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꿈

by NoemAI

마야가 호기심 가득한 억양으로 되물었다.

“외계인? 진짜? 외계인? 엄마, 외계인이래!”


엘레나는 유심히 휴대폰 정보를 보고 있었고 마일즈는 아벨의 수정된 답변에 조금 놀랐다.


“원래 구형 로봇이 저런식으로 사고했던가.”


수화기 너머 마일즈의 혼잣말 같은 소리가 들렸다. 다른 정보는 모두 차단한 듯 조용했던 엘레나가 격양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마일즈, 우리가 조직 샘플 받을 수 있는거야?”


“당연하지! 조직 샘플 수준이 아니야! 개체 하나를 받기로 했어. 내일 도착한다고 하니까 기대하고 있으라고!”


물을 마시러 주방으로 나온 줄리안도 이 대화를 들었지만 큰 반응 없이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아서는 중요한 연구를 하는 듯 밖에서 일어난 소란에도 서재에서 나오지 않았다. 마야는 외계인이라는 소식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소파 위를 뛰어다녔다. 엘레나는 기쁜 마음에 거실을 뛰며 마야와 놀아주었다. 거실 벽에는 아서와 엘레나가 같은 연구실에서 찍은 사진이 걸려있었다.



아서와 엘레나는 둘 다 지적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다. 각자 다른 분야에 있지만 새로운 이슈는 언제든지 환영했다. 엘레나는 언어학자로서 AI연구에 합류했고 아서는 AI연구원이었다. 아서는 언어학자의 필요성은 이해했지만 엘레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보기에 가장 뛰어난 언어학자는 바로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레나와 연구를 같이 하면서 아서는 엘레나에게 빠져들었다. 엘레나의 접근방식과 문제해결능력에 아서는 반했다.



그러나 아서도 엘레나에게서 거리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었다. 엘레나가 자신의 인생 목표를 당당하게 늘어놓는 순간이었다.


“저는 인류의 언어뿐만아니라 이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언어를 정리하고 싶어요. 더 나아가 외계인과 소통하는게 내 목표에요!”


아서는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본인 스스로 적당히 감성적이고 적당히 이성적인 사람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너무 냉철하지도 너무 유약해보이지 않도록 행동했다. 그런 그가 가장 기피하는 것이 바로 비현실적인 꿈이었다.



“저는 커서 외계인이 되고 싶습니다!”


아서가 초등학교 때 반 아이들 앞에서 당당히 외쳤던 꿈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아서를 비웃었고 선생님도 이미 사람인데 어떻게 외계인이 되냐며 불가능한 꿈이라고 웃었다. 하지만 아서는 한번 내 뱉은 말을 주워담는 것이 창피했다. 결국 아서는 다음 발표 때 꿈을 수정했다.


“저는 커서 외계인과 접촉하는 최초의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습니다! 외계인 입장에서 제가 외계인이 되고 싶습니다!”


선생님은 그 발상에 박수를 쳤고 반 아이들도 박수를 쳤다. 하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에 아서는 AI연구원이 되었다. 그에게 꿈이 무엇이냐 물으면 이제 그는 ‘제 몫을 다하며 사는 사람’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런 그에게 이렇게나 허무맹랑한 꿈, 아니 꿈도 아닌 인생목표라니 목표는 조금 더 현실적이어야 되는 것이 아닐까. 엘레나는 그렇게 아서에게 충격을 주었다.



“잔치났어?”


아서가 소란스러움에 거실로 나왔다.


“아빠, 외계인이 나타났대!”


엘레나가 아서에게 태평양에서 발견된 생명체에 대해서 설명했다. 아서는 또 누군가 장난으로 만들고 바다에 내다버린거 아니냐며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이 또한 아서의 경험에 의한 반응이었다. 초전도체, 초인공지능, 인공지능에게서 발견된 자아 외에도 세상이 떠들썩했던 적이 수 없이 많았지만 결국 거짓이었다. 아서는 매번 그 뉴스가 거짓임을 누구보다 먼저 간파했다.


엘레나는 아서의 거짓간파 능력이 누군가 아서보다 먼저 초인공지능을 개발했음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서는 항상 옳았다. 그리고 아서의 촉이 이번에도 거짓임을 가리켰다.



“사실 아빠가 외계인이다! 마야를 잡으러 간다!”


