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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프라인 Jun 17. 2023

누칼협 당하는 후배

4. 초등학교는 왜 무너지는가? -2

 첫 월급 190만 원.


 초등교사로 임용되기 전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며 받았던 보수 총 180이. 대학생 내내 학교를 다니면서 틈틈이 알바를 하고 방학 동안에는 풀타임으로 짭짤한 수입을 거두었는데, 우당탕탕 좌충우돌 일 년을 열심히 보내고 이듬해 내 월급은 무려 5만 원이 올라 195라는 숫자가 혀있었다.


 "월급날이네. 명세서 봤어? 요새는 얼마 정도해? 좀 적지? 조금만 참아. 시간 지나면 나중에 많이 올라가. 공무원은 원래 처음에 적게 받고 나중에 많이 받아."


 옆에서 위로를 건네는 선배교사의 말이 나라 모르는 사람 말처럼 하나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 시절 힘든 순간마다 온갖 다양한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렸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나는 10년 넘게 여기 교직에 남아있다.




 "건물주요."


 진로 시간에 한 학생이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는 듯 싱긋 웃으며 질문에 대답했다. 게임에 빠져 항상 늦잠을 자고 지각을 하지만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친구들의 비난을 피하는 학생의 발표에 친구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갓물주가 최고지."


 "건물주가 직업이냐?"


 "건물주 되면 직업 필요 없지. 지금부터 공부 하나도 안 해도 돼."


 "쟤는 맨날 게임만 할라 그래."


 나의 어린 시절에 졸부는 이기적이고 교양 없고 예의 없이 무식하며 돈만 많고 배 나온 아저씨 이미지였다. 다들 속으로는 부러워했을지라도 겉으로는 비아냥거리며 손가락질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은데, 어느새 주위 모두가 '당연히 돈이 최고지.'를 외치며 건물주를 꿈꾸고 놀고먹는 삶이 최고인 물질만능주의의 시대가 되어버렸다.




 부모님께서는 초등교사가 되는 것에 나름 만족하셨다. 자식의 취직에 대한 걱정을 덜고 위험하지 않게 오래 할 수 있으며 자신들의 친구 자녀들이 취직에 어려워할 때 자신의 자식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 위기 상황 속에서 정시퇴근의 워라밸 삶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해지며 한국 사회에 공무원 광풍이 불었고 교사가 된다는 것은 어느 정도 보람까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인 것 같았다.


 이렇게 가는 듯싶었던 사회어느 순간 돌변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기사 속의 억대 연봉이 주위 입에서 오르내리고 친구들은 만나면 힘들다 죽겠다 하면서도 내 집 마련에, 비싼 차 구입에, 취미 및 사회 활동에서 저치 멀리 나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내가 선택한 거니까.'


 다른 직업군과 연봉, 근무 여건 등은 비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다. 직업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고 각자 삶의 방향이 있고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다르니까. 보수로 따졌을 때 공무원이 어느 누구보다 연봉이 높다 하면 오히려 그것도 이상할 일이다.




 공무원이 박봉이라는 건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초등담임교사의 역할에 대해 존경을 보낸다기보다는 무시를 넘어서 멸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이다.


 시켜주기만 한다면 아무나 할 수 있다는 비아냥거리는 말들. 영유아도 아니라 생활지도에 전문성도 필요 없고 학생들 다 배우고 와서 가르칠 것도 없으며 시간만 때우다 가는 세금 도둑들이란 비난. 월급 명세서에 적혀있는 십 년 동안 동결하다시피 한 월 13만 원의 초등 담임 명목의 수당(하루에 약 4300원, 시간당 약 530)1년간 25명 정도의 학생 생활과 교육을 담당하는 초등담임교사에 대해 사회가 보고 정부가 매긴 전문성 가치이다. 


 뉴스와 신문에 심심치 않게 나오는 떨어진 교권. 과 동떨어진 육아 솔루션이라는 예능 프로그램. 모두가 교사의 무능력과 태만이라 외치는 현 상황 속에서 책임감을 넘어선 부담감에 차라리 돈을 13만 원 적게 받고 담임을 안 하고 싶고, 조금 적게 받더라도 스트레스를 피하고 싶지만 특별한 경우 아니라면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라는 직책은 피할 수가 없다.


