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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밤 Oct 17. 2023

나폴리1, 붉게 물든 나폴리의 미항

피자가 최고 인줄 알았던 나폴리는 역시 미항의 도시였다.


와인을 먹고 자니 역시 숙면이다. 아침 8시 말끔하게 눈이 떠졌다. 오늘은 12시기차를 타고 나폴리로 가는 날이다. 근데 아직 로마에서 할 일이 남아있다. 아직 ‘진실의 입’을 가보지 못했다. ‘로마의 휴일’에 등장한 조각으로 손을 넣고 거짓을 말하면 손이 잘린다는 스토리로 많은 여행객들에게 인증샷을 찍게 만드는 곳이다. 숙소에서 걸어서 30분정도 걸리는 곳으로 로마를 떠나기전 아침에 금방 다녀오기에 제격이다. 로마의 아침이 밝다. 조깅한다는 기분으로 길을 나섰다. 아침햇살에 마주한 로마의 유적들은 새삼 느낌이 새롭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며 걷다보니 금새 진실의입에 도착했다. 



아침일찍 도착하니 줄도 그리 길지 않다. 줄을 서서 빠르게 인증샷을 남겼다. 줄을 통제하는 가드가 혼자 온 여행객들의 사진사 역할도 해주고 있었다. 빠르게 세네장을 찍어주는 모습에서 프로의 향기를 느꼈다. 뒤이어 많은 관광객이 있었기에 빠르게 사진만 찍고 나와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돌아 온 후 짐을 챙겨 로마 테르미니역으로 향했다. 이탈리아 여행에서의 마지막 도시 나폴리로 향한다. 나폴리를 이탈리아의 종착지로 정하게 된 명언이 있다. “죽기전에 꼭 나폴리의 미항을 보고 죽으라.” 물론 지금은 나폴리는 마피아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아름다운 항구로 남아있다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그리 빠르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 그리고 나폴리의 피자도 꼭 먹어보고 싶다. 이런저런 생각을 품은 채로 나폴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로마에서 한시간 반 정도를 기차를 타니 나폴리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남부지방으로 갈 수록 산이 많아지는 느낌이었다. 오는 내내 이전 보다 좀 더 멋지고 다채로운 기차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나폴리는 치안이 그리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마피아를 만나는 것은 아닌지.. 가방을 단단히 잡고는 역 밖으로 나왔다. 나폴리에서의 숙소는 기차역과는 좀 거리가 있었기에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야했다. 그래도 나름 익숙하게 지하철을 타러 갔다. 그래도 치안이 좋지 않다는 예상과는 다르게 여느 이탈리아 도시와 다르지 않은 기분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몇정거장을 이동해서 municipio역에서 내렸다. 이곳도 신설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역인 것 같았다. 굉장히 깔끔하고 넓은 느낌의 역이었다. 역에서 나오니 시끌벅적한 도심의 한가운데로 이동해 있었다. 10분정도를 걸어 골목에 있는 호스텔을 찾았다. 호스텔또한 나름 신식의 오피스텔 건물의 두개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호스텔 직원의 따뜻한 환대를 받으며 체크인을 마쳤다. 사실 나폴리 이후 부터는 거의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터라 체크인 이후 뭘 할지 부터가 고민이었다. 그래서 잠시 침대에 기대어 오늘의 계획을 짜보았다.


이것저것을 찾아보다보니 관광지로 갈만한 곳은 딱히 있어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늦은 점심부터 해결하자는 생각에 애초에 나폴리를 오겠다고 마음먹게 만든 피자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여행을 떠나오기전에 알아본 나폴리 3대 피자집이 있었다. 그중에서 꼭 먹어봐야 할 두가지 피자집을 미리 알아왔는데 소르빌로와 디 마테오 였다. 어찌됐든 오늘 내일 하루하루 갈 예정이니 두 피자가게가 있는 골목으로 가서 어느 곳을 갈지 결정하기로 하고 일단 길을 나섰다. 두 피자집모두 나폴리의 번화가 ‘스파카 나폴리’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나폴리 구경을 가볍게 하기에도 좋은 위치였다. 대중교통을 이용할까 했지만 도보로 25분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이정도는 걸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걷기 시작했다. 날씨는 굉장히 좋았다. 햇볕은 뜨거웠고 그늘은 시원했다. 