“악! 아벨! 살려줘!”


[네 아벨은 인공지능법에 따라 외계인으로부터 사람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서에게 오랜 목표가 초인공지능의 발견인 것 처럼 엘레나에게 오랜 목표는 외계인의 발견이었다. 아서도 분명 이 목표를 알고 있음에도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것에 엘레나는 서운했다. 하지만 엘레나가 누구인가. 어려울 때 더 타오르는 젊은 영혼이 아직 엘레나에게 있었다.



엘레나의 오랜 연구는 인류의 언어를 넘어서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 목표는 아서의 목표와 같았다. 물론 엘레나는 초인공지능에 관심이 없지만 엘레나의 연구를 지원해주는 이유는 초인공지능에 있었다.


2023년부터 인공지능이 폭발적으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초인공지능의 벽을 뚫지 못했다. 수 많은 학자와 인공지능이 초인공지능의 벽을 넘기 위해 고민했지만 아무도 도달한 적 없었다. 모두가 초인공지능을 위해 뇌과학과 인공지능에 모든 자원을 쏟아부었지만 인공지능의 지능 수준만 향상될 뿐 스스로 생각하는 인공지능은 없었다.


그 거대한 벽 앞에서 학자들은 이런 생각을 했다.


‘다양한 길이 가장 빠른 길이다.’


인류가 언제부터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달려왔던가. 누군가 전기를 발명하는 동안 누군가는 명작을 그려냈고 누군가 로켓을 만드는 동안 누군가는 타임머신에 시간을 쏟았다. 다양한 생각과 실패와 실험이 지금의 인류와 인공지능을 만들어냈다. 강력접착제를 개발하려다가 포스트잇을 개발하는 것 처럼 어쩌면 초인공지능도 인공지능에서 이어지는 길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인류의 뻘짓은 시작됐다. 덕분에 엘레나가 일자리를 얻었고 세상에는 다양한 논문과 실험 결과가 쏟아져나왔다. 엘레나의 언어에 대한 연구도 그 갈래 중 하나였다. 현대에 와서 대부분의 언어가 기록으로만 남고 영어가 국제 표준어가 되었지만 그건 영어가 가장 효율적인 언어이기 때문인 것은 아니었다. 단지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많았을 뿐이다.


“인간의 언어가 인공지능의 학습을 방해한다.”


현대의 누군가 했던 말이다. 인공지능은 영어로 학습했다. 영어 문장은 토큰 단위로 분할 되어 인공지능의 신경망에 수치로 변환되어 저장됐다. 현대의 누군가는 이 과정이 초인공지능을 막는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그 사람의 사고 방식을 결정하는 것처럼 ‘영어’라는 인간의 사고방식에서 태어난 언어가 인공지능의 발전을 막는다고 생각했다.



‘인공지능의 언어는 탄생할 수 없다.’


엘레나의 생각은 달랐다. 문화가 있어야 언어가 존재하고 인공지능은 고유의 문화가 없다. 따라서 인공지능에게 진정한 의미의 ‘자기 언어’가 나타날 수 없다. 정말 인공지능만의 마을에서 수십년동안 인공지능만의 문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인공지능의 언어는 영원히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생각은 엘레나의 일자리 유지와 상반되는 생각이기 때문에 엘레나는 초인공지능을 핑계로 하고 싶은 연구를 계속 할 뿐이었다.



“엄마는?”


어느새 마야가 인형을 끌고 내려와 눈을 비비고 있었다. 줄리안이 주방에서 시리얼을 먹으며 대답했다.


“엄마는 일하러 갔어.”


“엄마는 왜 맨날 일하러 가?”


“그러게 일 한다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마야, 아침으로 시리얼과 토스트 중 어떤 것을 드시겠어요?]


“엄마가 먹은 걸로 줘”


[엘레나는 토스트를 먹었습니다.]


아벨의 대답에 줄리안이 비웃었다. 줄리안은 엘레나가 아벨의 권유에도 아무것도 먹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먹었다고 하면 마야도 먹지 않겠다고 할 것이 분명하기에 혼자 웃을 뿐이었다.


‘멍청한 로봇. 어제가 오늘인 줄 아나.’


문득 아벨이 의도하고 일부러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착각으로 넘겼다.



