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투성이

4. 초등학교는 왜 무너지는가? -1

 "교감선생님?"

 학생들이 하교한 후 모처럼 평화로운 나의 오후를 방해하는 그의 이름은 교감이다. 할 말 있다며 메신저로 4층 교실에서 1층 교무실로 나를 끌어내렸다.

"음, 다름이 아니라 교무부장이랑 무슨 일 있었어?"

 째려보는 듯한 눈빛으로 다 알고 있으면서 물어보는 그의 의도가 빤히 보인다.

"별일 없었는데요."

"아까 교무부장 와서 난리 났었어. 김 선생이 가서 사과해."

 결국 교무실 와서 소리 지르고 울분을 토하며 난리를 피웠구나. 너의 나와바리인 여기로 와서 이등병 찌끄레기같은 후배교사가 날 무시했다며 미친 ㅇ 마냥 여기저기 떠들고 스트레스를 풀어버렸구나.

 "그게 무슨 일이냐면요. 안내하라는 공문이 왔는데 정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고 제 일이라고 하셔서요. 정보가 들어갔다고 다 제 일이 아니라 내용이 선생님 관련 내용이라 선생님 일이라고 말씀드린 거예요. "

 "그건 그런데 그것도 김 선생 일 포함 아냐?"

 "그거 연수하는 건데요, 업무분장표에 보면 그 연수는 그 선생님이 담당이라고 되어있어서요. 피피티 만드는 거 도와달라면 도와 드릴 수는 있지만 저보고 하라는 건..."

 "그래도 김 선생이 가서 사과해."

"제가요?"

 "선배님 이자나."

 아니, 학교 전체가 거의 다 교대 선배인데 지금까지 해준 게 뭐 있다고. 대학 시절에 나와 얼굴이라도 한 번 본 적 있나, 임용 시험 준비할 때 와서 밥 한 끼라도 사주고 응원이라도 해줬나. 듣도보도 못하다가 학교 와서 이런 일 있을 때 선배? TV에서 어릴 때 고아원에 버리고 성인 되어 나타나 내 엄마다 하는 인간을 주인공이 만났을 때의 기분이 순간 들었다.

 "제 업무 아닌데요."

 "자네도 승진할 거 아냐."

 "승진 안 할 건데요."

 "그건 모르는 거야."

 "아니 제 업무가 아닌데 왜..."

 "결국엔 다 도움받아야 해. 그냥 먼저 가서 사과해."

 말이 안 통한다. 남자교사는 결국 다 승진 욕심 있을 거라 생각하고 조용한 게 좋은 거다 라는 마인드. 더구나 승진해서 교감, 교장 되려는 교무부장이니 결국 나만 빼고 이 학교 모두가 다 저쪽 편이겠지.

 20대의 아직 어렸던 나는 결국 그 교실로 찾아갔다. 차마 얼굴은 똑바로 보고 싶지 않아 노크한 후 교실 앞문을 열고 복도에서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말이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도와드릴 일 있으면 알려주세요."

 고개를 숙여 사과를 했다. 교무부장은 무슨 일이 그리 많은지 얼굴 반쪽도 돌리지 않고 모니터만 응시하며 키보드를 두드리며 대답했다.

 "아니, 됐어요."

 "네."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교실로 돌아왔지만 허탈하기 짝이 없는 오후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남자 교사라서 그렇게 일이 마무리되지 않았나 싶다. 어린 나이의 여자 후배 교사라면 아예 처음부터 그렇게 행동하지도 않았을 텐데. 다른 후배 교사처럼 '네, 선배님. 제가 할게요.'를 기대했다가 순딩 순딩하지 않은 남자 후배 교사 반응에 그 사람도 당황스러웠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 일은 누가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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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님. 지금쯤은 교장이 되셨겠죠? 후배로서 승진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저는 선배님 덕분에 일찍부터 승진이라는 길을 멀리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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