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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중담 Feb 16. 2024

관중보다 포숙

사마천 <사기 열전>

관중은 말했다.
“내가 가난하게 살 때 일찍이 포숙과 장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익을 나눌 때마다 내가 더 많은 몫을 차지하곤 했지만, 포숙이 나를 욕심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던 것은 내가 가난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일찍이 포숙을 대신해서 어떤 일을 도모하다가 그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지만 포숙이 나를 어리석다고 하지 않았던 것은 유리할 때와 불리할 때가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일찍이 세 번이나 벼슬길에 나갔다가 세 번 다 군주에게 내쫓겼지만 포숙이 나를 모자란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던 것은 내가 때를 만나지 못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일찍이 세 번 싸움에 나갔다가 세 번 모두 달아났지만 포숙이 나를 겁쟁이라고 하지 않았던 것은 내가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공자 규가 졌을 때, 소홀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나는 붙잡혀 굴욕스러운 몸이 되었으나 포숙이 나를 부끄러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던 것은 내가 자그마한 절개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천하에 이름을 날리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를 낳아 준 이는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
포숙은 관중을 추천하고 자신은 그의 아랫자리에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관중의 현명함을 칭송하기보다는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포숙을 더 찬미하였다(주).


출처 : 네이버 이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관포지교'.

'여기서 뭘 더 볼 게 있다고.'

그렇게 읽어나가다가 마지막 문장에서 눈이 멈추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관중의 현명함을 칭송하기보다는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포숙을 더 찬미하였다.'


한번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가치가 통용될까? 나보다 남을 더 존대하고 높여주는 사람을 귀하게 여겨 줄까? 오히려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비웃지나 않을까?'

'나보다 잘난 사람, 잘 되는 사람을 보면서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들이 포숙과 같은 사람을 칭송해 줄까? 오히려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관중과 같은 사람을 더 우러르고 존경하지 않을까?'

오늘날과 같은 능력 위주의 사회, 생존 경쟁이 치열하고 개인을 절대적인 가치로 여기는 세상에서는, 이와 같은 가치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보일 뿐, 통용될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제가 참여하고 있는 모임에는 뛰어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화와 토론에 참여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삶에 대해 알게 되면, 제 자신이 작게 느껴질 때가 많이 있습니다.

누구는 작은 사람, 누구는 큰 사람으로 나누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위험한 일이기도 하지만, 살아온 궤적이 보이고 현재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데,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쨌든,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같은 생각과 가치를 좇아 모인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모임을 처음 시작한 분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처음 시작한 사람이 가장 큰 사람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모임을 이끌어나가는 분은 코치이기도 한데, 그가 제게 해준 한 마디는 쉽게 잊히지 않을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내가 믿고 배우고 함께 걸어갈 만한 사람이다.'

그 말이 무엇이었을까요?

"위대한 코치가 되세요. 저보다도요. 제자가 선생보다 나아지지 않는다면, 어찌 선생이라고 할 수 있나요?"

말뿐이 아니라는 것, 그 말에 진심이 담겨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선생이라는 사람은 제자를 자기보다 더 뛰어난 인물로 만들고 빚어낼 의무를 가진 존재라는 인식.

포숙이 자기보다 더 뛰어난 재주를 가진 관중을 더 높은 자리에 앉히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온갖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정신, 더 낮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괘념치 않고 오히려 즐거워한 높은 덕이 슬며시 엿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말이 좋아 '청출어람'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자기보다 더 뛰어난 제자가 나오기를 바라겠습니까?

명성이나 권위보다도, 제 밥그릇이 먼저 줄어드는데 말이지요.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다를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위대한 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지요.


저는 포숙과 같은 정신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는 아직 많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아직도 포숙과 같은 사람을 알아보고, 그를 존경하고 높여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만드는 공동체는 어떤 모습일지, 또 그들이 만드는 세상은 또 어떤 세상일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문득 감사하는 마음과 설레는 마음으로 글을 써 봅니다.




주) 사마천, <사기 열전>, 2021, 민음사


연재하고 있는 브런치북입니다.

⁕ 월, 목 - <문장의 힘!>

⁕ 화, 금 - <거장에게 듣는 지혜>

⁕ 수, 일 - <사소한 일상은 인생의 최종손익결산>


화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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