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어줄 수 있는 것은 뭐라도 주고 싶은...
학교를 옮기면서 맡게 된 학년이 6학년이다. 다행인 것이 내가 신규때부터 종종 6학년을 경험해봐서 그런지 6학년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내 교육 총 경력 중 7년동안 6학년을 맡아왔다. 오히려 1~2학년은 경험이 전무하여 내가 만약 저학년을 맡게 된다면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할 것이다.
지난 학교에서는 4학년과 전담, 6학년, 3학년을 담임했었는데 어느 한 해라도 쉬운 해가 없었다. 특히 학교의 특성인지 한반에 한 두 명 아주 폭력적이거나 위협적이거나, 담임 교사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아이들이 다른 학교에 비해 많아서 그런지 아이들에 정을 붙이기도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재가 가장 많이 기억나는 해는 2015년이었는데 지역은 경기도 양주. 그때도 6학년이었다. 출퇴근이 수원-양주 매일 4시간은 차안에서 고생해야해서 병도 얻었지만 그 해 아이들과 정말 서로 사랑하고 아꼈던, 교사-학생 이상의 정으로 1년을 보냈었다. 그땐 무얼 해도 잘 되었고, 즐거웠고, 따뜻한 기억만 남아있다. (물론 혼내고 속상하고 괘씸한 일도 없지 않았을텐데....)
올해 지금 맡고 있는 아이들과도 호흡이 척척 맞는다. 어쩌면 내가 교사로서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2015년의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을 것 같은 예감도 들 정도다. 지난했던 옛학교의 아이들과는 결이 달라서일까? 그때는 여기저기 사랑을 퍼주느라 내 가슴에는 사랑의 샘이 말랐다. 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는데 여기에선 퍼도퍼도 줄지 않는 샘물을 달고 사는 것 같다.
아이들은 많이 떠든다. 자기들끼지 장난도 많이 친다. 어쩔 때는 선을 넘나들기도 한다. 내가 교실에 있을 때 나는 못듣고 안보이는 척 하며 학교 일을 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눈에 보이고, 들린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모른다.
그런데 나는 아이들의 그런 모습이 귀엽고 재미있다. 아이들의 장난치는 멘트에 나 혼자 고개 숙이고 큭큭거리며 웃는다. 나도 원래 농담도 좋아하고 장난도 좋아한다. 그렇지만 학교에서는 먼저 아이들 눈높이에서 농담을 걸지는 않는다. 요새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런 세상이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반 아이들은 서로 사이가 좋았다. 그리고 내 편에서 분위기를 잡아주는 아이들도 몇 있었고. 그래서 내가 교육적으로 더 힘을 내고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을 계속해서 퍼줄 수 있는 것 같다.
작년에 유독 어느 한 학급에 거의 교실의 3분의 1 이상~절반 정도의 아이들이 선생님도, 다른 아이들도 괴롭히는 못된 행동을 했었다고 한다. 나는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듣고 진짜 그런 일이 있었다는 충격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선생님이 칠판을 향해 있을 때 무리지은 못된 아이들이 단체로 비행기를 날리거나, 다른 행동을 하거나, 심지어 음식을 먹는 일까지 있었다고 했다. 아이들에게도 안하무인으로 자기들 멋대로 하고싶은 것만 하려하고, 시키고, 이상한 별명 지어 부르는 등.... 뉴스 같은 데서 나오는 교사 무시, 교권 붕괴, 교실 붕괴.. 딱 그거였기 때문이다. 그 선생님이 병가를 내고 들어가지 않고 1년을 버텼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 아이들 행동이 너무 심각해서 6학년이 되면서 반편성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들었다. 작년 그 무리 중 한명 만이 우리반에 들어왔고 (그 아이는 무리 중 대장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서로 세력을 강화시킬 수 없도록 각 반으로 쪼개졌다.
나는 3월이 다 지날 때까지 전혀 그런 과거를 몰랐다. 어떤 선생님이 우리반 아이를 교실로 보내달라고 하여 상황의 자초지종을 들었더니 우리반 아이 + 다른 반 각각 1~2명 정도 아이들이 다른 학년 피구장을 뺏어서 놀았다는 제보(?)가 들어와 상담하며 알아보다 알게된 것들이었다. 너무 감쪽같이 교실에서 보이는 모습이랑 달라서 믿을 수가 없었지만 우리반 아이가 다른반 아이와 힘을 합쳐 피구장을 빼았고, 간간히 도서관 등에서 무리지어 다른 힘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고 그래왔던 것은 사실이었다.
