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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이삭 Aug 01. 2023

공무원은 인센티브도 나이 경력순

합리적인 보상이 없는 공직사회

열심히 일한 회사원을 가장 기분 좋게 하는 보상은 연봉 인상이다. 사회인의 가치는 돈으로 결정된다. 적절한 금전적 대가 또는 이에 필적할만한 보상이 없다면 아무도 열심히 일하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도 인센티브가 있다. 일반 회사원들과 다를 것은 없다. 바로 성과금과 특별진급이다. 두둑한 현금봉투와 진급이야말로 공무원의 동기부여를 이끌어 내는 특효약이다. 하지만, 공무원에게 인센티브 제도는 있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센티브 제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특별진급은 로또당첨보다 더 힘들고 성과금은 공정하게 지급되지 않는다. 우선 성과금부터 알아보자.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1년에 한번 지급하는 성과금은 표준지급액을 기준으로 S, A, B, C 총 4개 등급으로 직원을 평가 분류하여 그 등급에 따라 주는 돈이다. S등급은 기관 전체 인원의 20%, A등급은 40%, B등급은 30%, C등급은 10%다. 이 비율은 기관마다 다르게 정할 수 있다. 최고 평가를 받은 S등급 직원은 표준지급액의 172.5%, A등급은 125%, B등급은 8%를 받으며 최하등급인 C등급 직원은 성과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성과금의 가장 큰 문제는 애초에 돈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2023년 기준 9급 공무원 성과금 표준액은 228만원. 민간기업에 비하면 너무 적어 부끄럽기까지 한 액수다. 사람인 HR 연구소에서 2022년 조사한 우리나라 기업 성과금 지급현황에 따르면 국내기업 10곳 중 6곳에서 성과금을 지급하고 있었으며, 연봉 5000만원 기준으로 평균지급 성과금 액수는 620만원이었다. 공무원 성과금 표준지급액으로 따지면 2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평범한 회사원과 공무원으로서 거의 최고 자리에까지 올라간 고위공무원인 2급공무원이 받는 성과금이 같은 것이다. 공무원들 사기가 괜히 떨어지는게 아니다.



2023년 공무원 성과금 표준지급액


그런데 이 쥐꼬리만한 공무원 성과금조차 업무성과와 실적으로 평가를 하지 않고 대부분 연공서열과 경력으로 등급을 매긴다. 최고 등급인 S등급과 A등급은 언제나 선배직원의 몫이다. 이유는 단 하나, 그들이 선배이고 경력이 오래되었다는 이유다. 자신이 맡은 업무에서 상당한 성과를 낸 직원 입장에서는 힘이 쭉 빠질 수밖에 없다. 공무원 성과금 제도는 이미 그 효용성을 잃었다.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근로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도입한 성과금 제도가 이렇게 허무하게 연공서열 순으로 평가되면서 사실상 ‘수당’의 개념이 되어 버렸다. 당장 내가 B등급을 받는다 해도 섭섭할 것도 없다. 어차피 내년 내후년 시간이 지나 내가 선배가 되면 S등급을 받게 된다. 딱히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보상책인 특별진급은 어떨까? 특별진급은 기관장이 의지만 있으면 해줄 수 있다. 충주시 유튜브 채널을 전국 최고의 인기 유튜브 채널로 발전시킨 충주시의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이라는 7급 공무원이 있다. 딱딱한 공무원적 사고를 깨고 기발한 발상과 혁신적인 사고로 다양한 홍보 동영상을 기획해 충주시에 아무 관심도 없던 사람들까지도 충주시 유튜브를 즐겨 보도록 만들었다. 아마 9급 공무원 출신 중에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낸 공무원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성과를 낸 충주시 홍보맨조차 특별진급을 하지 못했다. 김선태 주무관은 한 방송에 출연해 시장에게 직접 특별진급을 익살맞게 요청하며 이러한 공직사회의 뿌리깊은 불공정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김선태 주무관조차 특별진급을 못한다면 그 누가 특별진급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진급은 무조건 경력순이다. 김선태 주무관의 빛나는 업적마저 연공서열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저 시간이 지나야 진급하는 것이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진급을 빨리 할 수 없고 성과금도 많이 받을 수 없다. 회사원에게 빠른 진급과 보너스가 없는데 일할 의욕이 생길 리 없다. 그래서 그저 시간만 죽이게 된다. 일은 안할 수 있으면 안하는게 좋다는 신념이 굳어진다. 안할 수록 이득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고통을 최소화하고 이득을 극대화시키고자 하는 욕망은 나쁜 욕망이 아니다. 인간의 본능이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류문화를 발전시킨 동인이었다. 공무원으로서 내 고통을 최소화하고 이득을 극대화하는 방안은 어떻게든 일을 하지 않으면서 시간만 보내는 것이다. 시간만 가면 진급도 성과금도 모두 해결된다. 관리자가 되어 신선놀음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어느 부서에서 근무하는지도 공무원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업무가 많은 부서가 있고 적은 부서가 있다. 이 차이가 극과 극에 달하기도 한다. 편한 부서의 공무원은 실무직원이라도 아무 일도 안하고 시간만 보내다 퇴근하고, 힘든 부서에서는 야근과 주말근무를 반복하면서도 업무를 미처 끝내지 못할 정도로 업무과다에 시달린다. 앞서 언급했듯이 공무원의 목표는 ‘어떻게든 일을 하지 않으면서 시간만 보내는 것’이기에 업무가 적은 편안한 부서에서 모두가 근무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당연히 그 부서에 근무할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관리자와 상사에게 잘 보여야 하는 이유다. 그들이 나를 어느 부서에 발령내느냐에 따라 내 운명이 갈린다.