나폴리는 확실히 조금 더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안좋게 말하자면 조금은 지저분하다고도 여길 수 있었다. 거리의 벽들은 나폴리 시민들에게 그림판 같은 곳이다. 숙소에서부터 스파카 나폴리까지 걸어가는 내내 그래피티가 그려지지 않은 벽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덕분에 다양한 스타일의 그래피티를 보며 자유분방한 예술혼을 느낄 수 있었다. 



좀 더 메인 거리에 가까워 오자 작년 나폴리 축구팀의 우승의 기쁨을 아직 느낄 수 있었다. 여기저기 나폴리 축구팀을 상징하는 하늘색의 수건과 플랜카드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종종 작년 나폴리 우승 주역인 김민재 선수의 모습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몇달이나 지난 우승이지만 수십년만의 우승이 준 기쁨을 한두달만 축하하기에는 아쉬웠던것 같다. 나폴리의 우승이 마치 어제였던 것만 같은 화려한 거리의 모습은 나도 덩달아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어떤 나폴리 소년은 내가 거리를 지나가자 소심하게 나에게 “킴킴킴킴”이라 외쳤다. 이는 작년 나폴리에서 뛰었던 김민재 선수의 응원가로 응원의 주역이었던 한 동양인 선수의 나라에서온 여행객을 반겨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여기저기 나폴리의 거리를 구경하며 걷다보니 나도 모르게 Sorbillo 앞에 도착해있었다. 구지 간판을 보지 않았어도 수십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는 것만을 보고도 두 피자집중 하나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역시 나폴리의 피자집중 유명한 곳이기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꽤냐 기다려야 할듯했지만 오늘 딱히 계획이 없기때문에 기다릴 수 있을때 기다려서 먹자는 생각에 주저 없이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가게 앞을 지키고 앉아있는 직원에게 웨이팅을 할 수 있는지 물었고 직원은 이름을 물었다. 그래서 나는 내 이름 범수를 말해주었지만 재밌게도 내 이름은 직원의 마음대로 적혔다.


‘Enzo’


엔조, 직원이 나의 이름을 듣고는 제멋대로 적은 이름이다. 그런데 뭐 생각해보니 내가 기다리는 걸 알기만 하면 되고 여권을 대조볼 것도 아니니 구지 수정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나폴리에서 지어준 이탈리아 이름이라고 생각하니 나름 정이갔다. 생각보다 웨이팅 리스트는 빨리 줄어들었다. 마침 점심시간이 끝나던 차라 사람들이 먹고 나오는 시간과 맞물렸던 것 같다. 혼자 왔다고 하니 창가를 보며 먹을 수 있는 바테이블로 안내해주었다. 바테이블에 가서 앉아 있으니 창가의 네자리가 혼자온 여행객들 네명으로 차곡 차곡 채워졌다. 그중 넉살 좋은 미국인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폴이었다. 일단 우리는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각자 어떤 피자를 고를지 정했다. 혼자 온 여행자들은 다들 무조건 기본을 먹어보아야한다는 마음에 모두 마르게리타를 골랐다. 내 옆에 앉은 미국인 여자만 마리나라를 먹을지 마르게리타를 먹을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러더니 대뜸 또 내게 말을 걸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기 온김에 마리나라와 마르게리타 둘다 먹어보고 싶은데, 양이 너무 많을 거 같아, 마리나라 시키면 너도 좀 먹을래?”


나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흔쾌히 좋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원하는 대답을 얻은 것에 흡족해하며 두가지 피자를 모두 주문했다. 그녀는 미국인 로라였다. 폴은 굉장히 넉살 좋은 아저씨같았다. 마치 한국의 마음씨좋은 중년의 아저씨를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대화주제 마저도 한국의 아저씨와 비슷했다. 자신이 미국에서 살고 있는 사우스 캐롤라이나라는 동네를 자랑했다. 그리고 그 중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옛날에 비해 집값이 많이 올랐다며 흐뭇해하며 자랑했다. 집값 자랑하는 아저씨는 세계 어디서나 만국 공통인가보다. 옆자리의 로라는 IT 회사에서 세일즈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한눈에 봐도 말하는 것에 자신감이 넘치고 한마디를 물어보면 스무마디가 돌아오는 걸 보니 훌륭한 영업사원일 것 같았다. 이렇게 혼여행객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주문한 피자가 나왔다. 드디어 영접하는 나폴리 피자라니.



