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서 조기 은퇴후 내가 선택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 내가 태어나서 30년 살았던 그 옛날의 동네로 이사를 왔다. 아직 어릴때 뛰놀던 옛골목이며, 살던 집이며,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 남아있다. 옛날 감성 추억하기에 너무나 좋다. 하루일과를 끝내고 매일 저녁이면 동네 곳곳 산책하며, 어릴때의 추억으로 잠시 돌아가기를 즐긴다. 골목을 배회하다 잊혀졌던 기억이 사진한장의 모습으로 되살아날때는 너무 기분이 좋기도 하다.
다니던 중학교 담벼락에 시인의 거리가 조성되어 있었다.
유난히 한 시인의 시가 발길을 멈추게 했다.
귀천으로 유명한 천상병 시인인데, 본인의 시한편에다 사진에는 막걸리 사발을 들고, 사람좋은 웃음을 짓고 있다. 그 옆에 아내로 보이는 듯한 중년 여성이 막걸리 집 사장인듯 막걸리 주전자를 들고 있다.
시인은 모든 명예를 뒤로한채, 아내의 막걸리 가게에서 오늘도 막걸리 한사발에 취해 사람좋은 사람들과 잔을 나누면서 세상을 달관한 듯한 웃음으로 매일을 마무리하는듯하다.
발길을 멈추게 한것이 지금 내 삶도 시인의 것과 일부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삶을 돌아보면 23살 제대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딪을 무렵 처음으로 노가다를 해서 돈을 모으고, 대학교도 나오고, 공부를 해서 공무원이 되었다.
이 안정된 공직생활을 21년 경험하고 그 정점에서 나는 스스로 하차했다. 47살의 나이에 조기퇴직하였다. 그런다음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그때처럼 다시 노가다 류의 일을 하고 있다.
내 인생을 역으로 꺼꾸로 되돌려 놓았다.
안정된 길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으며, 원래 없기도 했지만 명예나 돈도 더 이상 욕심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이 삶이 행복만 가득한 꽃길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불행은 없을것이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위안하면서...
시인의 시에다 지금 내 삶을 덧 입혀 적어봤다.
다니기 싫었던 직장에서 나와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내 명의로 된 집이 있고,
곳간에 비상식량도 약간 채워놓아서
생활의 걱정이 없어 우선 좋다.
어떤이들이 부러워하는
공직생활도 오래 해봐서
직장생활 경험도 충분하고,
처자식, 부모님, 장인장모님 건강하니
얼마나 맘이 편한가!
하기 싫은 일은 배척하고
하고 싶은 일만 골라서하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가족과 친구들, 지인들이
나의 은퇴생활을 응원해주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