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어릴 때 읽고 나무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던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The Giving Tree)에 나오는 이야기는
어른이 된 지금 읽어도 마음이 아려온다.
나무의 마음이 바로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떠나면 기다려 주고, 언제든 찾아오면 반기면서
내 모든 걸 다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무한한 외사랑...
나 역시 아들이 내 삶의 이유이자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
내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다해 충분히 사랑했고,
절대 변하지 않는 그 진실은 연중무휴
끝이 없는 채로 계속 진행 중이다.
이따금씩 마음속 빈자리로 공허함이 눈치 없이 파고들면
뜬금없이 시간여행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해보곤 한다.
아이가 어릴 때로 돌아가 무심코 놓치고 온 것들을 주워 담고 싶어서 일테다.
어른인 척했을 뿐 어린 아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던 그때는
나 또한 어른 아이였으니
모든 것이 서툴 수밖에 없다.
주어진 삶을 스스로 견디며 살아봐야
그 대가로 겨우 얻게 된다는
인생의 깨달음이 있다.
자식이 자라면 언젠가 부모 곁을 떠난다.
그렇다고 철저한 계획하에 멋진 이별 준비를
미리부터 해 놓고 아이를 키우지는 않는다.
어느 시점에 오던 아이들과의 헤어짐은
준비 없는 이별의 순간이 되는 것이고,
아낌없는 나무처럼 다 주었다 해도 후회는 남기 마련이다.
기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시간을 거슬러 수천, 수만 번 다시 돌아간다 해도
결국엔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될 거라는 단순하지만 명백한 결론에 닿는다.
아들을 좀 더 오래 곁에 두고 싶었고,
여전히 아들바라기로 고개는 늘 그쪽을 향하고 있긴 하지만
혼자가 아닌 둘이 서로의 빈 공간을 채워가면서
자신들의 삶을 똑똑하리만큼 성숙하게 잘 이끌어가니
그들의 삶은 그들에게로...
나는 이제 그들의 무대에서 내려와야 할 테다.
아들이 자리를 옮겨 앉을 때마다
몇 번의 우연과 필연이 뒤섞인듯한 이별 예행연습과
아들의 결혼이라는 거대한 서사를 통해 나는 혼자만의 마음정리를 해 가고 있다.
완벽할 순 없지만 서툰 채로 서서히 받아들이게 되고
조금은 더 단단해져 가는 듯하다.
아들에게만 고정하고 있던 시선도 채널을 살짝 돌려보니
이제껏 동동거리기만 하면서 살아온 삶을 바라보는 여유가 조금씩 생긴다.
세월의 시간이 가면서 무심한 듯 툭~ 위로차 건네주고 가는 작은 선물처럼.
아들과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지으려 한다.
끝까지 읽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아이들과의 또 다른 이별로
아파하는 당신도 차츰 편안해지기를.
그 마음이 넉넉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