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에 시달리는 공무원에게도 숨겨진 비장의 카드가 있다. 바로 초과근무수당과 출장수당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할 내용이 많기 때문에 별도 파트로 분류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9급 공무원 월급을 가지고 논쟁하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이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내용이 바로 초과근무수당과 출장수당이다. 9급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좋게 생각하든 나쁘게 생각하든 많은 사람들이 이 수당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있다.
"공무원은 초과근무수당과 출장수당을 엄청 많이 받는다. 본봉은 적을지 몰라도 초과근무수당과 출장수당이 있으니 충분히 보완이 된다. 9급 공무원들 우는 소리 하면 안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는 틀린 말이다. 왜 그런지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초과근무수당과 출장여비의 정의부터 알아본다. 초과근무수당은 9시부터 18시까지 정규근무시간 이외에 추가로 근무했을 경우, 시간 단위로 지급하는 돈이다. 출장여비는 사무실 밖으로 출장을 나갔을 때 주는 돈이다.
먼저 초과근무수당 지급기준은 다음 표와 같다.
일관되게 9급 기준으로 알아본다. 또 어려워 보이는 표가 나왔다. 하지만 우리가 볼 내용은 딱 2개다. 계급과 시간외(시간당) 열만 보면 된다. 야간과 휴일 근무수당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야간과 휴일근무수당은 ‘현업공무원’에게만 적용된다. ‘현업공무원’이란 주말이나 야간에만 근무하는 공무원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교대근무하는 공무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공공박물관 같은 곳은 야간이나 주말에도 근무할 공무원이 필요하다. 이런 근무지에서 특수한 목적으로 교대 근무하는 공무원을 현업공무원이라고 하여 초과근무수당 단가를 별도로 산정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행정 공무원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으므로 신경 쓸 필요 없다.
2023년 9급 공무원의 초과근무 시간당 단가는 9,620원이다. 그런데, 100시간 초과근무한다고 해서 9,620,000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 수당 규정에 따라 월 최대 67시간까지만 초과근무를 인정한다. 때문에 지난 코로나 사태 때 이 규정이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되었다. 당시 공무원들은 쏟아지는 코로나 업무로 월 100시간씩 근무하면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그런데 초과근무를 67시간까지만 인정을 해주다 보니 일한 시간에 비해 제대로 수당을 챙겨받을 수 없었다. 불합리한 규정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정부의 규정 개정 의지는 전혀 없다.
더 어이없는 점은 공공기관마다 시간 인정 제한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규정이 '67시간까지 인정할 수 있다'로 되어있기 때문에 기관 입장에서는 67시간을 꼭 다 인정해주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어느 지방자치단체는 67시간까지 인정을 해주는 반면에 다른 공공기관은 30시간만 인정해주고 하는 식이다. 이는 기관마다 가지고 있는 예산여력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데 어느 곳에서 근무하든 열심히 일만 할 뿐인 공무원 입장에서는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단가금액도 공무원들의 화를 돋운다. 9급 공무원 초과근무 1시간 단가 9,620원은 최저임금과 똑같다. 최저임금은 말그대로 최저임금이다. 가장 낮은 수준의 노동에 지급하는 돈이 최저임금인데 공무원의 초과근무가 그 수준으로밖에 인정을 못받고 있다. 초과근무라 함은 정상근무시간을 모두 마치고 나서 추가로 일하는 시간이기에 평시근무보다 더 심대한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수반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9급 공무원의 초과근무시간 단가가 최저임금과 같다는 사실은 이 나라가 얼마나 공무원을 하찮게 취급하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럼 구체적으로 9급 공무원이 매달 받을 수 있는 초과근무수당액을 계산해 보자. 9급 공무원이 매월 초과근무 67시간을 가득 채워 근무하면 9,620원 * 67시간 = 644,540원이 된다. 