모든 직원이 일을 안하려고 기를 쓰고 경쟁하는 조직. 바로 공무원 조직이다. 어찌 보면 참 슬프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과 배치된다. 일반적으로 20대 중반부터 50대까지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생산계층은 자신이 맡은 일이 많으면 많을수록, 프리랜서라면 자신을 불러주는 곳이 많을수록 좋아한다. 사회에서 나에게 일을 많이 요청한다는 건 내가 그만큼 쓸모있는 존재라는 뜻이고 그 쓸모는 재화로 환산되어 나에게 부와 명예를 가져다 준다. 그 부와 명예는 모든 사람이 원하는 가치다. 나라는 사람이 가장 찬란하게 빛날 수 있는 기회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어떻게든 일을 잘해 보려고 많이 하려고 애쓴다. 열심히 가치를 창출하려 한다. 다른 사람보다 뭐든 다르게 더 뛰어나게 더 특출나게 해보려고 한다. 부와 명예를 위해. 나라는 사람의 존재의의를 찾기 위해. 그러나, 공무원은 딱 정반대다.


공무원도 관리자가 되고 난 후에는 일을 대하는 태도가 확 달라지기도 한다. 실무자인 하급 공무원일 때야 내가 일하는 것이었지만 관리자는 그저 시키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말로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시만 하면 되고 구체적인 일은 실무직원들이 하니까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에 대한 태도가 180도 바뀐다. 실무직원일 때는 어떻게든 일을 피하려 하고 최악의 근무태도를 보이던 직원들이 팀장 직위를 달면서부터 자신의 팀으로 어떻게든 일을 끌어오려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일 가져와봤자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극도의 이기주의적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기관장이나 간부들에게 열심히 일하는 팀장 과장으로서의 모습을 보이고 싶은 욕망으로 이러한 위선적인 행동을 한다. 막상 자신이 창조적으로 생산해 내는 것은 없다. 이런 사람의 과거 실무자였을 때의 모습을 기억하는 동료직원들은 어이가 없을 뿐이다.


일을 열심히 하려는 소수의 공무원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의 관리자 공무원이다. 언급했듯이 본인이 일하는건 아니다. 말로만 시켜놓고 결과를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면 된다고 생각한다. 일을 열심히 한답시고 이 일 저 일 막 벌려놔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피해는 전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급 공무원 입장에서는 일을 안하는게 이득인데 일에 열심인 관리자를 만나면 울며 겨자먹기로 고생할 수밖에 없다. 관리자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저 운이다. 일을 안하기 위해 편한 부서로 가고자 경쟁하고 일 많이 하는 관리자를 만나지 않기 위해 기도하는 운명. 이게 바로 하급 공무원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잘못된 공무원 사회흐름에 역행해 사명감과 선한 의지를 가지고 아무 보상도 없지만 일을 열심히 해보자 결심하는 이가 있다면 극구 말리고 싶다. 호구잡혀 이용당하고 손해만 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정리하면, 공무원은 일을 안하는게 이득이다.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연공서열로만 성과를 평가하는 삐뚤어진 공직문화가 근본문제다. 사명감으로 일해야 한다라는 고루한 마인드는 집어치워야 한다. 공무원도 노동자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일한다. 이 본능을 부정하면 공산주의자나 마찬가지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20~30대 청년들에게도 묻고 싶다. 정말 이런 조직에서, 이런 어긋난 관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평생을 보내고 싶은가? 오직 한번뿐인 인생, 젊은 시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는게 맞다. 설사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더라도 내 수고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보장된 직업군을 찾아야 한다. 경쟁도 보상도 공정도 없는 공직사회에서 모든 꿈을 잃고 시간만 죽이자는 목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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