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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무원파이어족 Aug 05. 2023

공무원 파이어족! 제 스토리가 다음 뉴스 메인에...

소방공무원 조기퇴직하여 파이어족이 된 스토리...


유투브 방송 섭외가 오다.

 얼마 전 내 블로그를 보고 머니투데이 유투브 채널인 싱글파이어 담당 PD님이 방송촬영 의사를 타진해 왔다. 주제는 공무원 조기은퇴생활이었다. 예전에 개인 유투버 하시는 분께 촬영요청 받은적이 두어번 있었는데 그때는 거절했었다. 글솜씨도 별로지만 말솜씨는 더더욱 없어서 촬영하는게 영 자신이 없었다. 지금껏 방송 촬영이라 해봐야 10여년전 TV 특종 놀라운 세상 코너에 한번 출연한게 전부다. 최근에 영화촬영 보조 알바로 몇 번 나간 적이 있긴하다.


 자신은 없었지만 촬영해서 영상으로 남기면 은퇴 생활에 하나의 실적으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 섭외에 응했다.


 PD님이 보내준 인터뷰 질문지 문항이 15가지 정도였고, 서로간에 몇 번의 수정을 거쳐서 최종 인터뷰안을 완성했다. PD님께서 제 답변지를 보고 방송 직원들도 너무 잘 적었다며 얘기해준게 큰 용기가 되었다.


                                

부산 촌놈 서울구경과 촬영과정

  촬영이 확정되고 PD님이 서울로 오실래요? 촬영팀이 부산으로 갈까요?라고 선택지를 주셨다. 나는 굳이 서울로 직접 가는 쪽을 택했다. 태어나서 서울을 몇 번 안가봐서 이참에 여행까지 겸해 볼 생각이었다. 마침 촬영장소가 TV에서 많이 보던 청계천 근처였다. 촬영시간을 여유있게 잡아두고 KTX를 타고 서울역에 내려 촬영장까지 걸어갔다. 가는 길에 남대문도 보고, 남대문 시장도 한참을 돌아다니고, 화폐박물관도 구경하고, 방송에서 보던 청계천도 둘러봤다.


 촬영은 의외로 간단했다. 간단히 인사하고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카메라 촬영 PD님 두분이었고, 전직 정치부 기자였다던 기자님 한분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하였다. 준비해간 질문지 외에 중간에 돌발 질문이 나와서 진땀을 흘리며 촬영했다. 말이 중간중간에 너무 꼬였다. PD님이 편집해준다고 걱정 말라고 했지만, 카메라 쳐다 보기도 어렵고, 자세잡는 것부터 모든게 쉽지 않았다. 총 촬영시간은 한시간 남짓이었다.


 촬영마치고는 서울에 있는 친구한테 들러서 하루 숙박하며, 서울 시가지 구경하면서 즐겁게 1박 2일을 보냈다. 촬영도 좋았고, 혼자 서울구경갔던 일도 두루두루 좋은 기억이다. PD님 등 서울 사람들은 부산을 좋아한다며 부산가면 그 특유의 냄새가 좋다고 한다. 나는 사실상 처음 서울 구경갔는데, 활력 넘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담에 제대로 한번 여행해볼 참이다.


                             

촬영결과와 반전...

 유투브 방송이라 사실 구독자가 아무리 많다고 한들 크게 파급력이 있을까 의문이었다. 유부트에 내 영상이 1,2편으로 나왔을때 가족과 지인들 몇몇에게 보내주고, 나는 사실 내 모습과 목소리가 너무 어색해서 보지도 않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작은 반전이 일어났다.


 아침에 일어나서 습관처럼 폰을 보는데, 다음 첫 화면 상단에 내 얘기가 떡하니 나와있었다. 사전에 전혀 연락받은게 없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곧 이어서 지인들의 카톡과 축하(?) 전화가 이어졌다. 두어시간 잠시 뜻밖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머니투데이라는 방송사가 연합뉴스처럼 큰 회사이고, 포털에다가 기사를 제공하다 보니 그게 운좋게 다음 메인뉴스에 나온 것이다.

 

 나중에 담당PD님이 문자주길 "안분지족님의 진솔하고 좋은 스토리 덕분에 메인에 걸릴수 있었습니다. 저희도 정말 기쁘네요. 내부에서도 칭찬이 자자합니다" 라고 보내왔다. 서로간에 좋은 성과가 있어 뿌듯했다.


 다음에 이어 네이버에도 링크되었는데, 예상대로 악플이 상당했다. 100여개의 댓글 대부분이 악플이었다.처음 받아보는 악플이었만 오히려 재미있고, 신선했다. 식구들과 악플들 읽으면서 토론하고, 때로는 대댓글도 달아보고 신나는 놀이 같았다.


 한가지 아쉬운점은 나는 촬영초점을 파이어족 생활 얘기로 생각했는데, 사실 큰 관심도 없고, 자랑할만한 것도 없는 경제적인 부분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댓글로 더 욕을 얻어 먹었다.


 악플의 주요내용은 "그 돈으로 공무원 그만두면 나중에 백퍼 후회다", "상가 투자 수익률 구라치지마라", "나와서 노가다 할거면 뭐하러 나왔냐" 등등이다. 그래도 역시 무플보다는 악플이라도 있는게 나았다.

 

                                    

작은 발자취를 남기다...

 촬영하고 나서 가장 긍적적으로 생각하는 점은 사이버 명함을 하나 만들었다는 점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내 뉴스 기사나, 동영상 링크를 보내주면 나름 돋보이게 나를 소개할수 있을 듯하다.  

나를 잘 알릴수 있는 홍보수단으로 활용도 되겠구나 싶었다. 다만 동영상에 나오는 내 모습이나 목소리가 너무 맘에 안들었다. 내가 그렇게 마른 편이 아닌데, 얼굴이 왜 저렇게 마르게 나오는지! 나름 밝은 모습을 보인다고 입만 스마일 하려 애쓰다 보니 표정이 어색함 그 자체다.


 영상을 중2, 초6 자식들에게 공유하고 설명했다.  자식들이 그간 퇴직한 아빠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하는 걱정이 있었다. 가끔은 새벽에 노동일가고, 가끔 낮에 알바만 하고, 어떤 때는 대낮에 집에서 낮잠자는 등등의 모습들이다. 이런 우려를 공신력있는 뉴스와 유투브로 대신 설명할수 있어 다행스러웠다. 같이 악플보면서 웃기도 했다.


 공직에서 조기퇴직한 가장 큰 이유가 매해마다 기억에 남을 뚜렷한 족적을 남기는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이번 촬영으로 작은 발자취 하나 남긴 점이 가장 큰 소득이다. 평생 잊혀지지 않을 좋은 경험이었음은 물론 파이어 생활 초기를 나름 정리해 볼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최근 모 지역 방송에도 출연 요청을 받았지만, 여건상 무산된 적이 있다. 도전적인 삶을 살다보니, 언제든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온다고 느낀다.


나는 누구나 걸어가는 익숙한 삶길들여지기를 원하지 않으며, 항상 신선한 도전을 찾아 시도할것이다.


"이게 바로 내가 주도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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