여기서 초과근무 67시간은 실제로 초과근무한 시간과 정액지급분 초과근무시간으로 분류된다. 정액지급분은 공무원 수당규정에서 사용되는 용어인데, 쉽게 설명하면 초과근무를 따로 안해도 그냥 공짜로 주는 초과근무시간이다. 10시간을 실제로 초과근무하지 않아도 그냥 10시간 초과근무 한 것으로 인정해준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10시간을 공짜로 주는 이유는 실제 아무런 초과근무를 하지 않은 공무원이 있다 하더라도 매일 09:00에 출근하여 18:00에 칼같이 퇴근하는 공무원은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점심시간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업무를 볼 수도 있고, 퇴근시간 이후에도 칼퇴근을 못하고 이것저것 정리하느라 18:30분에 퇴근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자질구레한 시간들을 일일이 초과근무시간으로 정확하게 데이터화할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10시간은 초과근무한 것으로 인정을 하고 여기에 정액지급분이라는 이름을 붙여 공짜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67시간 중에 10시간은 공짜로 주는 정액지급분이니까 실제 초과근무시간은 57시간만 하면 모든 초과근무시간을 채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함정이 있다. 하루에 초과근무할 수 있는 시간은 4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것과 하루 초과근무시간 중에 1시간은 초과근무로 인정하지 않는다(공제한다)라는 규정이다. 이말인 즉슨 오늘 반드시 끝내야 하는 일이 있어서 새벽 1시까지 야근을 했다 하더라도 18:00부터 새벽 한시까지 7시간의 초과근무시간을 인정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새벽 한시까지 야근하든 새벽 두시까지 야근하든 무조건 4시간만 인정한다. 그리고 공제한다라는 말은 4시간을 초과근무했어도 1시간은 공제하고 3시간 초과근무했다는 것으로 취급한다는 뜻이다. 결국 하루에 인정해주는 최다 초과근무시간인 4시간을 인정받으려면 실제로는 5시간을 초과근무해야 한다.
67시간 중 정액지급분인 10시간을 제외한 57시간을 모두 채워서 644,540원의 돈을 가져가려면 공무원의 실제 근무시간은 어떻게 될까? 한달을 30일로 가정해 본다. 57시간을 30일로 나누면 하루에 약 2시간씩 초과근무해야 한다. 하지만 초과근무시간 산정 시 하루에 한시간이 기본 공제되므로 실제 초과근무시간은 하루에 3시간이다. 결국 09:00에 출근해서 21:00에 퇴근하는 생활을 한달 내내 해야 한다는 소리다. 방법을 달리해서 아침에 일찍 나오고 저녁에 빨리 가도 되기는 한다. 하지만 어쨌든 출퇴근시간 이외에 3시간을 추가로 사무실에서 근무해야 한다. 물론 주말도 포함이다. 그러니 쉬는 날은 없는 셈이다. 평일에는 밤 9시까지 근무하고, 주말에도 단 하루도 쉬지 못한채 출근하여 3시간씩 일해야 하는 삶. 이걸 사람의 삶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까지 해서 월 644,540원의 돈을 가져갈 가치가 있는 것일까. 또 가져간들 내 시간을 모두 업무에 바치는 꼴이 되는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공무원은 초과근무수당을 많이 받으니까 월급을 많이 받는 편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공무원은 기생충이 아니다."
영화 기생충에서는 거대호화저택을 떠나지 못하고 지하공간에서 평생을 보내는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공무원이 시청 구청에서 출근도 퇴근도 못하고 계속 사무실에서 먹고사는 기생충들인가? 공무원이 이렇게 기생충처럼 근무해서 월 644,540원의 돈을 계속 가져간들 그 돈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이 직원이 정상적으로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을까. 운동을 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저 집에서는 잠만 자고 일어나기만 할 뿐이다. 집과 사무실을 왔다갔다하는 삶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가져가는 돈이 월 644,540원. 시간당 최저시급과 같은 돈.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받는 돈. 이 돈은 공무원이 받는 봉급체계에서 없다고 보는게 맞다. 이 돈을 당연히 가져간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안된다. 이 돈을 가져가는 삶은 인간의 삶이 아니다.