 그리고 마주친 현실은 더욱더 처참하다. 정년을 코앞에 두고 교실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어 결국 명퇴하는 선배 교사, 명퇴가 가능한 날짜가 오기만을 기다리 다음 선배교사, 학부모 등쌀에 못 이겨 휴직을 낸 그다음 선배교사. 예민한 학부모에게 그날 일을 낱낱이 보고하듯 전화기에서 손을 못 떼고 수시로 연락하는 교실의 풍경, 교실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수업마저 방해해도 처벌하기 어려운 학교 분위기. 예전에는 육아하느니 일을 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여력만 된다면 육아휴직이 낫다고 이야기까지 한다.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담임교사할 수 있는 건 올해가 무탈하기 만을 손 모아 도뿐, 학기 중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뾰족한 해결방안이나 누구의 도움 없이 담임 스스로가 각자도생 해야 하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신규 및 저경력교사 받는 최저시급과도 많이 차이 나지 않는 월급과 앞으로도 계속해서 담임교사로 교사 위에 위치한 학생과 교감, 교장 위에 위치한 학부모부터 받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아예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나아 보이게 되고 만.



  10여 년간 신규 임용된 초등사는 단언컨대 역대 최고의 우리나라 교육의 산물이다. 예전 세대는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한 학창 시절 공부량과 성적, 뒷받침된 성실성, 부모의 헌신으로 다듬어진 그들의 여러 재능은 이전 교사들이 초라해 보일 정도로 화려하다 못해 눈부시다.


 그런 인재들이 초등학교에 스스로 들어왔다.


 그들은 선배교사에게 별로 물어보지도 않고 일을 척척 해낸다. 하나의 수업에서도 아이디어가 남다르다. 그들의 젊음은 학생들에게 활기를 불러일으키고 학교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학생들로부터의 인기는 가늠할 수도 없다. 그러나 예전부터 이어진 교사에 대한 편협된 시선은 아직도 불만이 가득하다.


 "잘난 줄만 알지, 애들을 이해할 줄 몰라."


 "공부 좀 했다고 좋은 교사야?"


 "똑똑하면 다야? 애들에 대해 사랑이 없어."


 "옛날부터 교사들은 지들밖에 모른다니까."


 "철밥통 이자나. 놀기만 하고."


 "실력은 학원 선생보다도 못하면서."


 그들은 마치 교직 사회가 더욱 몰락하기를 바라듯이 옛날 학교에서 본인들이 겪었던 잘못된 일을 끄집어내며 이제 시작하려는 교사들에게까지 연좌제를 시행한다. '니들이 선생 말고 뭘 할 수 있는데?'라는 마지막 조롱을 덧붙이며.




 [이제 나는 교사를 그만두려고 한다. 탈출은 지능순이고 누칼협이라는 비아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교사라 무시를 지 않기 위해, 나의 능력과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후회 없이 학교를 그만둔다.]


 "저 운 좋게 의전원 됐네요."


 "수능 다시 보고 한의대 합격 했어요."


 "공기업 어디가 좋나요?"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499331?sid=102




 나는 단순히 교사들 월급 좀 올려주세요 라는 없는 주장을 하고자 글을  게 아니다. 그래도 꼴에 초등 교직에 있다고 후배들에게 초등교육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 최고의 인재가 초등학교를 더 이상 가치 없고 무의미하게 여기며 떠나가려 하는데 차마 남으라고 말도 못 하고 잡을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슬픈 것이다.



 

 누칼협(누가 남아있으라고 칼 들고 협박함?)

 선배님, 우리는 근 20년간 교직계 역사상 최고의 인재풀을 얻었으나 그들은 학교에 나와 이리저리 발로 치이다 못해 짓이겨져 버렸습니다. 그들은 자존심이 구겨지고 자존감을 잃은 채 하루빨리 이 사회를 탈출하려 합니다. 모두가 탈출 지능순이랍니다. 근근이 버텨가는 동료교사들. 현재의 학교 분위기. 당신이 그렇게  올라가 바라보고 싶었던 교직 사회는 이런 것이었나요. 선배인 당신은 침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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