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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이삭 Jun 07. 2023

이 돈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처참한 9급 공무원의 월급. 현실

당신은 왜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가? 꿈이 있어 공무원이 되고자 하지는 않을테다. 아마도 안정성? 짤리지 않으니까? 평생 굶어죽을 일은 없으니까?


만약 당신이 떵떵거리며 살지는 못해도 최하의 삶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절박함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최하의 삶까진 아니라도 처참한 삶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왜냐하면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훨씬 공무원은 돈을 벌지 못한다.


사람이 직업을 가지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돈을 벌어야 살아갈 수 있다. 얼마나 많은 경제적 이득을 보장하느냐가 그 직업의 사회적 위치를 결정한다. 9급 공무원을 직업으로 고려하고 있다면 당연히 9급 공무원의 경제적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먼저 공무원 봉급표를 중심으로 9급 공무원의 월급을 차근차근 살펴보자. 표가 너무 복잡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겠지만 생각보다 쉽다. 가로줄은 계급이고 세로줄은 호봉이다. 아마 호봉이란 표현이 낯설 것이다. 호봉은 각 직급에서 나뉘어지는 경력의 단계를 말한다. 9급 공무원이라고 다같은 9급 공무원이 아니고 그 9급 내에서도 근무경력에 따라 계급을 나누는 것이다. 근무경력은 1년 단위로 산정하는데 9급으로 이제 막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은 1호봉, 1년이 지난 사람은 2호봉, 2년이 지난 사람은 3호봉 이런 식이다. 그리고 이 호봉에 따라 보수를 다르게 지급한다. 호봉은 근무만 하면 자동으로 올라간다. 1년동안 얼마나 업무를 열심히 했는지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좌우되지 않는다. 그냥 1년 근무만 하면 무조건 올라간다.


그런데 이 봉급표에 숨겨진 함정이 하나 있다. 진급을 하면 호봉을 하나 내린다는 점이다. 9급 3호봉 공무원이 8급으로 진급하면 8급 2호봉이 된다. 공무원들한테 돈 주기 싫으니까 별 이상한 규정을 다 만들어놨다 싶다. 이런 어이없는 규정이 있는 이유는 진급 전의 경력을 진급 후 경력으로 그대로 인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조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무슨 말인고 하면 9급 3호봉 직원이 진급해서 8급이 되면 당신이 근무한 그 기간의 경력은 '9급'으로서 얻은 경력이지 '8급'으로서 얻은 경력은 아니지 않느냐. 이제 8급으로 진급했으니 8급의 계급에 맞는 일을 해야 하는데 9급으로서 일한 경력을 전체 다 인정해줄 수는 없다는 뜻이다. 말도 안되는 논리다. 당연히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규정이 그렇기에 어쩔 방법은 없다.


봉급표 상 9급공무원의 월급은 말 그대로 처참한 수준이다. 9급 1호봉 177만원.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더 심각한건 진급을 거듭해 위로 올라가도 한숨이 나온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받는 돈도 3~4백만원 수준이다. 이 월급으로는 도저히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다. 과장해서 말하면 기초수급자보다 약간 나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이제 막 서울시 9급 공무원이 된 26살 A씨는 9급 1호봉으로서 177만원의 월급을 매달 수령한다. (177만원이란 금액은 세전 기준이다. 각종 세금과 공무원 연금을 제하면 실질적으로는 20~30만원 가량 더 적은 금액이 통장에 들어온다.) A씨는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가정한다.


일단 먹고 사는게 먼저다. 살 집이 있어야 한다. 원룸 월세비용으로 50만원 가량을 가정한다. 127만원이 남았다. 밥도 먹어야 한다. 통계청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2022년 3,4분기 1가구(4명 기준) 식품비 지출액은 월평균 83만 2438원이다. 정말 아끼고 산다고 치고 대충 1인당 20만원이라고 추정하자. 107만원이 남았다. 출퇴근도 걸어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최대한 아끼더라도 한달에 7만원은 낭낭히 교통비로 나갈 것이다. 말그대로 생존만 하는 조건으로 77만원이 날아가고 100만원만 남았다. 이제 100만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가끔 술 한잔도 하고 싶고 외식도 해야 하고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사야 한다. 그러고보니 생필품을 빼놓았다. 옷도 사야 하고 샴푸도 비누도 세제도 사야 할 것 아닌가? 때 되면 여행도 가야 한다. 유럽은 못가도 어디 일본이나 대만이라도 1년에 한번 정도는 가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까? 저축은 어떡하나? 아무런 미래 없이 밑빠진 독에 물 붓듯이 저축 안하고 무책임하게 살 수는 없다. 결혼자금도 마련해야 한다. 가족행사도 있다. 부모님 생신, 어버이날에는 뭐 하나라도 사드려야 될 것 아닌가. 사랑하는 애인이 있다면 선물도 사주고 데이트도 해야 한다. 더 나열할 필요가 있는가? 이 월급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 2023년 현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돈이다.



