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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무원파이어족 Jul 13. 2023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처음으로 한 일!

47세 공직에서 은퇴할때 처음으로 준비했던 나만의 방식

 내 근본없는 졸필의 글을 구독해주시고, 읽어주시는 분들 중에는 현재 파이어족이거나 혹은 조기퇴직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분이 꽤나 많을 듯하다.

직장생활에 지치고 번아웃이 와서 한번씩 조기은퇴의 삶을 동경해보지 않은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파이어족의 꿈은 너무나 현실과는 거리가 먼, 실현 불가능한 것처럼 잡히지 않는 머나먼 곳에 있음을 느끼실듯하다. 내가 처음 그랬던것처럼...





나도 첨에 보잘것 없는 내 재산에 가당치도 않고, 한 10년후에나 가능성이 있을 법한 머나먼 미래로 느꼈었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나올수 있었던 것은 파이어족이 돈으로 하는게 아니란걸 조금 더 일찍 깨우쳤기 때문이다.


 돈욕심에는 끝이 없기때문에 그걸 쫒다가 내 젊음은 다 지나가고 말것이란 생각에 일찌감치 돈 욕심은 내려놓았다. 은퇴후 역시 자산늘릴려는 욕심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파이어족은 돈보다는 시간부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삶의 방식일뿐이다.

내게 파이어족이란것은 직장 중심의 삶에서 내가 주도하는 삶으로의 선택적 변화일뿐이지, 마치 무릉도원 같은 이상향이나 삶의 최종 지향점 같은 것은 아니어서 보다 쉽게 조기은퇴를 결정할 수 있었다.


파이어족을 막연히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면 먼저 실행한 사람으로써 나의 첫 준비과정을 얘기해보려 한다.







파이어족을 실행함에 있어 가장 우선해야될것이 무엇일까? 다들 머리속에 막연하게 그리는 계획은 있을 테지만, 그 계획들이 뒤죽박죽 구체화되지 않아 실체가 없는것 같고, 또 어떤분들에겐 사실 엄두도 않나서 밑그림 조차 그리기 벅차다고 느낄것이다.



이 상태에서 가장 먼저 준비해야할 것은, 내가 전해줄 조언은 "은퇴계획 노트를 준비하라"는 것이다.


파이어족은 누구나 가는 평탄한 길을 마다하고 아무도 밟지 않은 낯선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그 길을 가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생각들과 계획들이 필요하겠는가?


방대한 양의 삶의 철학과 수많은 계획들이 있을진데, 도무지 머리속 생각만으로는 우왕좌왕, 갈팡질팡 정리가 되질 않는다. 하나하나 치밀하게 천번만번 사색하면서 수정해나가야하는 부분들이 얽히고 설킨 실타레처럼 풀기 힘들다.


이를테면 가장먼저 경제적 부분, 파이어족 이후의 살고 싶은 삶, 처자식의 동의를 구하는 문제 등 산적한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일생일대 최고 난이도의 업무구상을 해야하고 그런 생각들을 필사해 나갈 노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머리속 상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인생 후반기,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원대한 업무계획을 기안한다고 생각하면 딱 맞을듯하다.


치밀하고 빈틈없게 준비해야함은 당연한 것이다. 그 누가 검토하거나 결재해줄 사람이 없어  실수가 있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절대없다. 내 인생행복해지기 위한 계획이므로 항상 즐거운 상상으로 하면 된다.






 나의 경우, 은퇴노트는 그냥 한페이지마다  가로줄이 촘촘하게 있는 두꺼운 일반 노트를 사서 준비했다.

가볍고 여백이 많은 노트가 필요하기에 공무원 수첩같은 악세사리 달린 업무노트는 방해만 될뿐이다.

공책의 왼쪽면에는 그날 그날의 일기를 하루 한줄씩 적어나갔다. 단한줄이니 그날 그날 중요했던 일만 요약해 적는다. 대부분 파이어족의 준비과정과 관련된 일들이 위주가 된다.


