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이삭 Aug 01. 2023

공무원 연금도 풍비박산

65세부터 한 달에 177만원

공무원 연금 제도는 공무원에게 장점일까 단점일까.

필자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이렇다.



‘과거에는 장점이었지만 지금은 단점이다.’



공무원들의 마지막 보루였던 연금제도는 2015년 공무원연금 대개혁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국민연금이나 민간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 일반 국민들보다도 상황이 좋지 않다.


납입금 부담도 늘어났다. 현재 공무원들은 매달 월급에서 연금 보험료율 18%를 공제한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인 9%와 두배나 차이가 나며,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기초연금 대상도 되지 않는다. 과거 적게 내고 많이 받던 공무원 연금 제도를 생각하면 안된다. 이제 '많이 내고, 적게 그리고 늦게 받는 연금'이 되었다. 퇴직만 하면 한달에 300만원 이상의 금액을 우습게 가져가던 꿈같은 시절은 지나갔다. 현 제도 하에서 9급 공무원은  재직 중에는 서민으로 살고, 퇴직하면 빈곤층으로 살게 된다.  


그렇다면, 얼마나 연금이 박살났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9급 공무원으로 30년 일하고 퇴직하면 연금을 도대체 얼마를 받게 될까? 공무원연금 계산식은 다음과 같다.   



연금액 = 평균기준소득월액 X 재직기간별 적용 비율 X 재직기간 X  연금지급률



공식을 봐도 무슨 말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차근차근 용어 뜻부터 살펴본다.

우선, ‘평균기준소득월액’이란 공무원연금 가입기간 동안의 월 평균 보수액을 말한다. 한마디로 내가 공무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받아왔던 월급의 평균값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다만, 이 월급에는 초과근무수당, 연가보상비, 성과금 등 각종 수당은 빠진다.


재직기간별 적용비율은 공무원연금법에서 정한 일정비율이다. 공무원으로 10년 근무했으면 82%, 20년이면 92%, 30년이면 101%를 적용한다. 오래 근무할수록 비율이 높아져 금액이 많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재직기간은 말그대로 공무원으로 재직한 기간을 말한다. 연 단위로 계산한다.


연금지급률은 공무원연금법에서 정한 일정비율이다. 현재는 1.7%로 계산하면 되며, 관련법령이 개정되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결국 공무원 연금액 산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평균기준소득월액이다. 평균기준소득월액이 높아야 연금도 높아지는데 9급 공무원은 대부분 6급이나 5급으로 퇴직하게 되므로 평균기준소득월액이 대단히 높을 수는 없다. 일단 30년 근무하고 6급으로 퇴직한다고 계산해 보자. 정밀하게 계산하려면 30년 재직기간동안 9급으로 몇년 일했고 8급으로 몇년 일했고 세부적으로 나누어서 평균소득을 내야 하지만 지금은 어림잡아 가장 쉽게 첫 월급과 마지막 월급으로 평균을 내 보겠다. 9급 1호봉 첫 월급이 190만원. 6급 30호봉 월급 500만원(물가 상승 고려)으로 놓고 더해서 평균을 내면 345만원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퇴직 후에 매달 받는 공무원 연금은,

3,450,000 * 1.01 * 30 * 1.7 = 1,777,095원


30년 일하고 퇴직해 1,777,095원의 연금을 받게 되는 최악의 사태를 목도할 수 있다. 물론 어림잡아 계산했으므로 실제 받을 수 있는 금액의 차이는 당연히 있겠으나 그 차이가 대단히 많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본다 해도 200만원 안짝에서 연금액이 결정난다고 볼 수 있겠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에 매달 180만원 가량의 돈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다. 노년생활은 각종 병원비가 있어 생계비 부담이 더욱 크다. 이 돈으로는 절대 안전한 노후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 300~400만원 가량의 연금을 받으며 생활하던 50~70년대생 시니어 공무원들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더 큰 문제점은 이 쥐꼬리만한 돈마저 공무원 퇴직 연령인 60세가 아니라 ‘65세’부터 받는다는 점이다. 1년도 아니고 5년을 아무 소득 없이 살아야 한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평균 결혼연령은 남자 33세 여자 31세다. 공무원 퇴직연령인 60세 쯤이면 자녀가 대학생이거나 고등학생일 가능성이 많다.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갈 시기에 퇴직을 하게 되고 무려 5년간이나 아무 소득이 없이 생활해야 하는 막막한 상황이 벌어진다.


