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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이삭 Aug 02. 2023

공무원의 진급은 술 술 술에 달렸다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공무원 업무평가와 진급프로세스


공무원에게 생명과도 같은 진급. 공무원의 진급은 어떻게 결정될까? 연공서열 순이니 그저 시간이 지나 경력만 쌓이면 당연히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70%는 맞고 30%는 틀리다.


공무원의 진급은 그 공무원을 평가하는 관리자의 근무평가 점수로 결정된다. 평가는 1년에 2번, 반기마다 실시하며 최소 2회 정도는 연속으로 근무평가 점수를 잘 받아야 진급할 수 있다.


평가점수는 총 100점 만점. 경력점수 20점 근무평가 점수 80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평가점수란 말그대로 관리자가 내 근무성과를 판단해 매긴 점수이고, 경력점수는 내가 얼마나 공무원 경력을 가지고 있는지 점수로 환산한 수치다. 두 점수 모두 높아야 함은 물론이다.


우선 경력점수는 내가 점수를 높이고 싶다고 마음을 먹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관리자가 개입할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말그대로 경력점수다. 오래 근무하면 할수록 그에 따라 점수가 올라간다. 시간만이 답이다. 내 근무성과나 워크에식과 아무 상관이 없는 점수다.


결국 중요한 점수는 관리자의 평가점수다. 비율이 80%로 경력점수보다 매우 높기 때문에 어떻게든 관리자의 마음에 들어 좋은 근무평가 점수를 받아야 한다. 근무평가점수를 매기는 상세한 방법은 ‘공무원 성과평가 등에 관한 규정’ 또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나 규칙 등으로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다. 공무원의 인사는 가장 민감한 분야고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극도의 공정함이 요구된다. 그러나 그 규정을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 어떤 규정이 있든지 관리자가 그 직원을 좋게 생각하느냐 나쁘게 생각하느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결과는 끼워맞추면 그만이다.


그러면 관리자들은 어떤 직원에게 좋은 근무평가 점수를 줄까? 나름대로 논리와 기준이 있어야 한다. 평가권한자의 명확한 논리와 기준이 없다면 좋지 않은 평가점수를 받은 직원의 항의가 있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조직 내 평판을 잃게 되어 관리자로서의 권위를 잃는다. 관리자들이 근무평가점수를 부여할 때 참고하는 평가요인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 근무경력

· 관리자와의 친밀도, 충성심

· 업무성과

· 중간관리자들의 의견



관리자는 이 4가지 기준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부하직원의 평가점수를 결정한다. 


당신이 관리자라면 어떤 기준을 가장 중요시할 것인가? 어떤 기준이 가장 공정한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업무성과를 선택할 것이다. 부하직원들이 6개월 간 수행한 업무목록을 살펴보고 그 업무의 중요성, 업무량, 난도 등을 정리하여 가장 고생한 직원에게 높은 평가 점수를 줘야 함이 마땅하다.


중간관리자들의 의견도 경청하여 반영할 필요가 있다. 6급 이하 공무원의 근무평가 점수는 대부분 국장이나 실장 등 기관장 바로 아랫급의 임원급 관리자가 담당한다. 임원급 관리자는 실무직원들과 생활을 같이 하지는 않고 보고만 받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 직원의 워크에식이나 세세한 부분까지는 파악하기 힘들다. 하루종일 같은 사무실에서 동고동락하고 있는 팀장과 과장의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 그 직원의 진짜 모습이 어떤지 들어볼 수 있고, 중간관리자들의 평가의견도 어느정도 인정해 줘야 그들의 영이 서기 때문이다. 관리자가 그 어떤 의견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부하직원들의 점수를 매긴다면 그건 독재자에 불과하다.


근무경력과 관리자와의 친밀도 및 충성심은 원칙적으로 근무평가 점수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아야 공정하다고 할 수 있다. 근무경력은 이미 따로 비율이 배분되어 있는 근무경력 점수로 환산되기 때문에 다시 중복해서 근무경력을 고려하여 선배 직원에게 높은 점수를 이중으로 부여하는 혜택을 줘서는 안된다. 관리자와의 친밀도와 그에 대한 충성심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사적 감정이 근무평가에 개입되서는 안된다. 만약 이 부분을 중요시하는 관리자라면 그 관리자는 최악의 관리자다.


하지만, 정말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관리자는 근무경력과 자신과 그 직원의 친밀도로 근무평가 점수를 결정한다. 업무성과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중간관리자의 의견도 거의 영향력이 없다.


