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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경 Nov 16. 2024

나의 주치의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실제 인물이라고?

슬의생 김준완이 어린 시절의 나를 살렸다.

https://brunch.co.kr/@hagyeong/13

내가 사는 지방에서는 심장박동수가 40 이하로 떨어지는 7살 아이를 수술할 사람이 없어서 급히 서울로 향했다. 고위험군이었기 때문에 병원 절차는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양지혁 교수님과의 첫 만남, 그리고 수술

원래 다니던 동아대 병원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갔고, 거기서 양지혁 교수님을 뵙게 되었다.


10년 전 일이라서 흐릿하지만 중년의 카리스마가 있고 차분한 미소가 인상적인 분이었다.


글 쓰기 위해서 자료를 몇 개 찾아봤다!

나의 첫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고,

(수술과정 궁금한 사람이 있을진 모르겠다)

수술과정에 대한 자료도 남아있어서 공유하려고 한다. 어려운 의학용어가 많아서 chat gpt의 도움을 받아 요약을 했다. (아주 든든한 녀석이다.)




위와 같은 내용은 7살 때 수술한 거고, 몸이 성장한 성인이나 청소년의 경우엔 시술 방법이 다르다.

1) 어깨 또는 가슴 부위의 피부를 소독하고 부분 마취한 후 3~5cm 정도 피부를 절개하고 피하에 박동기를 넣을 주머니를 만든다.
2) 쇄골 하 정맥 또는 겨드랑이 정맥으로 전극 선을 심장까지 삽입하고 올바른 위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검사를 시행한다.
3) 최적의 위치에 전극 선이 삽입되면 심박동기와 전극 선을 연결한 후 주머니를 봉합하게 된다.
4) 시술은 대개 2~3시간 정도 걸리고, 3~4일 후 퇴원이 가능하다.

부분 마취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수면마취로 했었다. (앞으로도 쭉 수면마취 할 거다..) 그리고 어렴풋이 기억나는 장면이 있는데, 내가 시술 도중에 깼었는데 가위의 서걱서걱하는 소리와 의료진의 말소리가 들렸었다. (그냥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던 거 같다. 그리 무섭진 않았다.) 얼굴은 목 쪽에 초록천으로 가려져 있어서 보이진 않았지만 중간에 한 번 깼다가 수면마취제를 재투약한 건지, 내가 잠든 건지 그 이후에 다시 기억이 없고, 시술이 모두 끝난 후에는 나를 깨웠고 이동식 침대에 누운 뒤에 그대로 X-ray실에 가서 촬영했었다. 일반 병실로 옮겨져서 모래주머니를 올려뒀다가 서서히 회복한 기억이 난다.




나는 수술 이후, 대문자 I(내향형)이 되어버렸다.

수술 이후의 나는 성격이 잠시 변했었다.

교수님께서 회진을 돌면 항상

오늘은 어때? 괜찮아? 안 아파? 여기 아파?

라고 물어보셨는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통증이 있어도 참았고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지난 화에서 말한 “얼음공주”라는 별명이 지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그 당시의 나는 낯가림이 정~말 심하기도 했고 의료진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나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였을 뿐, 아무리 친절하게 다가와도 마음의 벽을 허물어뜨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감염, 퇴원이 미뤄졌다.

어떤 사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술 부위가 감염이 돼서 꽤나 곤란한 상황을 겪었다. 항생제를 계속 사용했는데, 항생제 내성균까지 생겨버렸다.


항생제 치료 후에 항생제 내성균이 생긴 이유는, 항생제 사용이 병원성 세균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면서 동시에 일부 균들에는 내성을 키우는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항생제를 사용하면 대부분의 세균이 사라지지만, 일부는 유전적으로 항생제에 저항할 수 있는 돌연변이를 갖고 있어 살아남게 되어, 그런 균들이 증식하면서 항생제가 더 이상 효과가 없는 내성균 집단이 형성된다.


인공심장박동기 같은 장치를 삽입하면 감염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예방적 항생제 치료가 시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과정에서 장기간 항생제를 사용하거나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면 내성균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내성균이 생기면 기존 항생제 치료로는 감염이 더 이상 잘 낫지 않으므로 더 강력한 항생제나 새로운 항생제를 찾아야 하고, 이 때문에 치료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한다.


항생제 내성균이 생기면,

• 해당 균에 감염되었을 때 치료가 어려워진다. (치료 효과 감소)

• 치료를 위해 더 강력한 항생제나, 여러 항생제를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가 필요할 수 있다. (부작용 위험 증가)

• 내성균은 병원 환경에서 쉽게 확산될 수 있어, 감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감염 재발 위험 및, 병원 및 사회적 문제)


