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있는 중학생(1, 2, 3) 과학대회에서 2등을 한 것이다! 모두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감탄했고 나 또한 소리를 질렀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과학 선생님은 대회 경험이 전무했기에 99% 내 실력으로 이뤄낸 결과였다.
덕분에 장학금도 받고, 과학고 탐방도 가고 교장선생님과 티타임도 가졌었다. '교장 선생님이 내 이름을 기억해 준다니 너무 신기했다.
그렇게 꿈만 같은 몇 달간의 시간이 지나고 또다시, 나의 불행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난 무엇을 위해 사는가'
제대로 현타가 찾아왔다.
대회만 보고 살았는데 이젠 모든 게 끝나버린 것이다. 반짝이던 꿈이 있었지만 나의 불행이 가려지진 않았다.
허무주의에 빠져버렸고
또다시 우울의 터널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우울했지만 이젠 어느 정도 자기 객관화가 된다. 나의 모든 면에서 완벽하고 싶었기에 우울하고 슬픈 나를 부정했고 타인의 칭찬에 중독되어 있었다. 인정욕구와 완벽주의 성향이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나를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2년간 읽던 자기 계발서를 과감하게 끊고 진짜 나를 찾기 위한 과정을 시작했다.
우선, 남에게 인정을 쉽게 받는 자리를 피했다. 부반장, 반장을 해오다가 중학교 3학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음.. 어쩌다가 학생회는 했지만 발전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
처음에는 '아.. 그냥 반장 지원할걸!'이라는 생각이 가득했지만 꾹 참았다. 대신 그 시간에 다이어리에 나의 미래를 그려나갔다. 계속 '나'에게만 집중을 했다. 난 처음에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시간이 지나니, 남의 칭찬과 인정에 행복을 느낀 내가 이제는 "나만의 기준"이 확실하게 생기고 2년간 미친 듯이 읽었던 자기계발서에 담긴 내용이 이해가 되고 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처음으로 살아있음을 느꼈다. 진심으로 행복했다.
그 짜릿함은 무엇보다도 강력했다.
그렇게 중학교 2학년을 마무리했다.
중학교 3학년이 되고 나서부턴, 조금씩 마음의 안정이 찾아왔다.
다시 공부도 열심히 했고 시험기간에도 마음 편하게 집중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물론 위기는 여전히 있었다. 여전히 나는 자해행동을 멈출 수가 없었고 우는 날도 잦았다.
하복 졸업 사진을 찍을 땐, 붉은 흉터를 어떻게 가려하나 고민하며 울었고, 여름에도 긴팔을 입거나 보호대를 차고 다녀야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모두 내가 만든 결과였기에 그 누구에게도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입시 시즌이 다가왔고, 선생님은 내게 어떤 학교를 가겠냐고 물었는데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싶었기 때문에 처음엔 기숙사 있는 곳을 원한다고 했는데,
중학교 2학년. 내 인생 최악의 시기 때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아서 (과학만 고득점이었다..) 내가 원하는 기숙사 있는 학교는 못 간다는 소리를 들었다.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된 사실인데 내 성적으로도 갈 수 있는 기숙사형 고등학교는 있었다.
그러나, 나는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겠다고 선생님께 말했다.
생각해 보니 난 도저히 고등학교에 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