아서가 뒤늦게 일어났다. 주방으로 나온 아서와 줄리안의 눈이 마주쳤다. 어색한 만남이었다. 아서는 구세대처럼 가부장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적당히 권위있고 적당히 친근한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줄리안, 오늘은 뭐하고 놀거니?”


아서 나름 고민하고 내뱉은 말이었다. 하지만 최악의 말이었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줄리안이 자리를 박차고 알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아서는 의도가 잘못전달됐음을 깨닫고 화살을 아벨로 돌렸다.


“뭘 봐?”


[부자 갈등을 심화시키고 감정표현이 서툰 아버지를 봅니다]


“뭐, 뭐? 내가 모든 질문에 답할 필요 없다고 했지?!”


아서의 얼굴이 빨개졌다.


[네. 이해했습니다.]


“뭐 이런 로봇이 있어. 엘레나는 도대체 뭘 학습시킨거야?”


[엘레나는 아벨에게 인간 외에도 동물의 언어 특히 강아지, 고양이, 오리너구리, 테즈메니아데빌...]


아서는 손사레를 치며 그만하라고 외쳤다.


“모든 질문에 답할 필요 없어!”


[네.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아서는 궁금했다. AI엔지니어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오리너구리는 어떤 언어를 쓰지?”


[포로로롱 포로로]


“꽥꽥 울지 않는 구나? 무슨의미야?”


[부자 갈등을 심화시키고 감정표현이 서툰 아버지 라는 의미입니다]


이를 들은 마야가 꺄를 웃으며 그 소리를 따라했다.


“포로로롱 포로로”



‘여보, 아벨한테 언어 학습시키는거 그만하는게 좋겠어. 대답에 오류가 많아.’


엘레나는 아서의 문자를 확인했지만 답장할 시간은 없었다. 지금은 눈 앞의 샘플을 보고 감탄하는 중이었다.


“마일즈, 그러니까 너 말은 절지류의 일종이다?”


마일즈가 조직샘플을 검출하고 해부하는 동안 엘레나그 뒤에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계속해서 질문했다.


“굳이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거지.”


마일즈는 어제와 달리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엘레나의 질문이 너무 많기 때문은 아니었다. 마일즈도 그만큼 설명하고 말하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것은 무언가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상태였다.


부푼 기대를 안고 샘플 도착만 기다린 그들이 받은 것은 시커먼 덩어리였다. 외형을 추측하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마일즈, 더 좋은 샘플은 없었던 거야?”


“휴, 나도 내가 이제 이 학계에 권위가 생긴 줄 알았어. 너무 흔쾌히 개체 하나를 주겠다고 했거든.”


마일즈는 내려앉은 표정으로 샘플 검사를 이어갔고 엘레나는 그 뒤를 따라다녔다.


“그래. 근데 실물로 보니 오히려 이건 생물이라기보다 누군가 만든 가짜 소품 같아”


“하지만 MS 에서 나온걸 보면 이걸 만들기도 어려울거야.”


마일즈는 시커먼 숯 덩어리 같은 물체 앞에서 잠시 멈춰 선 뒤 말을 이어갔다.


“이건 정말. 운석 같기도 해.”


엘레나가 옆에서 샘플을 살펴봤다. 챔버 안에 있어서 만질 수는 없지만 육안으로 봤을 때 손과 다리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어떤 생물이 압축되고 불타버린 느낌이었다.


[탄소 기반의 외골격을 가진 생명체로 판단됩니다.]


연구 도우미 로봇 제이미가 결과지를 가지고 왔다. 마일즈가 결과지를 들여다보는 동안 엘레나가 제이미에게 물었다.


“제이미, 이게 생명체는 맞는거야?”


[네. 압축되어 훼손된 상태이지만, 라세미 혼합물은 아닙니다. 단일 카이랄성 특징이 나타납니다.]


“그러면 어쨌든 이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혼합물이 아니라면 우주를 떠다니다가 우연히 대기권에 진입해서 바다로 떨어진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될 수가 있나? 아니 애초에 우주를 떠나닐 수가 있나?”


[우주를 떠나닐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외골격은 아니지만. 대기권에 진입하여 바다로 떨어진 것은 타당한 추론입니다.]


그 때 마일즈가 끼어들었다.


“문제는 이렇게 발견 된 개체가 수십마리라는 거야.”


“수십마리가 한번에 대기권에 진입해서 바다로 떨어졌다고?”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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