초과근무수당과 연계되는 정액급식비라는 수당도 있다. 초과 근무자에게 밥이라도 먹고 근무하라는 의미로 아침저녁 밥값으로 주는 수당이다. 따라서 초과근무를 안하면 정액급식비도 주지 않는다. 지급기준은 하루에 초과근무 1시간이다. 하루에 초과근무 최소 1시간을 채우면 8,000원 정액급식비를 추가로 지급한다. 무한정 지급하는 것은 아니고 월 20회로 제한된다. 어느정도 초과근무를 많이 했다는 가정 하에 20회를 모두 채우면 8,000원*20(회) = 144,000원의 정액급식비가 나오는데 이 돈을 현금으로 주는 것이 아니고 실비로만 지급한다.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라는 증명서류가 꼭 필요하다. 밥을 먹고 영수증을 끊어 청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요새 8000원으로 한끼를 먹을 수가 있는가? 아마 편의점이나 김밥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말고는 없을 것이다. 8,000원으로 한 끼 해결하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대충 아무거나 밥먹고 해결하는 공무원들이 많다. 이런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으면서 공무원의 사기는 떨어질대로 떨어지고 있다.
다음으로 출장여비를 살펴보자.
이 표에서도 딱 하나만 보면 된다. 바로 일비다. 일반적인 행정 공무원이 받는 출장수당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공무원이 사무실 밖으로 출장을 나갈 경우 2시간에 10,000원씩 최대 4시간에 20,000원까지 지급해 주는 돈이 출장여비다. 출장횟수는 기관마다 다를 수 있지만 보통 월 15회까지만 인정해 준다. 무제한으로 인정해주면 공무원들이 이 돈을 노리고 매일 출장만 다닐 것이므로 제한을 걸어두었다. 결론적으로, 하루에 4시간씩 매월 15번 출장을 나가면 한달 기준 300,000원의 출장여비를 받게 된다.
이 돈도 당연히 받는 돈이라고 생각해서는 절대 안된다. 4시간이라는 시간은 하루 근무시간의 절반에 해당한다. 사무실에서 그날그날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많은데 4시간씩 출장 다녀올 수 있는 직원이 몇이나 되겠는가? 또한, 출장여비는 감사원의 단골감사대상이다. 실제 출장을 가지도 않아놓고 서류상으로만 출장보고서를 작성하고 출장을 간 것처럼 꾸며 출장여비를 수령하는 경우가 그동안 많았기 때문이다. 감사원에서도 출장여비 부정수급 행태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난 몇년간 집중적으로 이 분야에서 감사활동을 펼쳐왔다. 구글에서 검색만 해봐도 감사원의 출장여비 감사보고서 결과와 언론 보도자료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결과, 대부분 공공기관에서 출장여비 부당수령은 그 자취를 감추었다. 자칫 감사원의 감사에 걸리게 되면 언론에 실려 망신당함은 물론이요, 본인이 받은 출장여비의 몇배를 반환하고 징계까지 받기 때문에 어지간히 간 큰 공무원이 아니고서야 출장여비를 부당하게 수령하는 행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이 출장여비도 공무원이 당연히 받는 돈이 아니다. 행정 공무원이 출장을 나가는 일 자체가 그리 많지도 않을 뿐더러 이 돈을 받으려면 출장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귀찮기도 하다. 만약 꼼꼼하게 챙긴다면 한달에 2~3번은 출장여비를 받을 수 있을텐데 결국 5만원 내외 정도의 돈이다. 실제 생활수준에 큰 변화를 일으킬 정도의 금액은 당연히 아니다.
이제 9급공무원이 받는 돈을 모두 정리해 본다.
9급 2호봉. 월 기준이며, 초과근무수당은 실제 초과근무 월 10시간에 정액지급시간 10시간과 합쳐 20시간 정도로 계산했다.
본봉이 세전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 받는 돈은 매월 2백만원 정도다. 2022년도 기준으로 9급 국가직 공무원 최종합격자의 평균연령은 29세였다. 9급 2호봉 기준으로 월급을 계산했으니, 이 월급표를 받아든 9급 공무원은 군대를 갔다온 남성이라면 이제 막 입사한 29세의 신규직원이겠고(군대 기간을 호봉 경력기간에 산입해 주기 때문), 여직원이라면 30세의 2년차 직원일 것이다. 그 어려운 9급 공무원 시험을 뚫고 합격한 사람들이 이 월급을 받고 어떤 생각이 들까? 평생을 공직에 종사하고 싶다는 마음은 들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30세가 누려야 하는 소비수준은 생각보다 크다. 이 돈으로는 택도 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돈이다. 더구나 공무원이 되기 위해 몇년동안 고통스럽게 공부하며 시간 쓰고 돈 들인 기회비용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9급 공무원 절대로 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