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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프라인 Jul 05. 2023

그냥 가시면 안 됩니다. (2)

1. 초등 교사는 왜 무너지는가? -4-2


 "선생님도 1학기에만 하세요?"


 3월 1학기를 시작하는 날에 한 여학생이 물어본 황당한 질문이었다.


 "아니, 1년 같이 지낼 건데. 왜?"


 "와, 다행이다. 작년에 선생님이 갑자기 그만두셔서 애들 난리 나고 완전 힘들었거든요."


 작년에 어떤 상황의 학급을 겪었길래 고작 열 살 갓 넘은 학생이 완전 힘들었다고 이야기할까.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볼까 다가도 들어봐야 좋은 이야기는 아닐 테니 차라리 모르는 게 낫겠다 싶어 입을 닫았다. 


 "선생님은 1년 할 거야. 걱정 마라."




 대부분의 초등학교 학급은 한 담임교사가 1년을 책임지고 담당한다. 갑작스러운 병이나 사고, 특별한 사건이 있지 않는 이상 담임교체나 변경은 없다. 하지만 최근 주위나 매체를 통해 보면 담임교사가 교체되는 일이 조금씩 빈번해지고 있다. 교체가 되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담임교사가 바뀌더라도 학생, 학부모, 새 담임교사는 즐거운 학교 생활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초등학교에서 중간에 담임교사가 바뀌면 대부분의 교실 무너진다.


 사건, 사고로 인해 기존 담임교사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바로 새로운 정식 담임교사가 발령 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기존 담임교사의 병가, 연가 처리로 인해 며칠 혹은 몇 주간의 임시 기간제 교사가 수업시간만 학생들을 가르친다. 병가 이후에는 병휴직 처리로 인해 정식 교사 발령 전 다른 임시 담임 기간제 교사가 와서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학급을 담당한다.


 3월에 학급을 맡는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1년 생활을 온전히 담당하고 있는 반면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계약은 수업 진행으로 한정되어 있고 학생들 생활에 있어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또 계약 이전부터 이어져 온 교실 문제나 계약 종료  계약기간부터 시작된 교실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학생들의 관계 단순히 하루 시작해서 그날 끝나는, 단기적인 성질이 아니 때문이다.


 초등학교 한 학년 생활이 1년 동안 서로계속 이해해 가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학급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소 몇 달의 시간을 보내고 행정처리 후 정식 담임교사가 발령이 났을 때 교실이 붕괴되어 있는 상황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미 학생과 학부모가 담임교사보다 먼저 교실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마치 갓 부임한 소위를 병장과 상병이 깔보는 상황이랄까, 중간에 합류한 팀장을 그 바닥에서 오래 지내온 부하 직원이 깔보는 그런 상황과 비슷하다.


 "선생님, 밥 먹을 때 줄 어떻게 서요?"


 "출석번호대로 설까?"


 "예전 선생님은 선착순이었는데. 그렇게 서면 안 돼요?"


 "선생님 발표 안 하면 안 돼요? 예전에는 다 안 하고 몇 명만 했는데."


 "선생님 꼭 자리 청소해야 해요? 예전 선생님은 쓰레기 몇 개 줍고 끝났는데."

 

 "선생님 결석계 꼭 새로 내야 해요? 예전 선생님은 날짜 고쳐서 해주셨는데."


 요새는 초등학생들도 본인의 유불리를 빠르게 파악하고 새 담임교사에 비해 본인들이 다수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편한 방식을 집요하게 요구하면 통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담임교사가 교실을 재건하기 전에 종업식이 먼저 다가와 학년 생활어영부영 끝나버리도 한다.


 따라서 학급 담임교사들은 자신들을 바라보고 따르는 전체 학생들을 생각할 때 한 학생, 한 학부모로 인해 학급을 버리고 나만 홀로 도피기에는 마음이 불편하다. 경험상, 그리고 주변에서 이러한 일의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여러 번 보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경험할 패닉, 학급에서 벌어질 수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 소대장이 혼자만 살겠다고 소대원을 버리던가.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힘든 상황일수록 구성원 사람을 더 구하고 보호하고 함께 헤쳐 나가고 싶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교사 개인 한 사람이 사건 전부를 오롯이 감내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는 지금까지 지내온 이웃과 불편해지는 관계를 감내하기 어려워하고 학교나 교육청조차도 중립을 이유로 외면하기 때문이다. 교육의 주체인 교사와 학부모, 학생 사이에서 학교나 교육 관련 기관은 어느 한쪽의 편을 들었을 때 이어질 후폭풍이 두려우며 아동학대 신고를 다루는 전심 기능도 교육 기관 내에 없다. 따라서 신고가 되면 교사는 무조건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학급을 이끌려해도 교사를 이리저리 끌고 다녀 지치게 만드는 현실은 학생들을 진저리난 상태에서 바라보게 되고 담임교사는 결국 내 새끼들을 버리게 되고 만다.


 어떻게 그깟 일로 학생을 버릴 수 있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고객센터, 콜센터에서의 상황이 완전한 타인이 대상이라면 교사 입장에서는 친분이 있고 어느 정도 아는 상대이기에 충격이 더 크다. 그리고 충격은 고스란히 교사를 따르던 학생들에게도 이어진다. 학생들은 부모는 아니지만 부모처럼 같이 생활을 도와주던 담임교사의 교체를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은 충격으로 받아들이며, 담임교사의 교체가 거듭될수록 정식 발령받는 마지막 새 담임교사마저 신뢰하기 어려워진다.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63082


 과거 컴퓨터를 비롯한 새로운 기기 도입 등 교육 환경에 큰 변화가 있던 시기에 많은 교사들이 퇴직을 신청했다. 당시 맞물린 시대적 상황과 더불어 새로운 교육에 대한 변화를 받아들일 교사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레 겁먹어서다.


 하지만 지금 교육의 새로운 변화가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충분한 능력이 있음에도 교육 주위 환경이 더러워서 피한다면 우리의 자녀들, 학생들은 어떻게 성장하게 될까. 어떤 교육 극단주의자 이야기처럼 학급 담임교사 없이 교사는 맡은 과목만을 가르치고 초등학교 생활을 학생 자치로 맡긴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학생들이 엉망진창 더러운 환경 속에서도 홀로 깨끗이 피어나는 백합 같은 존재가 되길 바라지만, 미성숙한 학생들이 자기의 주관대로 행동하는 교실에서 대책 없이 보호받지 못해 이름 없고 시들은 풀잎 같은 존재로 지내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지 않을  다.



그냥 가시면 안 됩니다. (1) : https://brunch.co.kr/@ar80811517/55

다음 글 : https://brunch.co.kr/@ar808115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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