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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경 Nov 17. 2024

어쩌다 보니 공항 검색대 프리패스녀가 됐습니다

인공심장박동기 삽입 환자의 주의사항

비행기를 타기 전에 필수적인 요소가 있다면, 공항보안검색대를 거치는 것이다.

승객과 그들의 수하물을 철저히 검사하기 위함인데, 비행기 탑승 전 금속 물체, 위험 물질, 무기 또는 다른 금지된 물품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데 사용이 된다.


  위험 물질 및 무기 탐지: 검색대는 승객이 무기나 폭발물과 같은 위험한 물질을 반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금속 탐지기와 X-ray 기계는 이러한 물질을 감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금속 탐지 및 장비 점검: 비행기 내부에는 승객이 착용한 금속 물체나 전자기기(예: 인공심장박동기, 스마트폰, 금속 액세서리 등)가 금속 탐지기에 의해 탐지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금속 성분이 있는 물체를 확인하고, 해당 물체가 안전한지 점검할 수 있습니다.


  기내 안전 규정 준수: 항공사에서는 기내 반입 가능한 물품의 종류와 크기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액체나 젤 같은 특정 물품의 반입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보안 검색대에서 이를 확인하고 위반 여부를 판단합니다.


  기내 질서 유지: 공항 검색대는 승객들이 항공기 탑승 전에 기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서 문제를 예방하고, 이를 통해 승무원들이 더 안전하게 비행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공항 검색대는 통과는 비행기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지만, 인공심장박동기와 같은 의료기기를 착용한 승객은 특별한 절차를 거치게 된다.


박동기를 삽입한 환자는 모두 박동기 카드라는 걸 지니고 있는데, 그걸 검색대 직원에게 보여주면 프리패스 지름길(?) 열리게 된다. 검색대 통과가 아니라, 직원이 직접 손으로 수색해 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인공심장박동기(심박 조율기)는 전자 기기이기 때문에,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 금속 탐지기나 다른 보안 장비가 이를 감지할 수 있고 보안 검색대에서 사용되는 금속 탐지기는 금속을 포함한 물체를 감지하기 때문에, 인공심장박동기도 그 안에 내장된 금속 부품 때문에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를 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할 때, 다른 승객들처럼 나 역시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한다. 나는 인공심장박동기를 가진 사람으로, 이 검색대에서 내가 겪을 과정을 이미 잘 알고 있다. 비행기를 타기 전 이 절차는 매번 반복되지만, 항상 조금은 긴장된다.

검색대 앞에 서서, 나는 의료용 카드를 손에 쥐고 조심스레 대기한다. 이 카드는 내 인공심장박동기를 증명하는 중요한 문서로, 보안 요원에게 이를 보여주면 절차가 조금 달라진다. 보안 요원은 내게 다가와 카드와 함께 내가 가지고 있는 의료 기기에 대해 간단히 물어본다.

"인공심장박동기(pacemaker)를 착용하고 계신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네, 그렇습니다."

이때 보안 요원은 금속 탐지기 앞에 서지 말고 다른 절차를 안내한다. 금속 탐지기는 박동기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통과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 대신 나는 별도의 대체 검사 절차를 받게 된다.


보안 요원은 내게 손으로 몸을 검사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혹은 경우에 따라 다른 비접촉식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은 몇 분 정도 소요될 수 있지만, 의료 기기를 착용한 승객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해 주고, 나는 차근차근 절차를 따르며 마음을 놓는다.


이렇게 보안 검색대에서의 절차는 나에게 언제나 조금 번거롭지만, 그만큼 내 안전과 다른 승객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인공심장박동기를 착용한 환자에게 공항 보안은 별도의 절차를 통해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모든 절차가 끝나면 나는 다시 평범한 승객처럼 비행기를 타기 위해 대기하며, 조금은 특별한 절차를 거친 자신을 되새기게 된다.


인공심장박동기를 삽입한 이후, 나는 앞으로도 평생 비행기보안검색대 프리패스녀로 지내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서 카드 한 장을 보여주면, 쉽게 통과가 가능하다는 점이 어린 시절의 나에겐 매우 재밌는 일이었다.




보안검색대뿐만 아니라 마트에 가서도 마찬가지이다.

마트 계산대 쪽에 보면, 도난 방지와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서 많은 마트에서 금속 탐지기를 사용하여 쇼핑객의 가방이나 물건 속에 금속 물질이 포함된 물품이 있는지 확인하는데, 이렇게 하면 금속로 된 상품이 도난된 경우나, 물건을 훔치려고 시도하는 사람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인공심장박동기 환자에겐 곤란한 물체이다.

쇼핑을 마친 후 계산대에서 물건을 계산하고 있으면, 기계에서 "삐-삐-삐"하는 소리가 들릴 수가 있다. 그것은 바로 박동기에서 나오는 신호음이다. 지금까지 조심하면서 지내서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실제로 그 상황이 온다면 매우 당황스러울 것 같다.