공책 오른면에는 은퇴계획을 페이지 마다 주제를 정해 계속 수정해나간다. 1페이지당 1주제로...


이를테면, 오른쪽 공책 한페이지에 내가 세운 소주제를 보면,

은퇴후 월 현금흐름 준비계획, 죽기전 버킷리스트, 은퇴후 하고 싶은일, 은퇴 3개년 계획에 따른 월별 타임테이블, 주식투자계획, 여행계획, 취미계획 등등인데 개인별로 수십가지가 넘을 것이다.  나도 2-30가지 소주제가 있었다.


은퇴전 나는 매일매일 업무시작 전후를 비롯해서 틈나는 시간마다 은퇴 준비노트를 꺼내 간략한 일기를 적고, 수시로 계획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업그레이드 해 나갔다. 이를 바탕으로 틈틈히 수백, 수천번 사색하면서 계획을 수정했다. 특히 은퇴자산과 현금흐름 계획부분은 별도로 한장으로 출력해서 폰에 구겨 넣고 다녔을 정도였다.

 

하루라도 더빨리 은퇴하고픈 마음이 간절해서 이런 계획을 세우고 사색하는것 자체 또한 큰 위안이 됨과 동시에 즐거움이어서 은퇴말년 회사생활은 지루하지 않았다. 회사에 미안한 말이지만 은퇴말년 회사에는 내 껍데기만 다녔고, 본심은 파이어족 준비하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준비과정 중 어떤 소주제에 있어서 풀리지 않는 의문이 들때면 걷고 또 걸으며 사색하면서 나만의 정답을 찾아나갔다. 그래도 만족할 만한 답이 나오지 않으면 이번엔 장소를 바꿔 한적한 산정상이나 바다로 가서 같은 주제로 분위기를 바꿔가며 풀어나갔다.   

그런 심사숙고를 거쳐서 완성된 한줄일기와 소주제들이 마침내 하나의 은퇴계획보고서로 탄생된 것이다.

이 한권짜리 노트로된 은퇴종합보고서를 이리 저리 검토해보고 나서, 아...이쯤되면 이제 하산해도 되겠다라는 확신이 들어서 당초계획보다 6-7년 먼저 나올수 있었다.     





파이어족 카페보면 어떤 사람들은 이정도 재산에 이정도 준비했는데 파이어족해도 될까요? 언제쯤 나가면 될까요?라는 질문들을 많이들 하는데, 나는 이렇게 답한다.


"스스로 세운 은퇴계획에 빈틈이 없다고 확신이 들때가 올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누구에게 물을 필요도 없이 자신감으로 충만하여 호기롭게 은퇴출사표를 자연스럽게 던지게 됩니다. 타인에게 물을 정도로 은퇴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아직 준비가 덜 된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자신의 은퇴삶은 본인이 세운것인데 당초부터 다른사람이 조언해줄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10억도 안되는 돈으로 은퇴하는 사람도 있고, 50억 이상을 은퇴기준으로 하는 사람도 있는 등 천차만별인데, 일관된 은퇴기준이란게 있을리 만무하다.


지금껏 회사에서 그렇게나 많이들 각종 업무보고서를 적어댔는데, 내 인생계획서 정도는 정말 제대로 한번 적어봐야 되지 않을까? 은퇴를 하던 안하던 말이다.


 은퇴 노트와  별개로 한줄 일기장은 10년 전부터 적고 있는데, 지금은 소중한 재산목록이고, 가끔씩 펼쳐보면 새록새록 재미도 있다. 애들과 함께한 추억도 회상하고, 부동산 투자한 날, 큰 돈이 입출금 된날 등등 소소한 추억과 정보의 창고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한줄일기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어쨌든, 내 은퇴계획의 시작은  "단 한권의 은퇴노트였다" 고 말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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