내가 여행중 감탄하며 먹었던 수많은 요리가 있지만 이 피자는 가히 최고라 말할 수 있겠다. 피렌체에서 피자를 먹으면서 이탈리아 피자는 거의 뭐 비슷하게 이런 느낌이겠구나 라면서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지만 아니었다. 이 피자는 완전 다른 차원의 맛이었다. 일단 재료는 토마토 소스, 바질, 모짜렐라 치즈, 도우 완전 심플하다. 하지만 자르는 느낌부터가 달랐다. 가운데 도우부분이 굉장히 얇은 느낌이었다. 가운데 부분부터 끝까지 조심스럽게 잘라내어 한입 맛을 보았다. 천국이었다. 마치 등급이 높은 한우를 구워먹을 떄 입에서 육즙이 팡팡 터지는 것처럼 각 재료가 가진 맛과 즙이 입안에서 터졌다. 토마토소스와 올리브오일이 입안에서 즙처럼 터지기 시작했고 뒤이어 바질의 향이 느껴졌다. 그리고 모짜렐라와 쫄깃한 도우가 식감으로 서포트를 해준다. 피자가 다 같은 피자겠거니 하며 생각했던 나를 핀잔주며 계속해서 먹었다. 한사람당 한판이 꽤나 많아보였던 것과는 무색하게 짧은 시간안에 한판을 다 비울 수 있었다. 이렇게 마르게리타를 먹다보니 옆 자리 로라가 추가로 주문한 마리나라 피자가 나왔다. 마리나라는 치즈가 올라가지 않은 순수한 토마토 피자이다. 로라도 새로 나온 마리나라를 몇입 먹더니 나에게도 권했다. 이미 배가 많이 불렀지만 마르게리타에서 극락을 맛보았기에 거절 할 수가 없었다. 마리나라는 훨씬 더 신선한 맛이었다. 치즈가 올려져 있지 않아서 토마토의 신선함과 단맛을 적나라 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걸 먹어보고 나서 애초에 토마토 소스 자체가 다른 곳과는 비교가 안되는 신선한 맛을 갖고 있음을 느꼈다. 특히 이 화덕에서 빠르게 구워나온 도우는 정말 설명이 불가했다. 도우안에 치즈가 들어있지도 않은데 도우를 씹는 것만으로도 마치 치즈를 먹는 것처럼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었고, 고소하고 짭쪼름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도저히 도우까지 다 먹지 않을 수 없었다. 진정 원조는 다름을 느끼며 피자를 싹다 비워냈다.


너무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혼자 와서 각자 피자를 먹은 사람들 모두 최고였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폴과 로라는 오후에 투어 일정이 있어서 가본다고 했고 나는 해가 지기전에 풍경을 보기좋은 산델따 성에 올라가보려고 한다. 우린 가벼운 인사를 남기고 피자집을 나와 헤어졌다.


나폴리에서 이룰건 다 이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의 나폴리 피자를 먹었고 다름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홀가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획은 딱히 없었지만 ‘미항 나폴리’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풍경 명소가 있다고 해서 그곳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저 멀리 보이는 산 텔모 성이다. 꽤나 높은 오르막길을 올라야 했으나 피자로 충전한 연료를 쓰기에는 제격인 코스였다. 구글맵을 켜고 산 텔모성으로 향했다. 중심가를 벗어나서 길을 따라 가다보니 중심가보다는 확실히 낙후된 분위기의 동네를 지나게 되었다. 일몰을 보고 해가 지기전에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30분정도의 오르막을 오르고 나니 성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성이 있는 곳까지 도착하니 이미 거기서부터 어마어마한 나폴리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성 위에서 풍경을 바라보면 저 반다편 바다까지 모두 볼 수 있다고해서 일단 풍경 감상은 미뤄둔채 성에 입장하러 입구를 찾았다. 성에 도착해서 입장권을 사려고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입장권을 오직 현금으로만 판매한다는 것이다. 이건 생각지 못했다. 이탈리아 어디를 가도 카드를 다 받았기 때문에 현금을 준비할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여기까지 와서 성에도 못올라가보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할 때 익숙한 한국말이 들렸다. 내 뒷쪽에 줄을 서고 있는 한국인 부부를 발견했다. 그래서 나는 염치불구하고 한달음에 달려가 물었다.


“혹시 현금 있으시면 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제가 바로 이체 해드릴게요!”


둘은 놀란듯 나와 서로를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5유로를 건네며 말했다.