그러나, 그 소리는 전자기기나 자기장이 강한 곳에서 종종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박동기가 전자파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 그 소리가 난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 소리는 단순한 기계의 경고음이 아닐 거다. 그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그리고 그 기계가 여전히 삶을 지탱하고 있다는 증거일 거다. 불안 속에서도 그 소리는 살아가야 할 이유를 일깨워주는 작은 경고처럼 들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일상의 작은 불안과 싸우며 살아간다. 계산대 옆의 금속 탐지기 근처를 피하고, 전자기기들이 많은 장소에서는 더욱 조심한다. 그 소리가 울리지 않도록, 혹은 그것이 더 이상 자신을 두렵게 만들지 않도록.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알게 되는 사실이 있다. 소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두려운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 소리는 마치 작은 수호자처럼 곁에 늘 있어, 가끔씩은 불안하게도 하지만, 결국 계속해서 살아갈 힘과 용기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이 외에도, 스피커 근처에 가는 걸 조심해야 한다. 강한 자기장이나 전자기파(EMF) 때문이다. 일부 스피커나 오디오 장비는 매우 강한 자기장을 발생시킬 수 있는데, 이러한 자기장이 인공심장박동기나 다른 의료기기와 간섭을 일으킬 수 있다. 박동기와 같은 심장 장치는 전자기파나 자기장에 민감할 수 있어, 강한 자기장이 발생하는 장비 근처에서는 기기의 작동에 방해를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자기장이 박동기의 센서나 회로에 영향을 미쳐 심장박동의 조절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기에 스피커와 같은 전자기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자기파를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권장된다. 이러한 장비에서 방출되는 자기장이 박동기와 상호작용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자석도 피해야 한다고 해서 어렸을 때, 자석을 냉장고에 붙였다가 떼는 게 재밌어서 가지고 놀다가 엄마에게 뺏긴 기억이 난다.ㅋㅋ 그리고 생활 속에선 전자레인지, 휴대폰, 드라이기 같은 물체와 거리를 둬야 하고, 물리적인 충격이 가해지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어릴 적에 친구들이 다 가는 태권도 학원을 다녀보고 싶었는데 혹시나 심장박동기에 충격을 줄까 봐 못 갔다. 대신, 피아노 학원도 다니고 미술학원도 오래 다녀서 그 경험 덕에 여전히 예술에 대한 관심이 많고 나의 재능과 실력을 꽤 유용하게 사용했다.




13살 시술 이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어서까지 불편했던 게 딱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피구 게임“(일정한 구역을 정해 두고 구역 안의 상대에게 피구공을 던져서 맞히는 경기)을 제대로 못한다는 거였다. 학교에서 국룰 스포츠이자 학생들이 가장 즐겨하는 게 피구인데, 박동기 시술 부위에 공을 맞으면 정~말 아프다. 딱 한번 피구 하다가 친구에게 맞아본 적이 있는데, 눈물이 줄줄 나왔다.


그 이후, 나는 체육시간에 하는 피구를 가장 싫어하게 됐다. 피구 할 때 나오는 멘트는 꽤나 살벌하다. "쟤 죽여!!!" 라는 말을 하기 때문에 공이 언제든지 내 쇄골뼈를 칠 것 같은 불안감과 공격적으로 변한 친구들의 모습은 내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짐볼 피구를 하는 날은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했다. 크고 말랑한 공으로 하는 피구이다 보니 맞아도 그리 안 아프고, 공이 느려서 할만하다. (근데 확실히 재미는 떨어진다.ㅎㅎ)


앞서 내가 한 이야기들은 당사자가 아니라면, 정말 알기 어려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관심이 없을뿐더러, 나 또한 박동기를 삽입하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던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새로운 시각과 정보가 되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p.s. 저는 내일 오전에 7살 때 삽입했던 인공심장박동기 제거 수술을 받아요! 전신마취로 진행되고 수술 이후에 생길 감염이 걱정되긴 하지만, 능력 있는 흉부외과 교수님을 믿고 편하게 푹 자고 오려고 합니다. 5년 만에 수술대에 오르는 거라 많이 떨리긴 하네요..!


무엇보다도 멘탈이 무너지지 않을까 가장 걱정이 되기는 하는데 다행히도 제 주변엔 저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많아져서 힘들면 힘들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표현하는 연습도 해보려고요. (이젠 더 이상 얼음공주가 아니잖아요..?ㅋㅋㅋ) 금요일에 간호사 선생님께서 제게 해주신 얘기가 있어요. 그동안 부정적인 얘기는 전이가 빠르다고 생각해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게 힘들어서 고민이라고 말한 저에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으론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감정적으로 힘들어지는 경우는 적으니 언제든지 얘기해도 괜찮고, 그게 힘들다면 본인에게 이야기하라며 도와주셨어요.


어느 순간부터 타인이 제게 긍정을 주면 거기에 대해 보답해야 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내가 생각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미안한 감정이 많이 생겼는데, 앞으론 죄책감을 더 큰 감사함의 표현과 긍정으로 전환하는 연습. 그게 필요한 것 같아요.


아무튼, 최대한 편한 마음으로 씩씩하게 수술 잘 받고 올게요.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파이티잉..


갯마을 차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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