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 관람을 좋아해서 시간이 나면 드라마나 영화보다는 스포츠 경기를 보고는 한다. 특히 구기 종목 프로스포츠 관람을 좋아하는데 언급한 종목들의 특징은 팀스포츠이고 구성원 간의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경기를 보면 팀 구성원 중에 눈에 띄는 외국인선수가 있다.
대개 그들은 용병이라 불린다.
리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자국인 선수가 아니라 소수만 있는 외국인 선수로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타국에서데려왔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시즌 시작 전부터 팀에 즉각적인 보탬이 될 것을 예상하고 상황에 따라 힘든 상황, 상대를 맡아주기를 기대한다.
초등학교에도 이런 역할을 기대받는 사람이 있다. 남자 초등 교사이다. 처음 교육청에 신규 발령받으러 갔을 때 데리러 온 교감선생님께서는 활짝 웃으며 반가워하셨다. 옆에 계신 다른 학교 교감선생님께서는 축하한다고 말씀하셨다.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남자라는 이유로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게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초반에는 모든 직장인이 그러하듯 서브로 모든 일을 배웠다.학교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 본연의 활동 말고도 일이 의외로 꽤 많다.기본적인 학생 교육 활동 계획 외에도 교육 외학생과 연관된 복지를 비롯한 모든 일과사업, 학교 공사 사업까지 모두가 다 학교 업무이다.준 주민센터 급의 일이 초등학교에 주어지고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행정실 인력 3명에 교사들이 남은 업무를 나누어 분담하는데경력이 쌓일수록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게 된다.
초등학교는 대부분이 여자 교사로 구성되어 있는 대표적인 여초직장이다. 공무원 사회다 보니 휴직 신청도 비교적 자유롭다. 유학, 출산, 육아 등 다양한 사유의 휴직으로 인해 구성원이 자주 바뀌고 업무 역시 불가피하게 변경되기도 한다. 이러한 변동 상황으로 인해 길게 가져가야 하거나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업무일수록 바뀌지 않는, 바뀔 확률이 적은 구성원에게 주려고 한다. 바로 남자 초등 교사다.
요새는 남자도 휴직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지만 휴직의 대표적인 사유로 출산, 육아 등을 이야기할 때 여자 교사에 비해 남자 교사는 휴직 신청이 드물 수밖에 없다.군입대를 하지 않는 이상 한 번 학교로 발령이 나면 중간에 휴직하지 않고 몇 년을 근무하기 때문에 관리자의 입장에서 업무를 맡기기에 편리(?)하다.
또 하나의 이유로는 초등학교 문화가 여성적이라는 점이다.
"선생님, 여기 아파요."
"왜? 무슨 일 있었어?"
"종이에 베였어요."
"그래, 괜찮아? 큰 상처는 아니네. 보건실에 다녀오자. 혼자 갔다 올 수 있니?"
일반적인 교실에서 초등 교사와 초등학생의 대화이다. 그런데 처음 신규교사일 때 나는
"선생님, 여기 아파요."
"왜?"
"종이에 베였어요."
"그게 아파?"
학생과 이렇게 대화했다. 물론 끝에
"아프면 보건실 가라."
라고 덧붙여 말했는데 기억으로는 이야기한 학생이 어찌할 바를 몰라 우물쭈물하다가 잘못을 고하고 물러가는 신하 마냥 조심스레 교실 밖으로 나가서 보건실에 갔다. 지금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매우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때까지 선생님께 아프다고 하면 어디가 얼마나아픈지 물어보고 작은 상처나 아픔이라도 괜찮다, 아프겠다 위로도 해주고 보건실을 보내주셨을 텐데 그게 아프냐고 반대로 선생님이 물어본 것은 엄살 부리지 말라는 뜻으로 학생에게 들렸을 테니 말이다.
(남중 - 남고 - 군대 테크트리를 탄 내 입장에서 보건실이라는 것은 아파서 쓰러질 것 같을 때조퇴를 허락받기 위한 증거를 남기러 가는 곳이었다.예전남학생 사회에서 '보건실'이라불리는 곳을 간다는 것은허약한 놈팡이 정도로 평가받았다.)
학생을 달래거나 받아주어야 하는 상황은일반적으로 남자 교사들에게 익숙지 않다. 따라서 초등학교 생활을 몇 년 하다가 안 맞다는 생각이 들면 직업을 바꾸거나 장학사, 교감 등 직접 교실에서 학생을 대하지 않고 교직에 남는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이는 사회적으로 '승진'에 해당되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게 여겨진다.
한국사회에서 '승진', '출세'라는 단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안 시켜줘서 못하지 시켜주면 하고 싶은 게 승진, 출세다.교직계에서는 이러한승진에 '평판'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불평불만 없이 일 잘하고 가산점도 차곡차곡 쌓으며 관리자들에게 예쁜 말과 행동으로 좋은 인상을 주어야 이 '평판'을 획득할 수 있다.
현재전체 서울 초등 교사 중 남자 비율은 약 13%라고 한다. 그리고 대다수 남자 교사는 시작부터 승진에 대한 제의를 받는다. 가만히 있어도 노골적인 시선과 유혹이 다가온다.
"김 선생승진해야지?"
"이런 곳에서 남자 오래 못 버텨."
"나이 들어서 어떻게 할라 그래."
대놓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반골의 상을 타고난 건지 아니면 교직 생활 시작부터 첫 단추부터 꼬여서 그런지 이상하게도 처음부터 저런 충고가 고깝게들려 '안 합니다.', '안 들려요.'를 시전 하며 피했지만 현재 주위를 둘러보면 벌써 많은 친구들이 교실을 떠나 있거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신규 발령받는 교사 중 남자 비율도 갈수록 줄어드는 데 있는 사람마저 떠나려 하니 초등학교에 남자 교사가 늘어날 리 만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