그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부하직원들의 절대복종과 충성심을 통해 관리자로서 쾌락을 즐길 수 있다. 둘째, 자신의 업무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관리자가 부하직원들의 충성심으로 누릴 수 있는 쾌락은 여러가지다. 내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술 마시고 밥 먹으면서 부하직원들과 수다 떨고 노래방 다니다 보면 그보다 재미있는 것을 찾기 힘들다. 사실상 직장은 유흥주점과 마찬가지가 된다. 유흥주점이나 토크바에서 술을 마시면 술 시중을 드는 직원이 룸에 들어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웃어주고 맞장구쳐주며 돈을 받아간다. 꽤 많은 돈이 들어간다. 수십만원은 우습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백만원까지 하룻밤에 사라진다. 내 말을 잘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고 술 0따라주고 기분 맞춰주는 사회적 비용은 사회적으로 상당히 높게 평가되어 있다. 감정노동이 그만큼 힘들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관리자들이 이 쾌락을 놓칠리 없다. 유흥주점에서 하룻밤 수십 수백만원 주고 누릴 수 있는 쾌락을 직장에서 해결할 수 있다. 부하직원들이 그 역할을 한다. 돈은 회식이라는 구실로 업무추진비, 곧 회사 돈으로 쓰면 된다.  


이런 쾌락을 관리자가 자주 즐기다 보면, 자신의 술시중 밥시중을 매일같이 들면서 비위를 맞춰준 직원에게 근무평가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자신의 근무평가 권한을 한낱 쾌락에 가져다 판 결과가 된다.



두번째로, 관리자 자신의 일을 안할 수 있다. 관리자의 일은 ‘잘한 사람 상주고 못한 사람 벌 주는’것이라고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언뜻 들으면 간단하고 쉬운 말이지만 알고보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현재 청년 세대의 시대가치인 ‘공정’과 맞닿아 있다. 잘하고 못한 것을 어떻게 평가한다는 이야기인가? 공무원의 일은 성과측정을 하기 힘든 업무들이 대부분이다. 사기업처럼 매출을 올리고 돈을 버는 조직이 아니다. 하루종일 등본 초본 등 민원서류를 떼고 있는 직원들을 어떤 객관적 기준으로 줄세울 수 있을까?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그게 관리자 공무원의 일이다. 어려워도 해내야 한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직업들이 다 그렇다. 자기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 중에 어렵지 않은 일이 있는가? 바다 수온이 높아져 물고기가 줄어들어도 어부는 배를 몰고 망망대해 바다로 나간다. 악조건 속에서도 어떻게든 물고기를 잡아내야 한다. 경제가 어려워도 기업은 매출을 올려야 한다.


공무원도 마찬가지이지만 관리자들은 그냥 직무유기해 버린다. 그래서 경력 기준으로 직원들을 간단하게 줄세워 버린다. 경력을 기준으로 하면 말 나올 여지가 없다. 근무평가 점수를 낮게 받은 누군가가 왜 내게 점수를 이렇게 적게 줬느냐며 항의하면 ‘경력’에 따라 점수를 주었다라고 설명하면 된다. 경력만큼 쉽고 간단하게 내 책임을 면피하면서 고민을 줄여줄 수 있는 쉬운 기준은 없다.


가끔은 두 가지 기준이 상충하는 경우도 있다. 경력이 많은 직원과 술상무를 많이 한 직원이 서로 경쟁한다면 누구에게 근무평가 점수를 높게 줄까? 정답은 없다. 관리자의 마음에 달려 있다. 내가 본 대부분의 케이스는 이 두가지 기준이 한 사람에게 겹쳐져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관리자가 경력이 많은 직원에게 술상무 역할을 맡겨 버리기 때문이다. 경력도 오래되었고 술상무도 했으니 좋은 근무평가 점수를 당연히 가져가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상충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대부분의 관리자는 술상무에게 높은 근무평가 점수를 준다. 6개월을 매일같이 밤낮도 주말도 없이 술상무를 했으니 숫자로만 보여지는 경력이라는 기준보다는 관리자의 마음이 더 혹할 것이다. 더 심한 경우에는 금전 제공이나 사적인 노동력을 관리자에게 제공하는 사태까지 심심찮게 벌어진다. 당연히 규정을 위반하는 행동이며, 직위와 권한을 사적으로 활용한 관리자의 갑질이지만 뒤에서 은밀하게 벌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은 눈치채지 못한다. 내부고발도 쉽지 않다. 나에게 높은 평가점수를 줄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이다. 1~2년 참고 진급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불합리한 처우를 받아도 참는게게 유리하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명절이나 연말연초에 관리자에게 감사 인사라는 명목으로 상당한 금액의 선물을 사다 주는 공무원들도 많다. 일단 받았으면 모른체 하기 힘든 법이다. 평가 점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부하직원들의 업무성과를 객관적으로 수치화하는 작업 없이 이런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방식으로 공무원의 근무평가 점수는 결정되고 진급절차 또한 마무리된다. 관리자 자신의 쾌락을 위해, 그리고 직무유기라는 극히 이기적인 이유로 공무원 조직 전체가 썩어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센티브가 없는 공무원 조직에서 거의 유일한 경쟁요소이자 근로의욕 고취요인인 진급마저 이런 식이니 업무에 집중하는 직원이 있을리 만무하다. 일을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기보다 그 시간에 상사 밥시중 술시중 한번 더 들어주는게 이득이다. 술자리에서 건배사 멋있게 하고 분위기 띄우는 방법을 터득하면 더 좋다. 술자리에서 상사를 즐겁게 해주면 상사는 술자리가 있을 때마다 그 직원을 부를 것이고, 근무평가 점수는 당연히 따라온다.


