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6일 화요일, 흐림
마치 태풍 전야의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 생각을 그렇게 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또 어찌 보면 바로 머리 위에 태풍의 눈이 있는 것 같다. 고작 5시 40분밖에 안 됐는데 주위가 지나칠 정도로 고요하다. 평소 같으면 지나다니는 차들 쇼리, 뒤늦게 귀가하는 아이들 소리로 부산할 텐데 오늘은 어째 천지가 고요하다.
다 늙어가는 나이에 고작 이런 걸로 어깨가 움츠러든다면 부끄러운 일일까? 어지간한 일엔 눈 하나 꿈쩍하지 않던 내가 오늘은 내내 불안한 마음만 든다. 더 답답한 건 딱히 그럴 만한 이유가 없다는 사실이다. 오늘 하루를 보내면서 어떤 아이에게 가혹하게 해서 민원이 들어올 일도 없다. 그렇다고 오늘 할 일을 미루고 나온 것도 아니다.
늘 그랬듯 무탈한 일과를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불길한 마음은 가시지 않는다. 설마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생각을 자꾸 그렇게 해서 그런 건지 뭔가를 빠뜨린 것 같긴 한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게 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사실 이럴 때 제일 화가 나는 법이다. 마치 골목의 모퉁이에서 뭐라도 맞닥뜨릴 것 같은 느낌이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정체를 알아야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살얼음판을 내딛는 듯한 심정으로 발길을 재촉해 본다. 미리 해놓으면 좋을 것 같아 몇 가지 일을 하려 했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일찍 귀가하는 게 좋을 것 같다.