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불안한 마음, 그래도 괜찮아!
수술 전날에 대한 글은 쓸 생각이 없었는데, 머릿속이 조금 복잡해서 정리하는 느낌으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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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 추신(p.s)에 쓴 것처럼 수술은 정말 씩씩하게 잘 받고 올 거다!
내일 오전 8시. 드디어 수술을 받으러 간다. 11년간 몸에 박혀있던 심장박동기와의 이별이라니..
후련하기도 하면서, 수술을 생각하면 생각이 많아지는 건 사실이다. 수술에 대한 절차를 들었고 그리 어렵지는 않은 것 같다. 흉부외과 교수님의 주요 담당은 대동맥 수술인데, 대동맥 수술은 심장 수술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걸로 알고 있다. 평소에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을 주로 하시는데, 페이스메이커 하나 빼는 것쯤이야! 괜찮을 거다. (근데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면, 페이스메이커는 주로 순환기내과에서 삽입하고 교체하기 때문에 복부에 있는 걸 빼는 건 특이케이스라서 본인도 처음 해보는 것 같긴 하다.)
이번 수술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극선은 잘라내고 박동기 기계만 빼낸다는 거다.
리드선(전극선)은 심장이랑 연결되어 있고 스크류로 고정이 되어있어서 이걸 빼내려면, 갈비뼈도 열고 심장 자체를 드러내야 한다고 하는데 리스크가 너무 큰 행동이기 때문에 이렇게는 하지 말자고 하셨다.
만약, 박동기와 연결된 전선을 세게 쭉 당기면 심장 자체가 뜯길 수가 있다는 무서운 말을 하셔서..ㅋㅋ 전선을 잘라내기로 했다.
수술 과정을 간단히 말하면,
흉부를 절개해서 박동기를 빼고
뺀 공간을 세척한 뒤에
빈 공간을 녹는 실을 이용해서 잘 묶고
봉합을 한 뒤, 무통 스프레이를 뿌리면 끝난다.
(근데 원래 이 과정은 전공의가 설명해 줬던 것 같은데, 파업 때문인지 교수님께서 직접 설명하시고 동의서까지 받으셨다. 의료체계가 붕괴되었다는 게 느껴졌다.)
오히려 수술 전날이 되니까 차분해지는 것 같다.
전에는 불안하기도 하고, 생각이 많았는데 이젠 받아들이게 됐다. 수술 이후의 감염이 가장 걱정되는데, 이건 지금 걱정할 문제는 아니니까 깊게 생각하진 말아야겠다.
다만, 가장 스트레스받는 점은 그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 거다.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신경안정제를 먹었는데도 최대 3시간 지속되고, 그 이후엔 자다 깨다 반복한다. 3시간 자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나.. 싶다.ㅋㅋㅋ
잠을 못 자니까 예민해지고 컨디션이 안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
사실 병원생활을 하면서 잠을 못 자게 된 건 아니다. 원래부터 불면증을 가지고 있었고, 잠에 대해 매우 예민했는데 환경도 바뀌고 수술이라는 큰 불안과 스트레스가 겹치니 더 잠을 못 자는 것 같다. 오늘도 못 자더라도 내일 오전에 마취하고 푹 자면 된다는 나름의 위안(?)을 스스로 하고 있다.
사랑하는 친구들 덕분에 많은 힘을 얻었다.. <3
고마워 칭구들~!!!
+
브런치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도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위로와 용기, 새로운 시각과 배움을 주는 글을 쓰는 게 이번 브런치북의 목표인데 가끔씩 올라오는 따뜻한 댓글들을 보면서 ‘글 쓰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ㅎㅎ
내일 수술 잘 받고 올게요!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세한 후기는 12월 1일과 12월 7일에 발행되는
9화, <일곱 살 때 삽입한 박동기와의 11년 만에 작별>
10화, <인공심장박동기 제거 수술과 회복 이야기>에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