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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학과 브랜딩

by 선명이와 지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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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에 모대학신문 내용 중에서 대학이 정체성을 그려내기 위해 브랜딩 노력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사 내용의 일부를 발췌하여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브랜딩이란 소비자에게 기업, 제품 등에 대해 고유한 인식을 심어주는 과정이다. 성공한 브랜딩을 통해 소비자는 다음에도 그 브랜드를 찾게 된다. 대학도 브랜딩 하기 위해 노력 중인데 일례로 마스코트, 시그니처, 전용색상 등 브랜딩을 전담하는 기관을 개설해 대학의 UI(University Identity)를 관리하고 있다. 또한 대학 간 정기적으로 열리는 스포츠 교류전도 브랜딩에 해당한다.


대학의 경우 학교 브랜딩을 통해 재학생들의 애교심과 결속력을 높일 수 있다. 대학은 브랜딩을 위해 교명을 변경하기도 한다. H대학교의 경우 안산캠퍼스를 ERICA캠퍼스로 변경한 것이 일례라고 할 수 있다. 대학신문 기사에서 기자는 '대학 브랜딩'이라는 말을 썼다. 대학의 정체성을 그려내기 위해 대학 브랜딩이라는 말을 대학에 소속된 학과들에게 응용하여 적용한다면 '학과 브랜딩'이 될 것이다. 대학의 학과들이 브랜딩을 하기 위해 타 학과들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1990년대 초반, 대학생 때 학교에서 매년 발간하던 'H대학교 요람'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책에는 대학교 연혁, 기관 소개와 연락처, 단과대와 학과 소개, 교수 연락처 등이 적혀 있었다. 책은 수백 페이지 분량으로 두꺼웠다. 그래서 대충 한 번 훑어보았다. 그런데 공대의 학과들에 대한 연혁을 읽던 중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한 부분이 있었다.


'자원공학과의 예전 학과명이 광산학과였어?'


흥미롭게 느껴졌다. 현재의 학과명과 예전의 학과명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동일한 학과인데 말이다. 다른 학과들도 마찬가지였다. 무기(無機)재료공학과는 요업공학과였고 산업공학과는 공업경영학과였다. 생각해 보니 세월이 경과함에 따라 학과들이 명칭을 점점 세련되게 바꾸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과 브랜딩을 위해서 학과명을 바꾸는 것 외에 학과에서 시도하는 여러 방법들이 있었다. 학과 커리큘럼에 최근 트렌드를 반영하며 세미나 등의 학술행사를 확대하여 학과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있었다. 학과 내 신입생 환영회, 졸업생 환송회, 체육대회, MT 등을 개최해서 학우들 간 친교와 만족감을 향상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리고 학과만의 독톡한 구호나 노래를 만들어서 학과에 대한 유대감을 갖게 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학령인구는 점점 감소하여 대학도 퇴출될 수 있는 시대이다. 생존과 발전을 위해 대학들이 브랜딩에 힘을 모으고 있다. 학과들의 경우에 글로벌, AI, 디지털 등 요즘 트렌드를 학과명이나 커리큘럼 속에 반영하여 이미지 향상을 위해 힘쓰는 학과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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