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육십이 되니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려면 멀리 떨어져 봐야 해요. 사랑하는 거리만큼 멀리 있는 네가 얼마나 꽃 같은 아이였는지 알아채는데 삼일은 너무 길었어요. 한껏 물오른 봄가지에 빗물 뚝뚝 떨어지는 날, 비와 함께 하준이가 돌아왔어요.
하준이가 돌아오면서 제주 동쪽 성산의 신산리와 이별인사를 나누고 서쪽 사계리로 갑니다. 하준이는 안개와 비와 바람에 흔들리는 길과 길 사이 달리는 트렁크 뒷좌석에서 지워져 가는 길을 바라봐요. 그 뒷모습이 참 예뻐 할미도 자꾸 뒤돌아봅니다. 너는 길을 보지만 할미는 뒤돌아 하준이만 봐요.
삼일을 묵을 제주 서쪽 사계리 담모라는 창 전면이 산방산 뷰였어요. 할아버지와 할미는 술잔처럼 생긴 산방산이 눈앞에 있으니 치맥 할 생각에 신났고, 담모라 안에 포켓몬빵이 가득 쌓여있는 편의점을 보고 하준이는 기뻐 소리질렀으니 마주한 산방산도 흐뭇했겠죠.
수간채색에 먹/20×20
어디든 그림이고, 시가 떠다니는 송악산 둘레길에는 바람 앞에 저절로 겸손해져요. 머리를 숙이고 옷섶을 꽁꽁 여민 하준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바람에 둥둥 떠다니다가 뜻밖의 횡재를 했어요. 바다에 윤슬이 춤추듯 뛰어다니네, 했는데 돌고래 무리의 댄스였던 거죠. 신산리에선 6월에나 볼 수 있다 하여 하준이의 낙심이 컸는데 3월 사계리 바닷가에서 만나다니 바람에도 잡히지 않는 하준이를 붙잡으려는 송악산할아버지 뜻인가 그랬어요.
한달살이를 마무리한 여정은 어승생과 송악산 정상밟기였어요. 오름에 오르는 동안 바람이 몸 구석구석에 소통길을 내고자 안간힘이었으나 꽝꽝나무랑 꽝꽝 발에 힘주고, 주목나무 앞에서 주먹 꽉 쥐며 잘 이겨냈어요. 하준이는 어승생악 '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럽다' 란 자율형 탐방프로그램 체험지 백점 받고 선물 한아름 받고 자랑스런 일곱 살을 증명해냈어요. 자연적인 일곱 살 사람이 됐음을 할미도 축하해!
언젠가 하준이가 제주를 떠올린다면 어떤 그림일까요? 제주에서 들었던 바람의 소리는 어떤 색깔일까요? 어스름 까만 이불 덮고 있는 산방산을 일으켜 함께 치맥 하는 밤, 늦도록 색칠놀이에 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