 은유, 비유, 상징이 얼마나 강력하게 우리의 관심과 사유를 끌어당길 수 있는지 보여 준 가장 인상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과제 목적 : 2학기 전공선택 소과제

제출 시기 : 2025년 11월

희곡에 관한 수업인데 매주 소과제를 내주십니다. 큰 주제를 주시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어요. 이번의 경우에는 메타포였답니다. 사실 이 과제를 할 때마다 늘 제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또 그걸 봐주실 교수님이 계시다는 거에 항상 감사하고 즐거워요. 7차 소과제였는데 여태의 소과제 모두 제가 좋아하던 작품, 요소들을 위주로 작성하여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수요일 연재
이전 06화우리는 무엇을 관념화하고, 어떻게 관념화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