업무보다 개인간의 친밀도가 우선시되는 공직 사회의 이러한 온정주의식 진급문화는 여러가지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업무가 뒷전되어 국민들이 누려야 할 공공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겠다. 술자리라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성희롱 성추행은 물론이요 폭력 사고도 종종 일어난다. 술자리에서 은근슬쩍 부하 여직원의 손을 잡고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성적인 농담을 일삼는 관리자들을 많이 보았다.


이런 일을 당해도 공무원 사회에서 내부고발은 있을 수 없다. 고발해봤자 소문만 퍼지고 기관은 그 사실을 은폐하거나 최소화하려 한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피해는 없고 오히려 내부고발한 하급 공무원들만 하극상이라는 주홍글씨만 새겨져 평판만 나빠진다. 성희롱 성추행을 당하는 여직원들은 눈물을 삼키며 참아낸다.


하급 공무원들의 워라밸이 만신창이가 되어 가정을 돌보지 못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관리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술자리를 원한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이들이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쾌락이다. 그것도 내 돈 드는 일도 아니다. 술값 밥값은 법인카드, 회사 돈으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내 돈도 아니고 회사 돈으로 유흥주점에서 즐길 수 있는 정도의 쾌락을 매일같이 누릴 수 있는데 그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는다. 저녁 술자리도 모자라 1박2일 워크샵과 체육대회를 개최하는 경우도 흔하다. 워크샵은 무조건 주말을 끼고 1박2일로 진행하기 때문에 말단 공무원들의 박탈감은 배가된다. 결국 진급을 위해서 하급 공무원들은 모든 여가시간을 포기해야 한다. 주중에는 일하고 야간에는 술시중 들고 주말에도 여행 따라가서 놀아주고 술마시고 몸에 병이나 안나면 다행이다. 홍삼스틱과 각종 영양제를 아침저녁으로 털어넣으며 버틴다.


이정도로 진급과정이 불공정하고 자신의 사생활을 모두 포기해야 할 정도라면 그냥 진급을 포기하면 되지 않는가? 라고 물어볼 독자도 있을 수 있겠다. 물론 그것도 가능하다. 다른 직원들보다 진급시기가 조금 늦을 수는 있겠지만 근속승진이라는 규정도 있고 어쨌든 경력이 진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시간만 보내면 어떻게든 진급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공무원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공무원이 약간이라도 더 빠른 진급을 원하는 그 근본적인 이유는 관리자 공무원과 실무 공무원의 근무여건 차이가 너무나 현격한 데에 기인한다. 이미 언급했지만 관리자 공무원은 아무 하는 일 없이 신선놀음하는 자리이며, 실무 공무원의 고생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다. 이렇게 현격한 차이가 벌어지다 보니 하급 공무원들은 하루빨리 이 고생스런 위치를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한시라도 빠르게 관리자 공무원으로 진급해서 신선놀음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그래서 이런 비합리적인 처지를 감수하면서 관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어떻게 보면 관리자 공무원만 비판할 일은 아닌듯 싶다. 관리자든 실무 공무원이든 그 마음상태가 같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일을 안하고 싶다. 놀고만 싶다.’라는 마음은 똑같다. 관리자는 그 마음상태를 그대로 행동으로 실현할 수 있고, 실무 공무원은 그 마음을 지금 당장은 겉으로 드러낼 수 없을 뿐이다. 결국 하급 공무원들도 '빨리 진급해서 저 사람처럼 놀면서 지내야지.'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비참한가. 일을 하지 않기 위해 일을 하는 현실이다.


9급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은 꼭 다시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정말 당신의 인생목표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사는 것. 그것밖에 되지 않는지 말이다. 내 인생의 최종목적이 그저 부하직원들과 술이나 마시고 왕놀이나 하고 대접이나 받고 거들먹거리면서 맡겨진 일은 직무유기하고 탱자탱자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게 정말 나라는 사람의 존재이유일까. 이 질문에 No.라고 답변하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절대 9급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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