항생제 내성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개인 청진기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심장 소리를 듣는 게 너무 신기해서 매일 쿵덕쿵덕한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난 무통이 안 돼서 가슴이 타는 것 같다는 표현을 자주 했다고 한다. 수술 이후엔 켈로이드(keloid) 흉터가 생겨서 피부과도 다녀야 하나 고민이 많았지만, 병원 가는 게 너무 싫어서 그 당시에 레이저 치료를 안 했더니 흉터와 실밥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현재 흉부외과 교수님과 성형외과 교수님의 말에 따르면 가슴 부분은 특히나 더 켈로이드 흉터가 잘 생기고, 레이저 치료를 한다고 해도 팔을 사용하면서 흉터 부분이 자극이 되니 그리 큰 효과를 보진 못한다고 한다. 신생아의 경우엔 레이저 치료가 효과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의 경우엔 수술 이후에 흉터가 아물고 나면, 꾸준히 연고 바르면서 관리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별로 신경 안 쓰고 지낸다..ㅋㅋ 물론, 13살 때 시술한 부위는 쇄골 아래쪽에 위치해서 그런지 오프숄더 같은 옷은 신경 쓰여서 못 입는다는 단점이 있다. 예전에 함께 고민을 나눈 분 중에서 예비신부가 있었는데, 박동기 삽입 후에 웨딩드레스 입는 게 제한적이라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생각해 보니 나도 미래에 웨딩드레스를 입는데 제약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걱정이 되긴 한다.


아무튼, 7살의 나는 힘든 3주간의 병원 생활이 끝나고 나는 퇴원을 했다.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신원호 피디와 이우정 작가님의 “응답하라” 시리즈를 너무 재밌게 봐서 후속작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2020년 3월 12일.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가 나온다고 해서 바로 본방을 챙겨봤다.


1화를 본 순간부터 너무 따뜻하고 재밌어서 인생드라마가 될 것 같은 예감이 강력하게 들었다.

(난 그 이후에 굿즈들을 모으면서 드라마 찐팬이 되었다..^^)

드라마 속 다른 배역들 모두 좋았는데, 볼수록 매력 있는 캐릭터는 단연코 “김준완”역의 정경호라고 생각한다. 일명, 츤데레(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겉으로는 엄격하기 대하지만 사실 속마음은 상대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사람들을 주로 일컫는 용어.)의 정석이랄까..ㅎ

차가워 보이지만 다정한 그의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들었고 시즌 1, 2를 재밌게 봤다.


시즌2가 끝나고 나서 번외로 스페셜화가 방송되었는데 배우분들(유연석, 정경호, 조정석, 김대명, 전미도 등)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있었다. 극 중에서 정경호배우님은 율제병원 흉부외과 조교수로 나오는데, 스페셜화 마지막 부분에 실제인물(모티브 한 의사)이 나왔다.


그중 김준완역의 실제인물이 나의 주치의였던 “양지혁 교수님”이셨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신기했다.

https://youtu.be/RMyPvdpCJDQ?feature=shared

https://youtu.be/HsyQChBlK4o?si=BKYCiuqJPG_b0lqU

자문까지 하셔서 더 퀄리티 있는 드라마가 나온듯하다.

드라마보다 드라마 배역 같던 의사가 양지혁 교수님이셨다. 지금은 소아흉부외과로 가지 않아서 만나 뵐 일이 없지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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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안녕하세요. 양지혁 교수님. 이 글을 보실진 모르겠지만, 덕분에 저는 건강하게 성장했고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도 별문제 없이 즐겁게 지냈어요! 제게 좋은 의사로 기억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도 꼭 건강하세요 :)


개인적으로 이 글을 쓰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심장 관련 카페에 들어가서 소아 심장질환에 대해 어머니들이 쓴 글을 봤는데, 모두 간절한 마음으로 아이가 건강해지길 바라는 게 느껴졌기 때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감기에만 걸려도 걱정되는 게 부모 마음이라던데, 큰 질병에 걸린 아이를 둔 부모의 심정은 어떨지 상상이 잘 안 된다. 부디, 덜 아프고 더 행복한 나날이 지속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소에 심장질환이 아니더라도 암투병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챙겨보는 중이다. 그 이유는 삶에 조금 더 감사하고 겸손해지기 위해서이다. 한 달 전에 소화기 내과에 입원을 한 적이 있는데, 병실에는 나 빼고 모든 환자분들이 항암치료를 받고 계셨다.

(그곳에선 내가 가장 육체적으로 건강했고 저위험군에 속했지만, 그 당시의 내 멘탈이 많이 나가있어서 정신적으론 아마 내가 가장 고위험군에 속해있었을 거다.) 항암치료를 받으시는 분들을 보면서 가장 속상했던 게, 엄청 고통스러워하시고 무기력하게 지내다가도 자녀나 지인의 연락을 받거나, 병문안을 오면 최대한 밝은 척을 하시고 괜찮다고 하셨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애쓰는 마음이 느껴져서 저런 분들도 힘내서 사는데, '나도 살아봐야지'라는 마음이 들었다.


질병으로부터 인간은 한없이 무기력해지고 약해지는 것 같다. 그럴 때일수록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스스로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플수록 작은 것에도 감사해지고, 현재에 집중하게 된다는 걸 많이 느꼈다. 몸이 건강한 것은 엄청난 축복이다. 그러니, 앞으로 불평불만보단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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