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감, 출혈, 숨 가쁨, 발열
숨 가쁨, 잦은 출혈, 출처를 알 수 없는 몸의 멍, 발열 등 백혈병 전조 증상은 다양하다. 감기증상과 비슷하기 때문에 바로 알아차리기 힘들다고 한다. 나 역시 내 몸이 어딘가 조금 이상하다고 느낀 건 진단받기 한 달 전부터였다.
첫 번째로 내가 느낀 증상은 심한 피로감이었다. 잠을 자도 자도 피곤했다. 보통 몸이 피곤해도 잠을 충분히 자고 나면 피로감이 풀리고 괜찮아지는 게 정상인데 오히려 더 피곤했다. 마치 내 몸에 납덩이를 매달아 놓은 것 같이 몸이 무거웠다. 마치 배터리가 다 닳아 충전기를 연결했는데도 충전이 안 되어 방전된 기기 같이 몸이 방전된 것 같았다.
두 번째로 나타난 증상은 부정출혈과 그 출혈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었다.
원래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데다 일 년에 한두 번씩 몸이 좋지 않은 날에는 생리양이 많을 때가 있다. 특히 첫날과 그다음 날이 양이 많은 편인데 백혈병으로 진단받기 전에는 평소 몸이 좋지 않을 때보다 더 양이 많았다. 9월 초 출근하기 직전에 교체한 대형 생리대가 한 시간도 안되어서 피가 다 새는 일이 있었다.
직장으로 가기 위해서 지하철역을 빠져나와 마을버스를 타고 10분도 가야 하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온몸의 피가 밑으로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황급히 버스에서 내려서 뒤를 만져보니 속옷과 바지가 다 피로 젖어있었다. 급하게 카디건으로 뒤를 가리고 근처 옷가게로 들어가 바지를 샀다. 가까운 지하철역 화장실에 들어가 탈의하는데 손바닥크기의 핏덩어리가 툭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평소 몸이 좋지 않을 때 종종 보이던 손가락 크기의 핏덩어리(뭉친 피) 보다 훨씬 컸다. 빠른 시일 내 산부인과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증상이 있고 난 다음 주 산부인과 진료를 보러 갔다. 초음파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결과는 왼쪽 난소 쪽에 물혹이 있는데 물혹은 자연스럽게 없어지기도 하니까 한 두 달 뒤에 다시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호르몬약을 처방받았다. 보통 호르몬약을 복용하면 출혈이 멈추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출혈양은 줄었지만 약을 복용했음에도 지속적인 출혈이 있었다. 이때 같이 살던 언니가 “예슬아 너 얼굴이 창백해! 핏기가 없어”라는 말을 했다. 그 말에 “언니 산부인과에서 약 처방받고 먹고 있으니까 출혈이 멈추면 곧 괜찮아질 거야.”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쉽게 괜찮아지지 않았다.
세 번째로 나타났던 전조증상은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숨 가쁨 증상과 빈혈이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계속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숨이 차는 거라 생각했다. 몸이 조금 약해져서 그런 거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숨 가쁨 증상이 심해졌다. 그나마 평지를 걸을 때는 괜찮았는데 계단을 3-4개만 올라가도 숨이 가빠왔다. 출퇴근 길 지하철역을 빠져나갈 때 계단을 3-4개 올라가고 난간을 붙잡고 숨을 고르고 중심을 다시 잡은 후에 올라가야만 했다. 추석에 본가에 내려갔을 때 일이었다. 집 뒤에 크게 무리하지 않고 올라갈 수 있는 얕은 산이 있어 부모님과 그 산을 올라가는데 숨이 너무 차고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까지 힘들어했던 것 같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점점 조금만 오래 걸어도 숨이 차서 옆에 누군가와 같이 걸을 때 ‘잠깐만 조금만 쉬자.’는 말을 하며 한참을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네 번째로 발열증상이 있었다.
진단받기 일주일 전에 나타났다. 단순한 몸살 감기 아니면 환절기 비염이겠지 생각하고 약국에서 감기약 사서 먹었는데도 괜찮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죽도 삼키기 힘들 정도로 목이 아프고 고열이 났다. 체온을 재니 38.7-8도가 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