누군가는 공무원은 여러가지 수당이 있지 않느냐라고 말하는데, 이 또한 공무원에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수당을 종류별로 하나하나씩 파헤쳐 보겠다.

(초과근무수당과 정액급식비, 출장수당에 대해서는 다음 파트에서 따로 설명한다.)



1. 직급보조비: 9~8급 175,000원 / 7급 180,000원 / 6급 185,000원

2. 명절수당: 월급의 60%

3. 연가보상비: 연가(휴가)를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지급하는 돈.

 - 월급의 86% * 1/30 * (총 연가일수 - 연가사용일수)

4. 정근수당: 근무연수에 따라 매년 2회 지급하는 수당. 근무연수에 따라 다르게 지급

5. 초과근무수당:  시간당 단가(9급 9,185원 / 8급 10,162원 / 7급 11,319원)

6. 정액급식비: 초과근무를 했을 경우, 초과근무 1번당 8,000원 지급(월 최대 20번까지 지급)

7. 출장수당: 출장시간 4시간 미만인 경우 1만원, 4시간 이상인 경우 2만원



첫번째로 직급보조비다. 해당 직급에서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하라고 주는 돈이다. 구체적인 이유 없이 그냥 주는 돈이다. 매달 지급되며, 이 돈을 수령하기 위한 조건이 없으므로 사실상 월급의 일부라고 봐도 된다.


두번째로 명절수당이다. 명절 잘 보내라고 주는 돈이다. 1년에 2회 설날과 추석에 지급되며, 월급의 60%이므로 9급 1호봉 기준으로 1,062,000원이다. 1년으로 따지면 연 2번 지급되니까 곱하기 2를 해서 2,124,000원이다.


세번째로 연가보상비다. 연가는 휴가를 의미한다. 공무원이 매년 쓸 수 있는 연가(휴가)일수는 정해져 있다. 공무원 재직기간에 따른 연가일수대로 연가를 쓸 수 있는데, 이제 막 들어온 신규직원은 1년에 11일을 휴가로 사용할 수 있으며 재직기간 6년이 넘으면 21일까지 쓸 수 있다. 워라밸 트렌드에 맞춰 연가를 장려해도 모자랄 판에 연가를 쓰지 않으면 돈을 주고 있으므로 상당히 구시대적인 제도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연가보상비 산정기준이 월급에 비례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팀장 과장 등 연차가 오래된 조직 관리자들이 더 많은 돈을 받는다. 따라서 돈을 받기 위해 관리자들이 연가를 사용하지 않는 사태가 일어난다. 관리자가 연가를 많이 안쓰니까 실무 직원들도 연가 사용에 눈치를 보는 악습이 되풀이된다. 불합리한 제도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차치하자. 9급 2호봉 직원이 연가를 절반만 사용했다고 가정해 본다. 연가보상비 산정공식에 대입해보면,


{월급의 86% * 1/30 * (총 연가일수 - 연가사용일수)}이므로, {1,789,800원 * 1/30 * (12일 - 6일)} = 357,960원이다.


네번째로 정근수당이다. 근무연수에 따라 지급된다. 오래 근무하면 많이 지급되는데 오랜 기간 공직에서 수고한다는 격려의 의미로 주는 돈이다. 최소 1년은 근무해야 지급되며, 지급액은 월급의 5%다. 지급시기는 1년에 2번, 1월과 7월이다. 9급공무원으로 입사한 지 1년이 지난 9급 2호봉 공무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9급 2호봉 월급인 1,789,800원의 5%인 89,490원이다. 연봉으로 따지면 1년에 2번이니까 178,980원이다.


1년 단위로 한눈에 알아보기 위해 직급보조비와 명절수당, 연가보상비, 정근수당을 9급 2호봉 기준으로 합쳐본다.