고학년이 될수록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힘겨루기가 진행되면 순간순간 교사는 신경쓰고 있어야 해서 매우 심적으로 힘든데 다행히 우리반 그 아이는 나와 힘겨루기를 하지 않았다. 또 다행이라면 그 아이가 그런 행동을 했었다면 다른 많은 아이들은 그 아이의 잘못된 과거 행동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 아이를 따돌리지 않고 그 아이를 끼워주며 함께 놀며 받아주었다는 것이다. 거기에 긍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다른 아이가 있어 교실 분위기가 부정적인 것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운동으로 치자면 작년에 무리 대장이었던 아이를 따라갈 아이들은 없었지만 우리반 아이들 중에는 그런 행동을 부러워하거나 따라하려고 하는 아이들이 정말 다행으로 한.명.도. 없었다. 그런 분위기 덕에 그 아이도 차차 우리반 아이들과 섞여 자신의 과거 행동을 뉘우치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우리반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운동을 잘하는 아이었는데 그것으로 잘난척을 하지도 않고, 다른 아이들을 무시하지도 않고, 오히려 정서적으로 힘들어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를 챙겨주는 등 작년의 그 아이를 떠올리면 상상하기 힘든 그런 행동들을 자주 보여주어 나는 그 아이를 볼 때 마다 어떤 게 진짜 그 아이의 본심일까... 하며 고개를 갸웃갸웃 하곤 했다.
아이들도 처음에 피구장 문제를 일으켰을 때엔 그 아이가 없을 때 책상 주위에 몰려와서 "으이그 작년에 이런이런 행동을 했네. 이럴 줄 알았어. 어쩌고저쩌고.." 하소연을 늘어놓더니 시간이 지날 수록 서로 마음을 열고 친해지는 모습이 눈에 띄더니 급기야 2학기 학급 임원까지 되었다.
놀란 것은 그 아이가 임원에 도전했다는 점과, 아이들이 뽑아주었다는 점이다.
아직 졸업까지 2달 반이라는 기간이 남아있어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는 없지만 현재상황 아이들과 라포형성 및 교실 분위기 역시 안정적으로 순항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무엇을 해도 더 해주고 싶고, 마음도 더 내주고 싶다. 화를 내기보다는 조곤조곤 말로 하려고 하는데 아이들이 좀 많이 떠들어서 내 목소리가 묻히기도 하고 여러 번 말해야 하는 것은 힘들지만 그래도 눈치 빠른 아이들이 내 대신 "얘들아 조용히 해~" 하며 교실 분위기를 한번씩 잡아주려 한다. (나는 그것도 안했으면 좋겠는데...)
엊그제는 지난 운동회때 아이들 계주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은 것을 무한반복하며 봤었다. 우리반은 청팀과 백팀이 혼합반이어서 청팀 백팀 계주 선수들 다 합치면 다른 반에 2배나 되어 총 8명이었다. (무려 학급 아이들의 3분의 1이 계주 선수인 셈). 한 명 한 명 열심히 뛰어주는 아이들이 대견하고 사랑스럽던지.. 뭘 그렇게 열심히 뛰나.. 하면서도 그 모습이 예뻐서 계속 돌려봤다. 다 예쁜 아이들이지만 그 중에는 그 아이도 있었는데 보다보니 6학년 계주 선수들 절반 정도가 5학년때 무리지어 교실에서 못된 짓좀 했던 아이들이었다는 사실에 웃음이 픽 새어나왔다. ㅎㅎㅎ
아침마다 출석을 부르며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고, 하교시킬 때는 한 명 한 명 안아준다. 꽉 끌어안는 게 아니라 양쪽 어깨나 등을 두드려주는 정도. 6학년에게는 허그와 개인적 관심이 교사로서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랑법인 것 같다. 물론 사춘기에 들어가는 아이들에게 허그는 매우 조심스럽지만 나도 애 둘 낳은 엄마니까.. 엄마 마음으로 안아주곤 한다. 내 인사는 늘 "사랑합니다"이고, 우리 아이들은 대답도 안하는 경우가 다반사. 어쩔 때는 귀찮다는 듯 무심하게 나의 허그를 대충 받고 나가버리지만 당연하게 받을 사랑을 받는 그런 당당함이 어찌 보면 귀엽기까지 하다.
매일 안아주는 선생님? 아이들도 많이 낯설었을 것이다. 애기때야 엄마품에 매일 안기지만 아이들도 커가면서 엄마한테 안기진 않지 않나? 나도 우리 첫째 아이는 안안아주는 것 같은데...
그래도 많이 좋아진 게 처음엔 내가 안아주면 옆으로 모로 서있다가 간신히 나가곤 했던 아이들이 지금은 그래도 앞은 보고 서 있는다. 내가 안아줄 때 같이 나를 안아주는 아이들은 여자아이 몇 명이지만 그래도 모두에게 내 마음과 사랑은 전달되고 있다고 믿는다.
이게 내가 아이들을 존중해주는 방식이고, 사랑하는 나름의 방식이니 난 이대로가 좋다.
만약 아이들 모두가 내가 아이들 안아주는 식으로 나를 껴안고(?) "사랑합니다"라고 말한다면?? 솔직히 그건 좀 징그러울 것 같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