한번 상상해보자. 60세 나이들어 퇴직하는데 자녀들은 아직 대학생이다. 대학 등록금도 내주고 뒷바라지도 해줘야 하는데 퇴직수당 7~8천만원 꼴랑 가지고 나올 수 있을 뿐 연금은 5년 후에나 받을 수 있다. 심지어 고령의 부모님이 아직 생존해 계실 수도 있다. 내 몸이라도 안아프면 다행인데 60세 나이에 아픈 데 없는 사람은 없다. 들어갈 돈은 점점 많아지는데 30년 공무원 경력 어디서 알아주지도 않고 불러주는 데도   있을 리 만무하다.


공무원이 박봉이긴 하지만 노후에 짱짱하게 연금 받으며 유유자적할 수 있어 좋다는 말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최근에 퇴직했거나 앞으로 10년 안에 퇴직할 시니어 공무원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현재 9급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신규 공무원들은 절대 공무원 연금을 믿어서는 안된다. 연금만 믿고 있어서는 빈곤에 찌들어 시들어가는 비참한 노년생활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이 비참한 연금액마저 보장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 윤석열 정부에서는 출범 초부터 연금개혁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윤석열 정부를 탓하는게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해진 만큼 이 연금제도를 계속 유지하다가는 국고가 반드시 거덜나게 되어 있다. 올해 공무원연금에 들어간 국고만 3조 3천억원에 이른다. 앞으로 국고보전액은 더 늘어날 것이 명약관화다. 세계 최고의 건강보험 제도로 평균수명은 계속 늘어나는데 출생아 수는 급전직하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2015년에 이은 대규모 공무원 연금 개혁은 필연적이다. 윤석열 정부가 아니더라도 차기정권 또는 차차기정권에서 반드시 일어날 상수라고 봐도 된다. 177만원도 적은데 이보다 더 적은 금액이 된다니 공무원 입장에서는 눈앞이 깜깜할 노릇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하나뿐이다. 공무원은 법령상 다른 직업을 가질수도 없으므로, 공무원 재직 시에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졸라매서 개인연금을 추가로 들어놓거나 주식배당, 임차소득 등 다양한 재테크를 활용해 현금파이프를 뚫어놓는 수밖에는 없다. 또는 60세 이후 일정소득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는 안정적인 재취업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다. 개인연금을 추가로 들기에는 공무원 연금이 너무 박봉이다. 안그래도 적은 월급에 또 개인적금이나 연금으로 돈을 떼기에는 생활이 너무 팍팍해진다. 주식이나 부동산을 통한 재테크도 쉬운 일이 아니다. 주식투자는 말할 필요도 없이 그 리스크가 매우 크며, 부동산도 부모님에게 물려받는게 아닌이상 쉽게 구매할 수 없다. 한달에 200만원 월급받아서 몇억짜리 집을 어떻게 사겠는가?


퇴직 이후 안정적인 재취업 자리를 확보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행정고시 출신의 고위공무원들조차 퇴직 후에 관리직으로 재취업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말단 9급 공무원은 말해 무엇하랴. 말단 공무원으로 30년 일한 60대 노인을 반갑게 맞아줄 일자리는 많지 않다. 공무원으로 30년을 일하든 40년을 일하든 그 커리어는 깡통 커리어에 불과하다. 사회에 나와서는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커리어다. 어쩔 수 없이 택시기사나 경비원, 공장 노동자 등 사회 밑바닥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최소한의 인격적 존중을 받지 못하면서 이런 곳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자괴감은 어쩔 것인가. 심지어 이런 일자리조차 쉽게 얻을 수도 없다.


공기업에서 30년동안 사무직으로 일하다 퇴직한 분이 발간한 '임계장 이야기'라는 책이 있다. 여기서 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로서 퇴직 후 아파트 경비, 고속버스터미널 배차요원 등 생계를 위해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임계장의 스토리를 담았다. 이 책에서 임계장은 사람들에게 무시받고 모욕당하는 일을 당하면서도 하루하루 생활전선에서 버텨 나가는데 차마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공무원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만인의 부러움을 샀던 공무원연금. 연금 하나로 노후대비는 완벽했던 화려한 공무원의 시절은 갔다. 그렇다고 공무원 재직기간 중에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박봉은 그대로인데 연금만 줄었다. 평생을 빈곤하게 살아야 하는 운명이 9급 공무원의 삶을 꽁꽁 묶어 버렸다. 당신은 이 지옥도에 들어오고 싶은가? 당신이 원하는 편안한 노년은 더이상 없다. 젊고 싱싱한 꿈 많은 청년들이 이 곳에 들어와 고생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전 03화 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과 출장여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