직급보조비(175,000원 * 12개월= 2,100,000원)

명절수당(1,062,000원*1년에 2번 = 2,124,000원)

연가보상비(357,960원*1년에 1번 = 357,960원)

정근수당(89,490원*1년에 2번 = 178,980원)

2,100,000원 + 2,124,000원 + 357,960원 + 178,980원 = 4,760,940원


1년 총 합쳐 476만원의 돈. 12개월로 나누면 39만6천원. 한달에 약 40만원. 9급 2호봉 본봉이 189만원이므로 40만원을 더하면 229만원이다. 어떤가? 그래도 조금 살만해 졌다고 생각이 드는가? 전혀 그렇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우리가 계산한 본봉 189만원은 세전 기준이다. 공무원연금 기여금과 각종 세금 약 20~30만원을 제해야 한다. 2023년 노동 최저임금은 시급 9,620원에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월급 2,010,580원이다. 최저시급으로 따진 월급보다 30만원도 더 못받는게 9급 공무원의 현실이다. 아르바이트보다 더 많은 노동량을 감수해야 하고 시간도 더 많이 소비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반론할 수도 있다. 평생 9급공무원이냐고 말이다.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면 8급도 되고 7급도 되고 호봉도 당연히 올라갈텐데 이제 막 입사한 9급 1호봉 월급 가지고 우는 소리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공무원 월급 체계를 제대로 몰라서 하는 말이다. 공무원 봉급표를 다시 한번 보자. 7급 5호봉 월급이 250만원이 채 안된다. 7급이 되려면 최소 4~5년의 시간은 지나야 7급이 될 수 있다. 이것도 아주 고속승진의 경우다. 대부분은 7~8년이 소요된다. 30살에 입사한 직원이 37~38살이 되었는데 250만원에 수당 몇십만원 합쳐서 300만원 가지고 살아야 된다는 말이 된다. (계속 말하지만 세전 기준이다. 실수령은 20~30만원 가량 더 적다.) 이 돈으로 가정을 이루어 살아갈 수 있다고 보는가? 나이든 부모님을 봉양할 수 있다고 보는가? 딱 내 앞가림만 할 수 있는 돈이다.


국가 차원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어렵다고 공증하여 오롯이 국가의 돈으로 생활을 유지하게 해주는 복지대상자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고 한다. 이분들은 노동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분들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1인 기준으로 월 110만원 가량의 돈을 지원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무 일도 안 하고 110만원을 받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각종 업무 스트레스와 꽉 막힌 조직문화에서 고생하는 9급 공무원의 차이가 고작 100만원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시간이 지나 호봉이 오르고 진급한다 해도 월급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 증거는 굳이 멀리 갈 것도 없다. 필자의 월급 실수령액이 25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필자는 9급 공무원으로 입사하여 12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7급 공무원이다. 


총급여: 3,019,100원

공제내역: 총 722,080원 (소득세 154,180 지방소득세 15,140 건강보험 168,370 연금기여금 384,120)

실수령액: 2,297,020원



각종 수당이 더해지지 않은 본봉액이지만 실수령 230만원의 처참한 공무원의 현실을 그대로 목도할 수 있다. 공무원 임직 12년차.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30대 중후반~40대 초반의 나이에 이 월급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 이것이 바로 9급 공무원의 발가벗겨진 모습이다. 이 월급표 앞에서 그 누가 공무원은 국가를 위한 봉사자의 마인드를 가져야 하고 사명감으로 일해야 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수당을 모두 합쳐봐야 월 단위로 60만원, 본봉과 합쳐 3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요새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300충이라는 말이 있다. 월 300만원 소득수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공개적으로 비하하고 조롱하는 인터넷 밈이다. 300만원을 버는 사람은 이 사회의 최하계층, 서민계층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입사한 지 10년이 지나 회사에서 베테랑으로 인정받으며 가장 중요한 실무를 맡고 있는 직원이 받는 돈이 채 300만원이 되지 않는다면? 그 직업을 정상적인 정규 직업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본다.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저축할 수 없고, 연애도 할 수 없고, 결혼과 출산은 꿈도 꿀 수 없으며, 딱 나 혼자만의 삶을 근근히 누려나갈 수밖에 없는 정도의 월급. 이것이 9급 공무원의 비참한 현실이다. 이 돈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정상적인 시민으로서의 삶을 도저히 영위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이 정도 돈은 그 어떤 일을 해서라도 벌 수 있다. 미래가 있는 것도 아니다. 9급 공무원에 도전하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다시한번 심각하게 생각하길 바란다. 이 월급 수준으로 살아갈 자신이 있는지 철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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