“이거 그냥 쓰세요! 그리고 안보내주셔도 되니 다음에 다른 사람 도와주세요”


앗 이국타지 먼 땅에서 한국인의 정을 느끼다니, 이것만으로도 너무나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여행이다. 나는 다시 한번 이체 해드리겠다 이야기했으나 연신 거절하시고는 자리를 뜨셨다. 그래서 나는 90도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사라지는 뒷모습까지 바라보며 감사하다 인사했다. 살다보면 이런 작은 기적을 마주할 때가 있다. 감동은 잠시 접어 둔채 마지막 입장시간이 얼마남지 않아 나는 서둘러 표를 사고 성 안으로 들어갔다. 성의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역시 차원이 다른 아름다움을 마주 할 수 있었다. 성 맨 위에 도착하니 나폴리에 접하고 있는 모든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나폴리에 큰 기대를 갖고 오지 않은 나였지만 유럽에서 본 그 어떤 바다 풍광보다 감히 멋지다고 할 수 있었다. 괜히 죽기전에 나폴리의 미항을 보고 죽으라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굴곡진 해안의 모습과 멀리보이는 산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문득 나폴리의 풍경을 보고 있는 내 자신이 신기했다. 여행을 계속 하다보니 나폴리에 도착한 것조차 신기해하지 않았는데 몇주전만 하더라도 나폴리 성벽에 기대어 멋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줄은 몰랐던 나였다. 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나폴리의 미항을 볼 수 있다. 감동스러운 순간이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나폴리 항구의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오른쪽 에서 천천히 내려앉는 해는 미항을 비추던 빛을 조금씩 당겨내고 있었다. 



해가 지고 남은 빛이 나폴리를 비추고 있던 차에 문득 완전 어두워지기 전에 번화가로 돌아가야겠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완전히 어두워진 나폴리의 뒷골목을 혼자 헤쳐나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둘러 하산하기 시작했다. 내려가기 위해 다시 성밖으로 나오니 뜻밖의 것이 내 발목을 잡았다. 달이었다. 저 멀리 베수비오 산 뒷편으로 동그랗고 커다란 달이 떠있었다. 마치 나와 눈을 맞추려고 하는 큰 눈동자라도 된양 크고 동그랗게 떠있었다. 그 모습을 찍기위해 핸드폰을 들어 사진 한장을 찍는 순간 핸드폰이 꺼졌다. 큰일이다. 나폴리에 온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터라 길을 속속들이 알지도 못하는데 핸드폰 구글맵 조차 켜지 못한다. 한적한 나폴리의 거리에서 위기감이 몰려왔다. 


일단 빨리 높은 곳에서 내려와 기억에 의지해서 되돌아왔던 길을 되짚었다. 돌아오는 길 이미 길은 어둑해져있었다. 나는 무서움을 꾹꾹 눌러 숨기며 빠른 걸음, 떄로는 뜀박질과 함께 빠르게 나폴리의 어두운 골목을 빠져나왔다. 다시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밝은 골목에 도착했을 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문제였다. 밝은 곳까지는 도착했으나 숙소로 가는길을 모른다. 나는 내가 지하철을 타고 왔던 것을 기억해서 지하철역만 찾으면 어떻게든 숙소 근처의 municipio 역을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정말 원초적으로 길을 묻기 시작했다. 지나는 사람 혹은 상인에게 여기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의 위치를 물어서 찾아갔다. 그렇게 조금 헤매며 길을 찾으니 역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정말 다행이게도 municipio역과 같은 호선이고 한정거장 떨어져있는 toledo역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역안으로 들어가 지하철에 탑승했다. 한정거장지나 숙소 근처의 역에 내리니 이제야 좀 눈에 익은 풍경들을 볼 수 있었다. 어렴풋한 기억에 의존하니 드디어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핸드폰 하나가 꺼지니 이리도 불편하고 힘들다. 숙소에 도착해 밝게 인사하는 리셉션 직원을 마주하니 이산가족이라도 만난양 기쁘고 반갑다.


아직 8시 밖에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긴장이 풀리고 나니 더이상 뭔가를 할 수 있는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방에 들어가 뜨거운 물로 오늘의 피로 그리고 긴장과 무서움을 씻어냈다. 왠지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것 같아 감기약 하나를 털어넣고 누웠다. 이른 시간이지만 아주 깊은 잠에 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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